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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Oct 16. 2023

교토대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객기에 지나지 않는 행동이었다!

2013. 9. ~ 12.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금의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을 때, 막연히 일본에서 고고학과 관련된 일, 고고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 무렵 게스트 하우스의 많은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내가 이런 얘길 꺼냈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일본에서 고고학을 하려면 쿄다이*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야 해.”


*일본 친구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대학 이름을 줄여 부르듯이 일본에서도 도쿄다이가쿠(도쿄대학)를 토다이, 교토다이가쿠(교토대학)를 쿄다이라고 부른다. 교토대학은 일본의 국립대학으로 1897년 설립되었다. 간토(관동) 지역에서는 도쿄대, 간사이(관서) 지역에서는 교토대가 유명하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연구 중심 대학교로 꼽히며, 동문과 교수진에 포함된 노벨상 수상자는 11명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경주에서 발굴 조사를 했던 고고학자 아리미쓰교이치, 윤동주 시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교토대 출신이다.


  그렇구나!

  난 한국에서도 대학원을 나오지 않았기에 그 한 마디에 꽂혀서 정말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교토대 홈페이지를 열심히 뒤졌다. 그리고 한일고고학으로 유명한 요시이 히데오라는 교수(한국의 무령왕릉 연구로도 유명한 분이었다.)의 홈페이지를 발견하고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답장이 왔는데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려면 한국에서 발간한 (수준 높은) 논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또 이 얘기를 혼자 마음대로 해석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일본어로 13 장 분량의 논문을 썼다. 낫쿠는 쿄다이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냐며, 논문에 참고하기 위한 일본고고학 관련 책을 사기 위해 나와 서점에 같이 가주고 ‘잘한다, 잘한다.’ 응원도 해 주었다. 학부 리포트 수준의 형편없는 글이었는데,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써서 우편으로 부치기까지 했다.

  나의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정말 관대하신 분이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답장이 왔는데, 일본 유학에 필요한 일본어 수준은 갖추었으나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우선 고고학을 어딘가에서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 꾸준히 공부해서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까지 담긴 내용이었다.

  그러나 교수와 메일을 주고받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교토대 고고학부 홈페이지를 보니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고고학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반적인 역사도 알아야 하고, 일본사 시험도 있었다. 대학원 시험 기출문제를 프린트해서 봤는데, 난 일본사를 공부해 본 적이 없어서 하나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마침 홈페이지에 대학원 진학 설명회가 있기에 거기도 다녀왔다. 강당에서 똑똑해 보이는 일본 학생들 사이에 앉아 교수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교토대 학식을 먹고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객기에 지나지 않는 행동이었다!


교토대 시계탑
늘어선 자전거들
교토대 학식(왜 이걸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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