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를 보았다 9

아픈 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나의 바닥, 그 적나라한 이야기

by 그리움

#7. 인성의 바닥 ┃내 안의 숨겨진 폭력성


내 인성이 그렇게 바닥인지 새삼 다시 알았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으로도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아이에 대한 ‘미움’이 커지니 내 안의 숨겨졌던 폭력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억지고 먹이는 것도 폭력인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 그렇게 만드는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보며 점차 폭력성이 드러났다. 절대 하면 안 된다 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이 되면 아이를 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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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랑도 남들이 보기에는 매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들(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이었다. 우리가 ‘아이가 밉다, 때리기도 했다’고 고백했을 때 놀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아픈 아이라서 더 불쌍히 여길 줄 알았다, 너희도 그런 면이 있었냐’ 하는 반응이었는데, 우리 스스로도 몰랐던 모습이었다. 첫째를 키우면서는 전혀 알 수 없던 감정이었다. 아이에 대한 미움과 내 마음 깊숙한 여러 우울감, 절망,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암담함 등 모든 것이 합쳐져서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모든 것이 핑계일 뿐이다. 폭력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엉덩이 몇 대, 등 몇 대 때렸다일지라도 거기에 서린 나의 분노의 감정을 알기에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잘못이란 걸 명백히 알고 있었고 서로 절대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서로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억지로 아이에게 먹이면서 올라오는 감정들, 고개를 돌리고 악을 쓰며 먹지 않으려는 아이를 보면서 또다시 손이 올라갈 것 같을 때는 자리를 피해 버리기도 했다. 뭐 당장 죽는 건 아니니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했다. 나의 바닥을 알고 나니 더 조심해야 했고,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래도 배운 것들(내 전공이 상담이라 했지 않은가!)이 쓸모없지 않아서 나와 신랑은 함께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려 했고 감정들을 풀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어떤 것이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는지, 아이에게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화가 어디에서 비롯한 건지, 그런 분노감이 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고 행동을 고치려고 했다.


아이가 자랄수록, 의지가 강해지고 자아가 생길수록, 그래서 더 자신의 의견이 명백해지고 우리의 정당한 의견(먹어야 해. 옷을 입어야 해)을 들으려 하지 않을수록,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이 뚜렷해질수록 우리의 폭력성이 솟아오르려는 위험은 여러 번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바닥을 보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애쓰고 참아 내려고 했다.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가 되어주고 아이에게 향하는 분노와 화를 함께 나누고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감정이 아이에게로 향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고, 의사들이 말하는,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발달의 시간에 아이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내 아이의 시간에 맞춰 내 아이의 속도에 맞게 자랄 것을 믿고 그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물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독하게 안 먹으려 하는 아이를 먹이기 위한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이제는 제법 말이 통하고 대화가 되는 아이기 때문에 적당한 설득, 적당한 협박(?)을 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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