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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n 21. 2023

샌프란시스코 물가와 싸우기- Grocery Outlet

로컬 할인마트 뿌시러 같이 가요!

여느 미국 주요도시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물가는 사악하다. 제일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주거비용과 택스이겠고, 그 다음은 아마 팁+직원의료비용+택스로 점철된 외식물가일 것이다 (전에 올렸던 외식물가와 팁 이야기 참고)

https://brunch.co.kr/@c39a98fae8d84a9/7


반면, 재료를 사다가 요리하길 좋아한다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진다. 과일, 채소, 육류는 좀 더 저렴한 편이고, 택스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콕 찝어 먹고 싶은 한식을 언제나 사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와서 졸지에 요리를 많이 해 먹게 되었는데 (이전 스토리의 감자탕도 그 중 하나..) 외국에서 사시는 분들 글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그로서리스토어 (식재료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마트) 체인중 가장 비싼 그룹으로 치자면 Woodslands, Wholefoods, Gus's, Bi-Rite, Mollie Stone's Market 정도가 되겠고, 보통 및 저렴은 Safeway, Lucky, Trader Joe's 정도이다. 요즘 남편과 내가 빠져있는 곳은 Grocery Outlet이라는 곳으로, 최저렴 티어를 자랑한다.



그로서리아울렛은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이스트베이에 본사가 있는 회사로, 벌써 미국에 수백개의 체인이 있는 큰 마트체인이다. 이 마트의 특별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각 제품회사와 연락망을 가지고 있어, 회사마다 과다 재고나 패키징 디자인을 바꾸는 제품들을 떨이 가격으로 대량구매한다. 예를 들어 새우깡 새로운 포장 디자인이 나와서 이전 포장을 빨리 처분하고 싶을 때, 올해는 이상하게 새우깡 매운맛이 잘팔리고 오리지널의 재고가 많이 남았을 때, 그로서리아울렛이 이를 대량 구매하는 것.


2. 바이어들이 적극적으로 "득템"을 찾아 나서므로, 최저가 상품이 때마다 바뀐다.


3. 세일 물품만 사고 다른 곳으로 또 우유랑 양파같은 기본 재료는 또 사러 따로 가야 하는 귀찮음을 덜도록,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품들 (우유, 계란, 신선채소 및 육류) 은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있어 항상 공급하는 대신 최저가는 아닐 수 있다.


4.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납품하지 않고, 각 지점은 그 동네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골라 납품받을 수 있다. 떄문에 각 지점마다 판매하는 물품의 차이가 있다.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하자있는 상품 파는 거 아냐? 남는 거 파는 거라 그지같은 것만 있는 거 아냐? 하고 생각하기가 쉽다. 나도 사실은 최근까지 맨날 라디오에서 선전하는 것만 들었지 품질 의심이 들어 가 볼 생각은 못 했었다. 자주가는 베이커리 직원이 거기 와인이 잘 고르면 진짜 저렴하고 맛있는게 많더라 얘기하는 것을 엿듣고 한 몇 달 전 용기를 내어 가 봤다. 세상에나, 어떤 물품들은 너무 저렴해서 다시는 일반마트에서 사지 않게 되었고, 현재는 남편과 1-2주에 한 번씩 나들이 가듯이 꼭 꼭 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로서리아울렛의 매력포인트는,


1. 종류도 많고 저렴한 주류코너.

와인(캘리포니아 로컬/인터내셔널 화이트, 레드, 로제, 스파클링) 뿐 아니라 맥주(일반브랜드 맥주, 로컬 브루어리 맥주, 인터내셔널 맥주), 하드알코올(브랜디, 보드카, 메즈칼 등등)이나 칵테일 리큐어 등 종류가 엄청 많고, 가격이 2/3 혹은 절반 아래로 저렴하다. 술 파티를 할 계획이면 최고이고, 그저 술 구경하는 남편을 데리고 가기에도 제격이다. 단점은 빈손으로는 나올 수 없다. 갈 때 마다 남편은 애들 뽀로로 음료수 쥐어주는 것 처럼 무조건 하나씩은 고르도록 눈감아 줘야 한다.


2. 탄산수나 일반음료 득템

미국와서 보니, 여기 사람들은 음료수를 잔뜩 사다놓고 마신다. 정리용품코너에 가면 캔을 쌓아놓는 전용 트레이가 따로 있을 정도. 마트에 가도 콜라, 스프라이트 같은 것을 12개 들이 상자로 흔하게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설탕이 많이 든 단 음료는 잘 마시지 않으려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이 먼 옛날 사무실 근무할 때, '라 크로이' 같은 과일향 들은 탄산수를 무한대로 공급받아 마시던 터라 재택을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집에서도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야 책상에서 일어나서 음료라도 가지러 왔다갔다 한다고 조금이라도 돌아다니기도 하니까. 향 들어간 뽀글이 물 주제에 일반마트에서 사면 생각보다 비싸다. 자주 마시는 라크로이 한 박스는 보통 8개 들이에 5.99-9.99, 카페 같은 데에서 개별로 사 마시면 한 캔에 2~3불씩이나 한다.

그런데 여기는 12개에 4.69! 몇 달 전에는 페리에 탄산수가 한참 쌓여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24개 들이에 10불씩 하고 그랬다. 오른쪽에 저 음료는 현재 아마존에서 12개 들이에 46.31에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서 요즘 한 병에 69센트에 팔고 있다. 12병이면 10불 미만. 1/4 가격도 안된다.


3.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어디 저퀄러티 불량식품만 파는 거 아냐? 하고 들었던 의심은 거두어도 좋다. 일반 마트, 혹은 고급 오가닉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많이 포진해 있다. 가격은 일반 마트에서보다 훠얼씬 저렴하다. 왼쪽사진의 아이스크림들은 모두 홀푸즈나 로컬마트에서 사 먹어 본 브랜드(탤런티 아이스크림 맛있고, 저 통이 은근히 튼튼해서 쓸모있다). 중간 사진은 오틀리 오트밀크로,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블루바틀등 유명 카페에서 우유 대신 사용한다. 보통 오틀리 한 팩은 4-6불 내외인데, 저 날은 99센트(!)에 팔고 있었다. 오른쪽의 유제품 섹션에서도, 일반 유제품부터 아몬드/비건 크리머리 브랜드 (몰크, 쵸바니, 실크, 캘리포니아 팜스)가 다양하게 놓여있다.


4. 보물찾기 하는 재미!

살 때마다, 혹은 가는 지점마다 제품포진이 다르기 때문에, 보물찾기하는 재미가 있다. 요즘에는 한국제품들도 많아서 쟁일 때가 많다. 한국 라면 종류는 항상 있는 편이다 (신라면, 육개장, 불닭볶음면 등등). 저 지점에서는 비비고 찐만두가 종류별로 있길래 집어왔다.

처음 보는 소스, 잼, 고급 올리브오일이나 발사믹식초도 브랜드를 바꿔가며 항상있다. 비싼 올리브 오일이나 발사믹식초는 일반마트에서 한 병에 20불을 넘는 것도 많은데, 여기서 비싸야 10불이면 살 수 있다. 저 날 처음보고 득템한 제품이 좀 많았다. "페루 칠리 잼"을 3.99 주고 사왔는데, 스모키하고 매운데 달달한 것이 꽤 맛있어서 더 사올 걸 하고 후회중이다. '오가닉 캐슈넛코코아버터'도 비슷한 가격에 구매했는데 오잉! 이거슨 누뗄라 맛 아닌가? 첨가물도 많이 안들어갔는데 맛있다니!



이 마트는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베이에리아에 10개가 넘는 지점이 있는데, 왜 그렇게 장사가 잘 되나 했더니,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고 상품 종류도 많은데 안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재미와 저렴한 가격에 정신놓고 잔뜩 물건을 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랑 남편은 보통 그때 그 때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다가 먹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마트에 가면 보통 50불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한 번 갈 때 마다 정신차려보면 카트가 가득 차 있다.


이상하게도 샌프란시스코의 세이프웨이(이마트 같이 큰 식품마트체인)에는 노숙자가 엄청 많다. 누가 'Unsafeway'라고 뉴스 댓글에 비꼬아서 빵터졌던 적이있다. 약은 물론 치약이나 샴푸같은 물건들도 캐비넷이 넣어 잠가놓고, 카트도 주차장에 못 가지고 나가게 해서 엄청 불편하다. 나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으나, 시티 안의 세이프웨이 여러 곳이 그렇다. 세이프웨이가 아니라도, 미국 대도시에는 마트에서 나오는 출구에 앉아서 구걸하는 홈리스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그저 막연하게 '엇 Grocery Outlet'도 그런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을 나도 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렴을 목표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뭐 친절+특별 직원 서비스나 고오급 내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본 지점 여러 곳 모두, 내부가 깔끔하고 물건도 대부분 잘 정돈되어 있었다. 뭐랄까,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이 날의 득템은 아래와 같다. 사진 한 장에 안 담겨서 나눠서 찍어야 했다.

그렇다. 남편은 아까 그 샤카 음료를 12개나 샀다.

총액은 99불 정도. 아까 저 음료 12병들이가 아마존에서 46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갑자기 품질이 좋은 삼겹살을 6불? 7불에, 고급 뿌리채 버터상추를 2개에 3불(!)을 팔고 있어서 저 다음날 저녁은 제육볶음 쌈이 되었다. 오레오는 정말 미국제품처럼 빈칸없이 들었는데 1.99였다.




나는 남들 어디 가서 장보고 포스팅 한 것을 보는 게 재미있다. 어딜 가든 그 동네의 삶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아무래도 매일 먹고 사는 매일이 담겨있는 마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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