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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Jan 08. 2024

전기자동차에 대한 생각들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인가요? 

(벌써 2024년이 밝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즐겁고 복된 한 해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생태학자인걸 주위분들이 다들 아시는지라 환경이나 자연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테슬라 등, 전기자동차가 큰 화두가 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 답변에 한계가 있겠지만, 생태학자의 관점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제 생각들을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질문)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인가요?

 

(어쩔 수 없이) 먼저 질문에 대해서 한 번 더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전에 여러 번 말씀드렸던 내용이라 제 글을 쭉 보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제 이전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는 'eco-friendly'라는 단어와 'environment-friendly'라는 단어를 모두 친환경적이라고 번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 두 단어는 하늘땅만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자동차라는 물건 자체가 '친생태적 (eco-friendly)'일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생태계에 위해를 가하게 됩니다 - 만약 위해가 과도한 표현이라면 생태계가 견디기엔 너무나 버거운 커다란 짐이자, 생태계의 균현을 위협하는 인자라고 순화해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동차는 생태계를 조각내는 도로를 필요로 하고, 이 도로는 이전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보존되었던 많은 곳을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고 오염되게 만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스프롤 현상 (urban sprawl: 도시 개발(예: 주택가)이 근접 미개발 지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일으켜 도시의 주위 자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도시 스프롤 현상은 도시인의 출퇴근 거리와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려,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악영향을 유도합니다. 그 외에서도 자동차가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 짧은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렇기에 전기 자동차는 절대로 eco-friendly일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친환경적이라는 말은 '친생태적 (eco-friendly)'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environment-friendly'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답변을 드리면, "전기자동차는 친환경적일 수 있고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인간의 생활공간에서 오염의 농도를 낮게 하는"라고 설명을 하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오염이라는 것은 %이나 ppm과 같은 농도단위로 표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번쯤 물이 오염되어 어떠한 물질이 몇 ppm이라는 기준치를 넘었다와 같은 신문기사를 읽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하셔야 하는 것이 어떤 특정한 물질의 존재가 반드시 오염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은과 같은 인체에 유독한 중금속이라도 그 농도가 낮으면 인간에게 무해하고, 산소처럼 유익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물질이라도 그 농도가 일정량 수준 이상되면 인간에게 유해하게 됩니다. 평균적으로 흙에는 0.03-0.1ppm 정도의 수은이 들어 있지만, 그 누구도 이런 토양들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인체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나무나 흙에 수은이 많이 들어 있지만, 이러한 경우 수은 오염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동차에 의한 대기 오염이라는 말은 아마 모든 분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신 이야기 일 것 같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배기가스에서 배출되는 질소 산화물들(NOx: 녹스)은 도시의 대기를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물질들이며 이에 의한 직접적인 대기 오염뿐만 아니라 이에 의한 토양 산성화는 현대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러한 질소 산화물들을 직접적으로 대기에 배출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매우 집중되어 있는 도시에서 전기차의 이용은 질소 산화물과 같은 오염물질 농도를 감소시키는, 인간의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라는 인구와 오염물질의 배출이 밀집된 곳에서의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도시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전기차는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본다면 저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기차는 소위 말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 친환경을 가장한, 하지만 친환경 적이지 않은)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1) 배기가스를 통한 탄소배출

많은 글들이 전기차는 전기를 이용하기에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넷제로 (net zero)로 향해 가는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전기 자동차는 전기로 운행을 하고 전기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니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정말 전기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까요?


많은 통신매체에서 환경을 위해서 전기를 아껴야 한다, 전기를 아껴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 전기차를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미 탄소가 배출됩니다.  한국의 경우 전기 1 kWh를 생산하는데 478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1 kWh로 5km를 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전기차는 1km를 가기 위해서 9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소형차가 1km당 10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가 이미 휘발유 차량의 90% 정도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m.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305080300055#c2b). 그런데, 전기차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기차는 이미 만들어진 전기를 전지에 충전을 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ADAC에 의하면 전기차는 충전 중에 10에서 25%에 이르는 전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10%만 잃어버린다고 해도 이를 보정하면, 전기차가 1km를 가기 위해서 105.6g의 이산화탄소를 이미 배출하는 것입니다.


(2) 전기  

현재 한국에 등록되어 있는 내연기관 승용차는 수는 2천만 대가 넘고, 그들을 위한 주유소는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바뀐다면 전기 자동차를 위한 충전소도 최소 1만 개 정도가 생겨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이 됩니다. 각 충전소에서 10대의 차량이 급속충전(한대당 50kW, 테슬라 60.5-112 kWh)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각 주유소에는 최소한 500 kWh의 전기가 공급되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이를 1만 개의 주유소로 곱하면, 5 GWh의 전력이 이들 충전소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차의 충전속도가 휘발유 차량의 주유속도보다 늦어 충전소당 대수가 많을수도 있고, 급속충전이 100kW 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예시이므로 단순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24시간으로 곱하게 되면 120 GWh가 됩니다. 현재 한국의 총 전력 생산이 하루에 1,629 GWh 임을 고려했을 때, 승용차 충전소에 보내야 하는 발전량이 총발전량의 7%가 넘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현재 1년 동안 한국의 수력발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7,256 GWh (하루 평균 약 20 GWh) 임을 생각했을 때, 얼마나 엄청난 양의 전력이 이들 충전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추가적으로 발전소를 건설과 기반시설을 건설을 요구하게 만들 것이고, 이러한 건설들은 추가적으로 탄소를 배출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배출될 탄소 역시 전기차의 탄소발생량에 추가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도달한 전기들은 충전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유휴 전기로서 사라지지만, 그것까지 설명하게 되면 너무 길어져서 일단은 넘어갑니다.)


(3) 자동차의 무게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400-500kg 정도 무거워집니다. 엔진이 없어지지만 배터리의 무게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무거워지게 됩니다. 이렇게 무거워지만 그에 따른 사회 기반시설의 변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차가 400kg 무거워지게 된다면, 모든 교량과 주차시설, 그리고 도로의 하중 요구량이 달라지게 되고, 이때문에 많은 사회 간접시설들이 더 튼튼하게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럴 경우, 많은 멀쩡한 시설들을 부수고 다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설보다도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기반시설이 문제가 있어서 재시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낭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추가적인 탄소배출량 역시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에 추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무게는 단순히 탄소배출량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무게가 450kg 씩 올라갈 때마다 자동차 사고자의 사망률은 47%씩 올라가게 됩니다 (https://www.axios.com/2023/04/28/evs-weight-safety-problems). 다시 말해서 일반 내연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꿀 때마다 사망률이 50%가량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에서 오는 사회비용은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고, 전기 자동차가 사람에게 더 유익한 (=친환경) 변화가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4) 전기차 재료의 문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와 모터를 만드는 데는 리튬과 코발트 등의 중금속과 희토류가 들어갑니다. 이러한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하는 과정에서는 유해한 부산물이 매우 많이 나오고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합니다. 또 이러한 채굴 과정은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필요로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매우 많은 양은 탄소가 대기로 방출됩니다. 특히나 희토류는 이름과 다르게 지각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방사능 오염 등의 문제로 많은 선진국이 채굴을 꺼리는 물질들입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코발트의 70%가 중앙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된 10곳 중 하나로 꼽히는 카탕가 지역에서 채굴된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OeH7GW0M8). 이 지역의 젊은이들과 아동들은 한 달에 150달러를 받고 보호장구 없이 맨손으로 하루 12시간씩 중금속인 코발트를 채굴합니다. 예상하시는 데로 채굴장에서 나온 독성물질이 지하수와 함께 강물로 흘러들어 물고기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주위의 지역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전기차가 늘어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될 것이고, 개선된 환경에서 채굴한다면 전기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질 것입니다. 이미 비싼 전기차가 더 비싸진다면, 소비자는 외면을 하겠죠. 어쨋든 현재 이렇게 채굴된 재료들을 사용하는 전기차를 친환경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5) 처치 곤란한 폐배터리

많은 중금속으로 이루어진 폐배터리는 유독물질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그린피스는 2030년에 전 세계 폐배터리 배출량이 연간 약 1,2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계획처럼 모든 차량이 전기차량으로 바뀐다면 그 양은 이 예측치의 수백이나 수천 배에 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의 교환주기가 10년여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문제는 지속될 것입니다.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이러한 폐배터리 처리 시 발생되는 비용 (탄소배출, 환경오명)은 모두 전기차의 비용이 될 것임으로 전기차의 탄소발생량은 또 추가됩니다.


(6) 탄소정책 실효성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재영 연구원께서 매우 잘 설명하셔서 그 부분을 그냥 옮겨 놓겠습니다. - “전기차 중심 탄소대책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전기차 450만 대를 보급하는 데는 구매보조금만 최소 45조 원, 최대 90조 원이 소요된다. 반면 1000만~2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1대가 감축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127㎏ (주: 전기차는 1km = 96g, 내연차가 1km=106g로 계산 시). 450만 대를 전부 합해도 연간 57만 t 수준이다. 수송 부문 감축 목표량의 1.5%이다. 대략 이산화탄소 1t을 감축하는 데 약 8000만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참고로, 자전거 이용자 한 사람이 절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3000㎏으로, 450만 명이 자전거를 타면 1350만 t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1t의 배출권가격은 약 1만 3000원이다. ‘배출권을 사는 것이 6000배쯤 나은 선택’인 것이다. (https://m.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305080300055#c2b)”




생태적으로 보면 인류는 늘 비용의 발생이 높은 에너지로 이동했습니다. 원시의 인류는 집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풀과 나무를 연료로 이용했으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무게대비 열량이 더 높은 숯, 석탄을 차차 연료로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료를 채굴하고, 성형하고, 배달하는데 드는 비용은 과거에 사용했던 에너지원보다 늘 높았습니다. 석유도 그렇고, 원자력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인류의 주거환경이 밀집되면서 그리고 경제 효율의 가치가 삶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으면서 생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한 단계 넘어가면 언제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수력발전에서 물의 위치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한 인류의 발전 과정을 생각했을 때, 화석 에너지인 석유보다 전기에너지를 쓰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이 듭니다. 제가 왜 그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든지 열심히 설명했지만, 제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고 지면의 제약이 있는지라 충분히 독자분들을 설득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전기차에 대한 제 관점이 독자분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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