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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Sep 18. 2023

미스터리 서클

풍요의 빈곤 - 질소이야기

북미에서 자기 집을 가지고 있으면, 마당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뒷마당은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덜 써도 되지만, 앞마당을 관리하지 않으면 이웃에게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또한 법으로 잔디의 키가 일정 높이 이상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시들도 많이 있어서 잔디를 주기적으로 깎아서 관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잔디를 잘 관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 마당의 잔디를 관리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옆집의 잔디가 우리 집 잔디보다 더 푸르러 보인다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뜻)'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잔디를 관리해 주는 업체들이 광도도 많이 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업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자기 집의 잔디를 직접 관리할 때,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클로버와 민들레입니다. 클로버는 잘 자라기도 하고 뿌리가 줄기에서 나오면서 옆으로 금방 크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잔디를 죽게 만들어서 골치가 아프고, 민들레는 깊게 뻗은 뿌리 때문에 없애기도 힘들고 매년 봄마다 수없이 많이 날아다니는 홀씨 때문에 많은 수의 민들레가 마당 여기저기에 자라서 골치를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뿌리와 잎이 촘촘히 자라서 민들레가 뿌리를 내릴 자리를 없도록 하는 잔디 종자가 각광을 받기도 하고, 이러한 품종 개량이 큰 사업이 되기도 합니다.




클로버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아마도 학교를 다니시면서 콩과 식물과 질소 고정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을 들어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로버가 이 콩과 식물 중 한종입니다. 대기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는 아미노산이나 DNA와 같이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 영양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의 성장에 가장 부족한 원소입니다. 왜냐하면 대기 중에 기체로 존재하는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대기 중에 있는 질소가 너무 안정적이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조금은 더 불안정한 형태의 질소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식물이 질소를 흡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질소는 자연상태에서 번개와 같은 물리적인 인자와 콩과 식물들과 같은 질소 고정 식물, 그리고 질소 고정 미생물을 통해서 식물체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질소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흡수할 수 없는 상태의 기체 질소를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데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콩과 식물의 경우 이렇게 질소 고정을 하는데 높은 비용을 내기로 결정해서 영양소가 부족한 곳에서 상대적인 이점을 갖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이것도 식물의 생존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에 공짜는 없다는 말의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과 같은 나라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질소비료를 만드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질소 비료의 부족으로 식량생산이 부족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기 조금 옆으로 샜지만, 이렇게 클로버는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서 토양에 사용 가능한 질소의 양을 늘려주기 때문에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 토양은 질소가 많이 부족한 토양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클로버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클로버를 뽑아 주어도 잔디가 자라서 그곳을 메꾸어주지 못하고 다시 클로버가 그곳을 덮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클로버가 자라는 곳은 질소가 부족해서 잔디와 클로버와의 경쟁에서 클로버가 이긴 것이고, 주위의 잔디가 자라는 곳은 질소가 충분해서 잔디가 클로버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클로버의 뽑아주지 않더라도 토양에 충분한 질소비료를 주면 자연스럽게 클로버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잔디가 차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물도 충분히 주시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하지만요. 


위의 표지 사진은 산책을 하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한 줄로 잔디가 웃자라 있고 또 주위의 다른 잔디보다 더 초록색인 거 보이시죠? 많은 경우 손으로 비료를 뿌려서 생기는 자국입니다. 비료가 고르지 않게 뿌려져서 주위보다 많은 질소를 받은 잔디는 주위보다 더 녹색이고 (엽록소가 많고), 그에 따라서 높은 생장량을 보여주게 됩니다. 주위의 잔디와 확연한 차이를 보실 수 있으시죠? 이렇듯 질소는 식물의 광합성에도 또 (당연하게도) 생장에도 중요해서, 더 많은 질소를 흡수한 나무는 더 짙은 녹음을 자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알파파 잎의 질소 농도는 3-5% 정도이지만, 캐나다 북쪽에서 자라는 로지폴 소나무 잎의 질소 농도는 1%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은 알파파가  로지폴 소나무보다 더 빨리 자라겠지만, 키우긴 더 힘들겠구나라고 금방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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