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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r 28. 2024

결심 #2-8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쿠궁쿠궁 쿠궁쿠궁.



2호선 열차가 잠실철교 위를 지나간다. 

해질녘 석양이 살짝 비친 한강.

그리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들.



대전에 고작 구축 아파트 하나 샀다고 기세등등하던 내가 참 우습다. 



2호선 지하철 안을 잠시 둘러본다. 아무리 봐도 지하철 안 사람들 중에서 내가 키도 제일 크고 잘생긴 것 같은데.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스스로가 너무 작고 초라한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다 잠시 자기 연민에도 빠진다.



'참.. 내가 뭐 때문에 지금 이렇게 대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며 빡세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출근 전에 이런 강의까지 듣고 말이야..'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질랑 말랑 하는 사이 열차가 성수역에 정차한다. 



! 아차차.



환승을 하기 위해 허겁지겁 내린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렇듯 나에게 나약해질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다음 날.



무슨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도 모른채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한다. 



아니지. 아직 완벽하게 퇴근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이르지.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대전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터벅터벅. 너덜너덜.



그래도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퇴근하는 기분은 정말 좋다. 역행자가 된 기분.






서울역으로 가는 1호선 안에 아침 햇살이 조금씩 들어온다. 살며시 눈을 감아 본다. 어제 2호선 지하철에서 끝내지 못한 생각을 마저 끝내야겠다.



'나 뭐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거지'



부자는 되고 싶은데 무엇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은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좋은 차를 갖고 싶은 것도 아니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중에 기부를 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

.


아른아른. 

몽글몽글.


.

.



그때, 정말 보고싶은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제야 내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 하나 믿고 결혼해 준 내 와이프. 



프러포즈할 때 "내가 항상 풍족하게 해 줄 수는 없어도 가정에 웃음이 끊이는 날은 없도록 할게" 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 정했다. 

나의 목표.





"2031년, 우리가 40세가 되는 해에 와이프를 퇴직시키자. 와이프의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





삑삑삑삑-삑- 또로로로롱.



"와이프! 나 왔어!!"



콩알만한 눈, 높진 않지만 오밀조밀 예쁘게 생긴 코, 살짝 말려 올라가 있는 입술, 아름다운 웃음 속에 번쩍이는 금이빨. 



고작 하루 못 본 것이지만 와이프의 얼굴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진짜. 예쁘다.



논산 훈련소에서 힘들게 훈련하고 이제 막 엄마 얼굴을 본 훈련병 같은 모습으로 와이프에게 이야기한다.



"헥 헥. 나 어제 강연 다녀오고 나서 목표가 생겼어. 여보 일 다니기 힘들다고 했지? 나만 믿어. 내 목표는.. 여보를 40세에 은퇴시키는 거야. 딱 10년 남았다. 그런데..."



그런데라는 말에 와이프가 살짝 쫄은듯 하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일단 아끼고 살아야 해.. 짠테크..! 우리 냉장고에 뭐 있지?"



와이프는 갑자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어리둥절 한 표정이다. 그래도 본인을 은퇴시켜 준다 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와이프의 표정이 근엄해지더니 지휘 사령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고는 우리 집의 식량 현황을 브리핑 해주며 나의 계획에 동참한다. 



"왼쪽 서랍장에 추석에 들어온 참치 세트 하나! 그리고 그 안 쪽에 김 세트 하나! 그리고 오른쪽 서랍장에 스팸 세트 세 개! 이상 번호 끝."



완벽하다. 당장 전쟁이나 재난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듯한 듬직한 식량들. 





그래. 

이제 본격적인 짠테크로 종잣돈 좀 모아볼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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