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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Jun 26. 2023

자연의 아름다움

골프장이 자연이야?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할 때, 골프를 같이 치자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평소 뛰어서 땀이 나는 상쾌한 느낌을 좋아해서 골프같이 정적인 운동에 관심이 없을 때라, 골프가 왜 재미있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제 질문에, 친구는 골프를 치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난 전공이 생태학이라 숲에서 매일 연구하는데 노는 것도 마저도 숲에서 하는 것이 무언가 과도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그 제안을 거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친구에게 말은 못 했지만, 솔직히 제 뇌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골프장이 자연이야?"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두메산골의 숲을 헤집고 다니거나, 측정과 조사를 위해 길이 없는 곳에 들어가서 조사를 하거나, 솔방울에 맞아서 죽지 않기 위해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하는 숲(주: 사탕소나무(sugar pine)나 제프리소나무 (Jeffrey pine)의 솔방울은 종종 길이가 50cm가 넘고 무게가 수킬로에 달합니다. 이러한 솔방울이 40미터 이상(건물 14층 이상의 높이)의 높이에서 머리에 떨어지게 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숲에서 일을 하려면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합니다)에서 일을 했던 저에게는 골프장은 유락시설이지 자연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골프장은 숲을 파괴하고 만드는 것이고 많은 제초제와 비료로 환경과 자연을 훼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친구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럼 자연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반적으로 '자연'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간이 없을 때 존재했던 자연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인간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산, 바다, 강과 같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을 지칭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도덕경에 나와있는 '무위자연 (無爲自然)'과 같은 개념으로 어떤 것의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뜻하는 말로써, 인간사회와 대응하여 인위적이지 않은 것을 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것 같습니다. 또는 동서양의 문화와 개념이 서로 섞이면서 서양의 nature를 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nature는 라틴어 natura("낳아진 것")에서 나온 말로써 본성이나 어떤 것(예: 우주, 인간)의 본질을 가리킵니다. 동아사전에 의하면 nature는 "자연, 천지만물, 자연계, 전우주, 창조주, 성질, 천성, 본질, 특질, 특징, 인간성, 종류,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연의 모습, 본연의 힘, 활력, 체력, 그리고 육체적(생리적) 욕구" 등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그냥 큰 생각 없이 사용했던 '자연'이란 단어 하나도 매우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휴양림을 연구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하나의 딜레마가 늘 존재한다고 합니다 - 사람들이 "자연"을 보고 싶어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상태는 오히려 싫어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놓으면 사람들이 휴양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자연이란, 위의 많은 정의 중, 사람들의 영향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생각(관념)과 기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슬프게도 이러한 불일치는 산불이나 홍수 등의 피해복구나, 환경보호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에도 종종 나타나서, 복구나 정화활동이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관리가 되지 않은 자연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일정 부분 관리를 한 공원을 자연이라 여기고 즐기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이지요. 또한 국립공원이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공원이라는 것이 아름다운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목적임을 생각해 보면, 관리가 안되어 있다고 불평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국립공원(National Park)이나 보호구역에서 불이 경우, 불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를 위험이 있지 않은 이상, 불이 타도록 그냥 정도로 인위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와 비슷한 딜레마가 생태학에도 존재합니다. 과거의 많은 연구가 인간의 교란을 받지 않았다는 가정을 하고 공간적인 영향을 배제한 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인간의 교란이 없다는 가정이 그리고 종간의 영향을 배제하는 가정의 문제점을 점점 더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개체군 생태학, 군집 생태학, 경관 생태학의 순서로 새로운 생태학 개념들이 나왔습니다 (주: 뒤에 나온 학문이 더 나은 학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개념이 더 후에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영향이 너무나 커진 지금에 와서는 다시 "자연"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영향의 받지 않는 곳이 지구상에 더 이상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한 명 살지 않는 남극이나 깊은 바다 속도 인간의 영향이 많이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시나요?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에 익숙하신가요? 그 두 아름다움을 정말 구별할 수 있으신가요? 저희가 자연을 보호하기 전에, 환경을 보호하기 전에, 정말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은 무엇인지, 자연이나 환경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연보호는 그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제 첫 번째 글 "생태학의 제일 친한 친구가 경제학이라고요?"에서 설명드렸 듯, 환경과 생태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친환경적(environment-friendly)인 것이 매우 친생태(non-eco-friendly)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고, 저희가 친환경을 하는 것이 때로는 지구 생태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저희의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할 마음가짐이 되었을 때에만 저희가 이 지구 생태계를 저희의 후손들에게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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