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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Apr 02. 2024

짠지쪽처럼 절약하는 30대 백수살림


퇴사를 생각하며 절약을 시작했다



나는 20대에 취업을 하고 나서 만성이 되어버린 회사 스트레스를 소비로 분출시켰다.

한 달을 뼈 빠지게 일한 대가로 받은 월급으로 온갖 잡동사니를 사 날랐고 매주 놀러 다니거나 술을 마시며 순간적인 위안에 취해 흥청망청 살았다.


쾌락에 중독될수록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했고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 같은 끝없는 목마름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이 회사를 오래는 못 다니겠다, 언젠간 여길 떠날 것 같다'는 강력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절약을 하게 됐다.


언젠간 줄어들 수입에 대비해서 미리 씀씀이를 줄여 나갔다.

 덕분에 백수로 살고 있는 지금도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지내고 있다.







백수의 절약방법



나에게 절약은 그냥 생활이며 습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다양하게 절약을 하고 있다.



1. 돈 안 들이고 운동하기 : 헬스장에 천국의 계단이 있다면 나에겐 진짜 계단 타기가 있다. 요새는 PT센터나 헬스장을 다니는 대신 계단을 두 칸씩 빠르게 올라가며 운동을 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면서 캐시워크의 캐시를 모아 음료로 바꿔먹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헬스장이나 저렴한 운동프로그램도 애용한다.



2. 안녕하세요 체험단입니다 : 블로그 체험단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 외식뿐 아니라 숙박, 원데이클래스, 헤어, 운동, 공간대여, 레저, 심리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홍보를 해주고 체험을 즐긴다.


외식체험을 주로 하고 있고, 30만 원 상당의 펜션 체험에 선정되어 알뜰하게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백수가 되고 나서는 셀프로 머리를 자르곤 했었는데 체험단을 통해 다시 미용실을 다니게 됐다.

애드포스트 수익도 생기고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정말 경제적이고 재밌는 취미생활이다.



3. 당근이세요? : 필요한 게 생기면 당근 같은 지역중고거래를 먼저 찾아본다. 알림 설정을 해뒀다가 무료 나눔을 받거나 저렴하게 올라온 상품을 구매하곤 한다.



(좌) 당근을 통해 무료 나눔 받은 행거, (우) 셀프로 머리 자르기. 생각보다 할만하다!



4. 옷을 산게 언제더라 : 옷은 거의 사지 않고 최대한 있는 것을 이용하며 가족들과 바꿔 입기도 한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구매한 것 같은 기분을 마음껏 누린다. 그러고 나면 뭘 사고 싶었는지 잊고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만 산다.



5. 가계부 작성 : 가계부 어플을 이용해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니 내 소비패턴을 파악할 수 있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6. 자원을 소중히, 나와 우리를 위해 : 모든 자원을 내 것처럼 소중히 생각하고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양치할 때는 컵을 이용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생수병이 나오지 않도록 집에 정수기도 설치했다. 음식포장 등으로 부득이 일회용 용기가 생기면 쓸 수 있는 것은 몇 번 더 쓰고 비닐봉지는 모아뒀다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사용한다.





절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절약하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이어가며 생활화하는 것이다.

나에게 절약은 수입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궁상맞은 일이 아니라, 건전하며 재밌고 뿌듯하기까지 한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건강하고 야무진 나의 생활습관을 스스로 칭찬하며 즐기게 됐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지속할 수 있었다.








낭비의 역습 : 내가 버린 쓰레기는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KBS 다큐, 오늘 당신이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캡처 : 어마어마한 옷무덤, 이러다가 정말 무덤이 되지 않을까 무섭다.


우리는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생각하면 벌써 두려워진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는 누구도 부정할 없을 만큼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가 무심코 낭비하고 버렸던 것들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식량위기가 찾아왔고, 폭염으로 온 지구가 타들어가고 화재가 빈번해졌으며, 비정상적으로 혹독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기후위기는 식량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망가져가는 지구에 일조한 한 인간으로서의 죄책감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되어 절약을 더 열심히 실천하게 됐다.






행복하고 건강한 짠지쪽이 될 테다


유퀴즈 기안 84편. 무소유마저 소유하려는 탐욕을 느꼈다는 기안 84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무소유마저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은 강박을 만들기가 쉽다.


나는 절약을 강박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화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약은 하되 인색해지지는 않도록 마음을 넉넉히 갖는 게 중요하다.

절약을 이유로 극도로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꼭 챙겨야 할 것을 외면하며 남에게 억지로 절약을 강요한다면 그 마음이 강박이 되면서 현타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너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내가 백수탈출을 하더라도 절약하는 습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절약의 이유가 돈을 아끼기 위해서도 있지만, 지구를 생각하고 나 자신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터젼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나는 아끼고 절약하며 알뜰하게 사는 나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게 짠지쪽같은 이 생활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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