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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May 06. 2023

남편이 자꾸 한국 외식물가가 싸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뭐가 이리 추가로 붙는건지



미국에 사는 동안 한국 물가가 미친 듯 올랐다. 대학 다닐 때 먹었던 냉면집이 40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작년인가 가서 먹었을 때 9500원이었다. 작년에 갔을 때 파스타 피자라도 먹을라치면 2만원 씩 했고, 커피랑 케익한조각은 만 4천원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자꾸 한국 외식비가 싸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서울 물가가 얼마나 비싼 줄 아냐고 받아쳐본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의 말이 맞다. 한국외식비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 외식비에 이러저러한 요금이 추가로 붙기 때문이다.

오늘 먹은 테이크아웃 라떼와 케이크의 경우를 보자.

라떼는 $5.5 (약 ₩7250), 케잌은 $9.50 (약 ₩12600) 으로, 각각의 항목만 보면 한국 카페나 비슷하다. 한국이였으면 총 $15 (₩19850)을 내고 끝났겠지만, 여기선 3가지 항목이 더 붙는다.


* 세금(tax)  - 8.625% 붙어야되는데 가끔 어떤 항목으로 분류되는가에 따라 안붙기도한다

* SF healthcare mandate(5%) - 직원 의료보험 비용. 얼마전 법이 통과되어 웬만한 식당에서는 추가로 붙는다. 4~8%.

* Tip - 15~20%. 테이크아웃이면 10~15%, 보통은 18~20%

 최종 지불한 금액은 $18.53 (₩24550). 액면가 보다 $3.53 (₩4700), 23% 이상 (저렴이 아아 한 잔 값)을 더 지불한 셈이다. 이번에는 세금이 커피에만 붙어 이렇지,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25~30% 정도 추가금액이 붙는다. 차라리 이렇게 금액이 적을 때는 괜찮다. 레스토랑에서 $250 정도 되는 식사를 했다면 최종금액은 $325 정도가 나온다.


 팁을 가지고 교묘하게 장난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딤섬을 먹었는데, 팁 란에 5%, 15%, 20% 중에 고르게 되어있길래, ‘이상하네, 보통은 18%/20%/22% 중에 고르라고 하는데’ 생각했다. 그 밑에 Additional Tip 란이 또 있길래, 이건 또 뭐여 팁을 2중으로 또 달래 뭔가 기분이 상해서 15% 선택 후 추가 팁 란을 생략하고 그냥 서명했다.


여기서 잘 봐야 한다. 일반레스토랑에서는 카드 서명할 때 보통 영수증을 3개 주는데,

1) 각 품목내역과 가격이 있는 영수증,

2) 내역은 없고 총액과 택스 정도만 기재되어 있는 팁을 기재하는 영수증 1(식당 보관용),

3) 2번과 같은 영수증 #2(손님용)이다.

보통은 대충 2번 영수증만 보고 팁을 기재하고 서명하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친구랑 대화하고 어쩌다가 1번 영수증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웬걸, 18% Service Charge 가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2번 영수증의 총액에는 이미 팁이 18%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이 1번 영수증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것을 이용해 2번 영수증에다가 팁 칸을 또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아아 이런 장난질이 정말 싫다. 나는 극대노하여 2번 영수증을 박박 분쇄해 찢어버리고 1번 영수증의 총액에 그냥 서명하고 나왔다. 팁을 미리 포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고 어차피 팁은 내는 거니까 미리 공지만 잘 보이게 한다면 20%여도, 아니 30%여도 상관없다. 그저 에잇 걸려라 하고 하는 이런 방식이 정말 텁텁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논외로 또 재미있는 것은, 팁의 %가 어디까지를 포함한 계산이냐는  논쟁이다. 음식의 원가가 200불이라 할 때, 팁이 20%라면 다음과 같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팁의 총량이 바뀐다.

1) 음식 원가의 20% -> 40불. 총액 268

2) 음식 원가 + tax(9%라고 쳤을 때) 의 20% -> 43.6불. 총액 271.6

3) 음식 원가 + Tax(9%라고 쳤을 때) + SF madate(5%) 의 20% -> 45.6불, 총액 273.6

식당에서는 편의상? 미리 %를 계산해 놓고 골라서 체크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많은 경우 위의 3)번으로 계산해 세금이랑 의료보험료에도 팁을주는 꼴이 된다. 아이패드같은 전자기기로 계산하는 경우는 더 좀 그렇다. 직원이 직접 기기를 들고 테이블로 와 서 있어 추천하는 %를 고르지 않고 직접 입력하려면 뭔가 팁 안주려고 용쓰는? 쪼잔한 느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보통은 18/20/22였는데  요즘엔  20/22/25, 심지어 22/25/30도 본 적 있다. 이런 건 좀 나도 기분이 상해서 오히려 팁을 덜 주게된다.


사람들 마다 각자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래야한다!는 법은 없다. 라디오나 티비쇼에서 이야기 주제로 나오면 각자 자기가 믿는 게 맞다고 열올려 논쟁한다. 직원이 친절하거나 홀러데이 기간에는 이와 별개로 더 많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노팁! 같은 것은 사회통념상 하지 않는 듯 하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와 컴플레인 하더라고 최소한의 팁은 준다. 포장의 경우 더 논쟁거리인데, 서비스를 받은 게 없는데 왜 팁을 주냐는 것이다. 다들 뭔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계산시 앞에서 내색은 안 하고, 그냥 자기마음대로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냐고? 캘리포니아의 손으로 금액을 써야하는 음식점에서는 Tax*2 후 반올림 한다. 그러면 대충 음식원가의 18~19%쯤 된다. 다만 이는 Tax율이 낮은 동네에 가면 통하지 않는다. 그 때는 택스나 기타비용을 제외한 음식 값만의 소계의 18%를 계산해서 쓰는 편. 세금이나 기타비용에까지 팁을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테이크아웃의 경우, 야외 의자나 가게 시설을 짧게라도 이용한다면 10-15% 라도 내는 편이다.



판데믹을 지나면서 물가가 더 올랐고, 직원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예로, 샌프란에 유명한 매운갈비찜 집이 있는데 판데믹 전에는 64불이었는데 지금은 80불이 되었다. 최근에 80불 짜리를 주문해 먹고 남은 것을 포장해 최종 가격을 보니 106. 몇불이었다. 판데믹 전과 비교하면 40불 정도를, 현 액면가보다는 32%를 넘게 더 내고 나오는 속은 에스프레소 트리플샷을 들이부은 것 마냥 쓰렸다. 보통 식당의 직원은 팁을 받기 때문에 기본급이 적다고 하고, 그 때문에 팁이나 의료보험 비용이 사용자에게 요구된다. 식당은 어떻게든 직원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높은 팁율을 적용한다. 아마 한국에서 배달 시킬때 뭐가 자꾸자꾸 붙어 총 금액이 커지는 그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여기 배달도 똑같다). 그냥 여기 사회가 그렇게 되었으니 그런 것이나, 이 때문에 한국 외식비가 30% 정도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환율이라도 높아질라 치면 싸게 느껴지는 폭이 더 커진다.




케익은 맛있었다. 커피도 맛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주문하고 총액을 계산할 때 직원에게 맞냐고 다시 물어봤지만, 거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가끔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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