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대로라면 5년도 전에 떠났어야 하는 곳.
계획을 짜며 신이 나서는 며칠의 일정으로 어느 국가에 갈지 루트와 날짜까지 다 정해두고는 티켓팅하기 직전에 미국에 가야 할 일이(그런 또 다른 행복한 일이 있었더랬다) 생겨 결국 그해의 유럽 여행은 단념되었고 그다음에는 코로나가 터져 유럽 여행은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지난한 시간 끝에 드디어 가게 된 유럽. 곧 죽어도 올해는 유럽이다!!! 를 외치며 여름휴가는 유럽으로 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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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홀로 떠나는 해외여행.
오롯이 혼자.
주변 사람들은 내가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할 때마다 매번 놀란다. 혼자서 안 무서워? 하는 염려부터 심심하지 않냐, 그렇게 오래 혼자 가면 안 외롭냐 무슨 재미로 가냐 하는 소리까지. 주로 ‘혼자’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의아함과 염려스러움을 비추곤 한다.
내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길게 여행했던 곳은 미국이었는데 한 달에 가깝게 여행 간 적이 세 번. 그 기간에도 혼자 여행 한 날은 길어야 8일 정도.
그렇기에 나도 이 정도 기간을 모든 일정을 혼자 가는 것이 처음이라 염려... 된 것은 사실 아주 잠깐. 오랜만의 ‘혼자’인 시간에 나는 유럽 여행을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내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그토록 혼자인 시간이라니.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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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떠난 유럽 여행은 총 5개국으로, 영국으로 들어가 벨기에를 거쳐 프라하, 오스트리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헝가리로 끝나는 총 19일의 일정.
유럽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어느 나라를 갈지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했다.
내가 여행을 갈 수 있는 기간은 총 18~20일이었고 그 안에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4개국 정도가 적절해 보였다.
첫 번째로 정한 나라는 체코 프라하.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알폰소 무하의 나라.
두 번째로 정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
역시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나라이자 예술의 나라.
세 번째는 영국.
영국은 뭐, 그냥 ‘영국’이니까요.
이렇게 세 나라를 정한 뒤 구글 지도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려가며 또 어느 나라에 갈지 고민하다가 벨기에 브뤼셀이 중간 루트로 적당한 것을 보고 바로 행선지에 추가했다.
벨기에 감자튀김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제가(프렌치프라이랑은 또 다른 그 맛!).
유럽 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기차로 근교 나라들에 고민 없이 가볼 수 있는 것.
그렇게 4개국을 정하니 며칠이 아쉬워서 어디를 넣을까 뺄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정한 나라가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야경이라지요. 나 또 야경 못 참지. 그 야경 하나로 추가한 부다페스트(그리고 현명했던 나의 선택에 무한한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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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선명하게 써질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19일간의 짧지 않은 여행. 그리고 5개국 6개 도시의 너무나 다른 이야기들. 그것들을 단순히 ‘유럽’으로 묶기에는 모든 곳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매일같이 써두었던 일기와, 매일 몇백 장씩 찍었던 사진들을 교차 대조해 보며 추억을 상기했고, 그렇게 다시 꺼내보는 시간조차 행복했다.
나의 지난 모든 여정이, 심지어 힘들었던 순간들조차 전부 추억이 되었다.
하루가 지나면 이미 그 하루가 추억이 되어있는 여행이었다.
그 여행을 지금부터 함께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