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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l 24. 2024

축하주 #2-20

헤롱헤롱@@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1년 12월 노량진.

회사 동기형들과의 모임일.



쿠궁쿠궁. 쿠궁쿠궁. 

[이번역은 노량진, 노량진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발걸음이 경쾌하다. 헬스를 한 것도 아닌데 어깨가 쭈욱 펴지고, 가슴이 탱글탱글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렇다. 

나는 이제 예비 2주택자다. 



노량진역의 가냘픈 육교를 사뿐사뿐 걸어간다. 매일 노량진역을 지나치며 '저기 노량진 수산시장은 언제 가보나..'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 곳으로 가고 있다. 



오늘의 모임은 동기 모두가 모이는 것은 아니다. 동기회 안의 소모임이라고나 할까. 부자가 될 사람들.





부동산과 재테크에 관심 많은 소수 4명만 따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동기일지라도 누군가는 집값 얘기에 민감하고 불편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노량진 수산시장에 첫 발을 들인다.

음. 비릿한 향기.



향기라는 말이 웃기긴 하지만 이건 향기다. 이렇게 정신없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비릿한 냄새는 소주 맛을 더 돋구워 줄 것이 분명하니까.



오늘의 메뉴는 방어. 시장 아저씨가 팔뚝만한 방어를 들어 싱싱함을 어필한다. 이놈만한 놈은 없다며 연기도 잘 하신다.



"형들 저 놈으로 하시죠. 형들보다도 더 힘이 좋아보이네."



형들도 흔쾌히 OK한다. 우리 형들은 항상 막내인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슥슥석석.

동기형들과 방어 해체쇼를 넋 놓고 바라 본다. 



새빨간 속살이 벌써 군침이 삭 돈다. 얼른 저 방어 뱃살에 소주를 들이키고 싶다. 그러고보니 어제 청주 오짬읍 아파트를 계약하고 제대로 된 축하주를 먹지도 못했다. 



"자! 총각들! 방어 손질 다 됐습니다!"



총각은 무슨. 

나는 유부남이고 여기 형들은 노총각들인데.



어쨌든 방어 손질과 포장까지 모두 끝났다.

그런데.. 이 방어를 어디 가서 먹는다는거지.



"근데 우리 어디가서 먹어요?"



동기 활영이형이 대답한다. 

"아! 허허허 북꿈아 여기 내가 자주 가는 초장 집 있어. 거기 가서 먹자. 전망 좋은 집이라는 곳인데 뷰는 기차 뷰야. KTX, 무궁화호, 1호선 다 다녀ㅋㅋㅋ"



철길 뷰가 뭐가 전망이 좋다는거지. 

이 형 철덕인가.



그렇지만 이 형에게 말 대답을 할 순 없다. 왜냐면 생김새는 러시아 마피아처럼 생겼고 주먹은 또 최홍만과 비슷하기 때문에. 



별 시덥찮은 농담으로 받아쳐본다.

"전망 좋은 집? 그거 야한 영화 아니에요?



활영이형이 장난으로 미간을 찌뿌리며 이야기한다.

"아갈 묵념"



흠칫. 



"넵.."







[ 한 잔 두 잔 술술 넘어 갈 마다 꼬였던 날들이 풀리고 기분이 끝내줘 눈이 풀리고 oh ♬ ]



BGM 마저 완벽하다. 

아니 그런데 한 잔이 아니지.




소주 4병.. 맥주 7병..

현재시각 오후 4시..



꽤 많이 먹은듯 하지만 술은 아직 취하지 않는다. 부자가 될 사람들이라 그런지 생산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아참, 오늘 이 모임은 기연이형도 함께한다. 기연이형이라 함은 한 달 전 내가 포항 아파트 계약하려 할 때 구로역까지 나를 찾아와서 말려줬던 그 동기 형. 



그런데 이 형. 

오늘 좀 취한 것 같다.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져있다. 



"키야~ 조오타! 아 맞다. 북꿈이 너 저번에 포항에 집 사려할 때 식겁했다 진짜. 오죽하면 내가 구로역까지 갔겠냐고."



똥씹.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다. 

그때를 생각하면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그 포항 집 저번보다 1000만원은 더 올라 있거든요? 그때 그냥 계약만 했어도 오늘 여기는 내가 사는건데.''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을 삼킨채 묵묵히 소주잔을 든다. 그리고 잔을 들이댄다. 



짠-


.

.

.


소주 5병.. 맥주 8병..

헤롱.. 헤롱.. 



기연이형의 목소리 톤이 더 올라간다.

"김북ㄱ꿈! 너 진짜 나하테 고마워 해야 해.. 너 그거 포항 사쓰면.. 크닐 날 뻔 했다니까 진짜.."



이 형 조금 취했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아우 저 포항에서 대화 주제 좀 돌려 봐야겠다. 



"형은 그럼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는거에요?"



기연이형이 소주를 한 모금 털어 넣고 이야기한다. 이 형 오늘 죽을라나보다.



"나는 서울에 한 채, 지방 쥐포신도시에 한 채.. 그리고 저기 서해쪽에 땅 조금.."



쥐포신도시?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데 왜 거기에 투자한거지.



"쥐포신도시에는 왜 투자했어요? 거기 깡시골 아닌가?"



기연이형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마저 이야기 한다. 



"분양가가 저렴하기도 하고, 앞으로 서해선 KTX 뚫리면 거기서 실거주 할 셍각도 하고 있숴..  결호ㄴ 하면 거기에 정착하려규우."



아니 여자친구도 없는 사람이 무슨 벌써 결혼생각. 제대로 맛이 갔네.



기연이형도 대화 주제를 돌리려는지 나에게 질문을 한다. 



"북꿈이, 너 요즈메도.. 부동샨에 관심 갖고 쥡보러 다니냐?"



마침 잘 됐다. 



"네. 며칠 전에는 퇴근하다 청주 오짬읍에도 다녀 왔어요."



내 이야기를 들은 기연이형이 소주를 또 한 모금 들이킨다. 그러고는 기특하다는 듯 이야기 한다. 



"너는 대전에ㅔ서 서우울로.. 큼. 출퇴근 하기도 힘들텐데 뭘 그렇게 돌아 다니냐ㅏ.. 안 피곤하냐. 너를ㄹ 보면 언젠가는 꼭 성공해서 부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드러. ㄱㅡ런데.. 항상 뭔가 좀 불안하고 급해보인단 말이지? 오짬읍은 어땠는데.."



혀가 꼬부라져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인정 받은 것 같으니 기분이 좋다. 



큼.

이제는 이야기 해야겠다. 



소주를 입 안에 머금고 가글을 한다. 

그리고는 꿀꺽.. 

심호흡도 한 번.





"저 어제 가계약금 쐈어요."



정적-

그리고 형들 모두 동시에.





"?!?!?!"



뭐 그리 다들 놀라는지. 

하긴.. 이제 막 30세에 2주택자가 된 것이면 놀랄만도 하지. 



"추..축하해!"

"이야. .역시 갓북꿈 쏴리 질러어--"

"하. 내가 이 새키 사고 칠 줄 알았어."



그래도 형들이 이제 2주택자인 나를 축하해준다.

"북꿈이 너 잔 비워! 이모! 여기 막걸리 한 병 주세요!" 



활영이형은 뜬금없이 막걸리를 한 병 더 시킨다.



그러고는 빈 잔에

소주

맥주

막걸리

다 섞은 폭탄주를 제조한다.

진짜 비율 개똥망.



"북꿈이 원샷해라! 원샷 못 하면 집값 떨어진다!!!!!"



장난?

그럴 순 없지.



벌컥벌커러럭.

푸우..





.

.

.



소주 8병.. 맥주 14병.. 막걸리 1병..

앞에 있는 형들이 동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더이상은 무리다..



누가 몸을 땅에서 잡아 당기나.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온몸에는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푸우.

게슴츠레한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문자 한 통을 남겨본다. 사실 아까부터 신경쓰였다.





[ 소장님, 전세ㅔㅔ 세입자ㅏ.는.. 앚직 안 구해져ㅆ쎠여? ]



그리고는 장렬히 전사한다.



푸우.. 푸르르으읍.

우........우웩!!!!!




촤---------아----------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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