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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Apr 30. 2024

임장.. #2-10

실행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여러분!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행동하셔야 해요.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이 영상이 도움이 되었다면 구독과 좋아요..."



[닫기]

딸깍.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겠다. 매번 유튜브로 돈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눈도 침침하고 귀도 멍해진듯하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짠테크를 하면서 꾸준히 부동산 공부를 해왔다. 각종 유튜브, 책, 정책 뉴스, 단톡방 정보들까지 빼놓지 않고 메모했다. 



처음에는 아실, 호갱노노, 네이버부동산 등 부동산 관련 앱들도 사용하기 어렵고 버거웠는데 이제는 어느 앱에 무엇이 잘 되어있는지 모두 파악이 끝났다. 



입주물량, 미분양, 전세가율, 매수심리, 거래량, 대출 규제, 부동산 세금 등도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한다. 



공부한 바에 의하면 미분양도 아예 없거나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야 하며 향후 입주 물량도 적어야 한다. 또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투자금이 적게 드는 지역, 즉 갭이 붙어있는 지역들이 투자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 많이 오른 집값으로 인해 부동산 관련 세금이 징벌적 수준이다. 다주택자의 경우는 취득세만 12%를 넘게 내야 한다고 한다. 3억짜리 집을 사면 취득세만 36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맨날 토하기 직전까지 스팸만 먹어가며 짠테크 했어도 취득세 낼 돈밖에 못 모은 셈인 것이다. 으.



그런데 그런 정부의 규제에도 빈틈이 있나 보다.



최근 들어 유튜브나 단톡방, 블로그에는 그런 허점을 노린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각종 투자처들. 공시지가 1억 이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억도 되지 않는 집들은 다 이유가 있을 건데 저걸 투자한다고? 



아니다. 나도 해봐야 하나?

아유 머리 아파.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가 더 편한듯하다. 새로운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니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책이나 유튜브에서는 계속 행동하라는데,, 난 뭘 행동해야 하는 걸까.



음.. 



아..! 임장! 임장이라는 것을 한번 가보는 거야.

그런데 어디부터 가지?



호갱노노 앱을 켜서 대전 바닥을 한번 싹 둘러본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 차이도 한 번씩 봐주고. 



오 여기..! 

지금 트렌드랑도 잘 맞는 것 같고..

조..았쒀!!









착착착 척척척 두둘두둘.

세상 남자답게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른다.



콕콕. 쳐발쳐발.

화장티가 별로 나지 않는 적당한 커버력의 비비크림도 얼굴에 발라준다. 나란 남자, 관리하는 남자.



위이이잉- 쉬이이잉- 뽕긋.

슥슥슥 착착 버버버버벅.

취이이이익- 칙칙



드라이기로 앞가르마에 뽕을 잔뜩 넣고 왁스를 적당하게 덜어 무심한 듯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마무리는 초강력 스프레이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하나.

그래 이거야. 



검은색 니트에 검은색 슬랙스. 거기에 검은색 코트를 살짝 얹어준다. 올블랙 패션. 



마무리로는 알 없는 검정 뿔테안경에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린다. 



완벽하다. 





임장 갈 준비 끝.

부동산 들어갈 준비 끝.



성공한 투자자 같군.

오늘 존나게 멋있네. 







대전 동구의 공시지가 1억 이하 어느 아파트.



저벅 저벅 저벅. 



'음 바로 옆에 초등학교도 있고, 세대수도 많고.. 적당한 상권에 괜찮은 교통편까지. 꽤 괜찮은 단지군?'



유튜브 봉급쟁이 부자들 TV에서 보니까 이 동네에 아이들이 얼마나 사는지 보려면 유모차 개수를 세고 다니라고 하던데, 그거까진 못하겠다. 대신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삐걱. 삐걱.



모래바닥에 삐걱삐걱 소리 나는 그네, 거기에 빛바랜 시소까지. 전형적인 90년대 놀이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놀이터에 오니 유모차가 꽤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유모차의 주인이 아이들이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놀이터에 아이들은 없고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이다. 한쪽에서는 읏쌰읏쌰 등나무에 허리 마사지를 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하하 호호 윷놀이를 하고 있다. 



이야 저 할아버지는 윷 진짜 얍삽하게 던지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어쩄든 놀이터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듯하다. 



'하긴. 학군이 좋은 동네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굳이 대전 외곽의 이 낡은 아파트에 살 이유가 없지.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가격만 오르면 되는 건데. 게다가 여기는 요즘 핫한 공시지가 1억이하 아파트잖아. 투자자들이 들어오며 가격이 살짝 오르면 나는 팔고 나오면 되는 거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아파트 상가로 옮긴다. 

상가에는 부동산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왕대박 부동산], [주공 부동산], [119부동산] 

이름도 다 제각각이다. 일단 부동산 앞을 슥 지나가본다. 



흘깃. 



유리창 너머로 공인중개사들의 인상을 미리 살펴본다. 심술궂게 생긴 아저씨, 보라색으로 염색한 아줌마 부동산 이름만큼 생김새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렇게 모든 부동산 앞을 스쳐 지나간다. 이제 한군데 골라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뭔가 이상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 감정은 학창 시절에 조퇴하기 위해 교무실 들어갈 때 느껴본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편의점에서 음료라도 하나 마시고 들어가야겠다. 



치익- 똭. 



콜라 한 캔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꺼억-



자 이제 준비됐다.

저기로 들어가 보자..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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