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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l 20. 2024

남들이 재밌다는 액티비티는 나도 재밌을 것인가?

안돼- 너무 무섭다구!

이틀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부터 살폈다.

흐려도 좋으니 비만 오지마라- 했는데 날씨는 꽤나 꾸물꾸물했다.


오늘은 무얼 할까-? 하다가 일단 가까운 하더클룸 부터 가보기로 했다. 인터라켄에 있는 앞산(혹은 뒷산?) 같은 느낌인데, 스위스 여행 전에 유투브 알고리즘이 자꾸 '텐트 밖은 유럽(?)' 이란 프로그램을 자꾸 보여주기에 아 저기도 예쁘구나- 가봐야겠다 하고 생각이 들었지, 아니었으면 아마 안 갔을 지도 모른다.


기내에 정거장까지 걸어가서 푸니쿨라를 타면 되니 가깝고 편했다. 하프페어가 있다면 티켓이 저렴한 편이라, 솔직히 융프라우패스를 뽑아먹는 데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가면 줄을 서는 모양인데 비수기에 아침이다보니 줄 설 필요 없이 프리패스해서 탔다. 앞에 뭘 싣기에 궁금해서 봤더니, 꼭대기로 올라가는 냉장고(?) 같은 걸 가지고 가는 모양이었다. 남편도 나도 푸니쿨라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그 때 뭣 때메 틱틱 하고 다퉜던(?)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 홍콩에서 탔던 거랑 비슷해서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푸니쿨라에서 내렸더니 앞 칸에서 웬 커다란 멍멍이가 뿅! 하고 내렸다!

어찌나 조용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는지 내내 개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잘 보니 커다란 버니즈마운틴독이었다. 이 녀석은 목줄도 없이, 내리자마자 발걸음도 가볍게 자기동네(?)를 걸어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하고 예쁨도 받았다. 커다란 꼬리를 붕붕붕 드는 복실복실한 착한 멍멍이. 흔히 목에다 작은 베럴을 달고 그 안에 도수 높은 술을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을 구조수색한다는 스위스 산악지역의 대표적인 멍멍님이다. 어디서 봤는데 술을 넣어 사람을 구했다 배럴은 그냥 전설 같은 만들어 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치만 뭐 사실여부가 대수랴. 이렇게 귀여운데.



아, 물론 뷰도 아주 멋지다. 등산을 할 수도 있기에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포인트가 이상할 수 있겠지만, 놀이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놀이터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재질인 경우가 많은데, 목재를 이용해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도 아이들의 신체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놀잇거리가 있었다.  유치원-초등 아이가 있으시다면 여기서 한참 놀며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겠다.



물론 어마어마한 뷰는 덤. 왜 미국에서는 목재로 이런걸 잘 안 짓나 모르겠다. 형형색색 플라스틱좀 제발 그만 썼으면. 저 뒤에 보이는 동글동글한 것에 누워 남편에게 밀어달라고 하고 놀았다.




아침에 뭘 먹었던가 기억이 안 나는데, 뷰가 좋으니 또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뭘 먹기로 했다.


 문을 방금 열어서 우리가 거의 첫 손님이었고, 점심 메뉴 (피자였던가?)는 팔지 않아서 남편은 버거, 나는 소시지와 빵을 먹었다. 감튀는 굉장히 맛있지만 나머지 맛은 뭐, 그냥 그렇고, 뷰가 좋으니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에 우리는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뭘 하지?



다음 날은 라우터브루넨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쪽 방향은 제외한 다른 것들 중에 어떻게 하면 융프라우패스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어제 못 탄 트로티바이크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를 거쳐 피르스트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첫 번째 역에서 내렸다. 네이버에 하도 줄이 길다, 아침에 오픈런 해야한다 이런 말이 많아서 긴장을 했다. 벌써 점심때가 다 되어갔는데 괜히 시간만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던 것과는 무색하게 금방 티켓을 사고 신속하게 바이크를 받았다. 비수기가 괜히 좋은 것이 아니다 <3



직원이 간단하게 조작법을 알려주고 나와 남편에게 하나씩 바이크를 쥐어줬다. 블로그 사진으로 볼 때는 킥보드 같이 생겨서 쉬워 보였는데, 받고 보니 생각보다 바퀴도 크고 탑승감이 높았다. 게다가 정해진 도로(?)가 아주 스무스하고 낮은게 아니라, 받자마자 꽤나 경사가 센 언덕을 내려가야 하고, 군데 군데 파인 곳이 있어 덜컹덜컹했다. 준비를 하고 두 발을 올렸다.


순간, 

"아 이거 좀 무서운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씨, 괜히 하자고 했나" 가 뒤를 이었다.


내가 조심 조심 균형을 잡아보고 있는데, 남편이 받아서 가까이 내려오더니 눈에 띄게 당황했다. 생각보다 처음에 탑승시 안정감이 있는 장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작할 때는 익숙해지게 좀 원만한 경사로 만들어 놓을 것이지, 냅다 경사가 있는 언덕에 처음 보는 바이크랑 남겨졌다. 주변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다 쭈뼛쭈뼛, 비틀비틀했다.



처음 스키를 배울 때가 생각났다. 호팸이 겨울만 되면 타호에 가서 한 달씩 있으며 스키를 타는 통에, 내 스키부츠도 사주고 스키 수업도 끊어줘서 냅다 스키를 배웠다. 두 번 째 였나 세 번 째 였나, 이제 아주 무섭지는 않을 무렵에, 강사는 각자 어디에서 왔고 무얼 하는 지를 물으며 약간 틀에 박힌 소리를 해 댔다.

"머리를 쓰고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스키를 배우기 어렵고, 나도 가르치기 어렵다. 교사, 의사, 변호사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못 배운다. 그냥 믿고 몸을 먼저 굴려봐야되는데, 머릿속에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기분이 나빴다. 내가 교사출신이라고 하니 에이 그럼 못타겠네 하는 어투를 대놓고 하는 강사. 네놈이 틀리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지, 아니면 내가 내 생각보다 몸을 잘 쓰는 건지 나는 그 날 그룹수업에서 스키를 잘 타는 사람 축에 속했고, 나중에 잘하는 노비스 몇 을 데리고 블랙다이아몬드 루트까지 시도했다. 그는 내가 어거지로라도 블랙다이아몬드를 해 내자, 아 자기가 틀렸다고, "원래 교사들은 잘 못타는데 넌 잘 타네!" 했었다. 왠지 뿌듯하며 쌤통이었던 기억. 그 다음부턴 그린(초심자)말고 블루(중급자?) 코스를 잘 타고 다녔다.


다만 처음 배울 땐 금방 익히는 모양인데, 숙련도가 나아지진 않는다ㅋㅋㅋ 블루에서 더 나아지진 않았고, 몇 달 수 한 번 무릎을 크게 접질린 이후부터 괜히 못 타고 있다. 그게 스키만 그런게 아니고, 수영, 자전거, 뜨개질 까지 소근육 대근육을 쓰는건 처음엔 잘 하는데 그게 끝인가 보다 라는 나사빠진 이야기..ㅋㅋ



어찌됐든, 나는 금방 씽씽 탈 수 있게 됐다. 트랙이 울퉁불퉁한 것만 빼면 속도를 내는 것도 재밌었다. 



문제는 남편이었다. 몸을 쓰는 데는 영 젬병이인 남편씨는 두 발을 올리면 브레이크를 꽉 잡고 정말 기어서 오다가 금방 픽 쓰러져 바이크를 옆에 놓고 걸었다. 웃긴건 비슷한 시간대에 빌린 다른 커플이 주위에 몇 있었는데, 그 중 한 중국인(?) 커플도 남자가 무서워서 삘삘삘 하고 못 내려 오고 있었다. 나와 그 커플의 여자는 "These boys are too scared (남자애들 무서워서 못 내려온대요)" 하고 깔깔거리며 계속 남정네들을 놀렸다.


한국인 커플들도 있었는데, 서로 내려오는 동영상도 찍어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동영상을 보면 남편은 너무 느리게 내려와서 거의 움직이는 게 안 보일 정도. 이제는 좀 익숙해 질 법도 한 데 남편은 징하게도 느리게 뽈뽈뽈 내려왔다. 나는 씽씽씽 달려 내려가다가 멈춰서 남편이 내려오는 걸 기다리고, 다시 씽씽 내려가고 하기를 반복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설산을 배경으로 난 푸른 잔디 사이를 씽씽 달려 내려가는 건 정말 재밌었다. 무릎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하이킹은 아예 시도도 하지 못했는데, 바이크 덕분에 멋진 풍경을 가까이서 보며 내려가 볼 수 있었다. 브레이크가 잘 되서 무릎에 무리가 전혀 가지 않았으니 신의 한 수 였던 셈.



언젠가 부터는 남편도 조금 익숙해 진 듯 잘 따라왔다. 솔직히 초반에 자기는 못 탄다고 포기하고 도망갈까봐ㅋㅋㅋ 걱정을 좀 했었는데 우쭈쭈 하면서 같이 타길 다행. 


곳곳에는 소도 보이고

동네 떼껄룩도 계시다.


내려올 수록 건물이 많이 보이는데, 뭐가 막 많고 사람도 바글바글하니 바빠진다 싶었더니 그게 그린델발트 (반납할 곳)이였다. 그린델발트 케이블카 역에다가 반납을 하는데, 케이블카역은 오르막에 있어서 마지막에 헥헥대며 바이크를 끌고 올라가 반납했다.



어제 못 타서 속상했는데 오늘 탔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유연하게 대처하는 거야말로 여행의 묘미지.

지금 생각해보니 저 날 점심으로 뭘 먹었더라? 유연하게 상황에 따라 논다고 계속 돌아다니면 뭘 먹을 시간이 없는게 단점. 지금 물어보니 남편도 기억을 못 한다. 이러고 숙소로 간 게 아니라 또 돌아다닌다고 이번엔 보트를 타러 갔기 때문에. 아마, 주린배를 채운다고 쿱에서 비상식량으로 샀던 초콜릿 비스킷을 씹으며 다녔던 것 같다.


융프라우패스에 포함이고 남편도 워낙에 배 타는 걸 좋아하니 브리엔츠 보트를 탔다. 13년 전에왔을 때도 유레일에 포함되어 있어서 인터라켄을 떠나며 탔었던 기억이 있다. 날씨가 꾸물렁꾸물렁하고 굉장히 추웠다. 끊임 없이 포즈를 취하며 인생샷을 노래는 한국인과 중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는 그냥 경치를 주로 봤다.


남들이 하도 'Crush landing on you'드라마 촬영지라고 여기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기에 우리도 내려봤는데, 그 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했다. 엄마한테 말하니 왜 드라마는 우리가 찍었는데 돈은 지들이 받냐고 ㅋㅋㅋ 물론 우리는 돈 내는덴 안 들어갔다.




저 성 처럼 보이는 곳은 가보려고 했는데 사유지인듯 했다.  그냥 동네를 산책하며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그 사진은 다 남편에게 있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려다가 그냥 보트를 타고 돌아왔다. 날씨가 쨍했으면 좋았겠지만 비가 안 온 것 만도 어디냐.



돌아와서는 슈바인학세가 먹고 싶어서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막상 솔드아웃된 관계로 미국음식(?)을 먹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3프랑짜리 맥주..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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