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퍼스널 브랜딩 아닐까? 나를 전시하고, 알리고, 소개해서 나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거지. 연예인도 그렇고 셀럽들도 마찬가지고. 내가 글을 쓰고 올리는 것도 퍼스널 브랜딩의 하나일지도 몰라. 내 글 속에는 아무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 내용이 많이 담기니까. 이런 중요한 퍼스널 브랜딩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플랫폼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애용하는 인스타그램이야. 내 피드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데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지. 깜찍하고 귀여운 게시물을 많이 올리는 사람은 그런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다가올 거고, 감성 있고 차분한 게시물이 많다면 다들 그 사람을 직접 보지 않아도 그런 성격의 사람이겠거니~하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나도 내 피드를 좀 나답게 꾸미고 싶었거든.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내 감성대로 게시물을 올렸다가도, 너와 함께한 사진을 올리는 순간 내 피드는 그냥 귀엽고 조금 오글거리고 사랑이 넘치는 럽스타그램으로 바뀌지 뭐야. 내 감성에 너 한 방울 떨어졌을 뿐인데 이렇게도 파급력이 크다니. 너와 만난 이후로 내 피드의 감성은 포기한 지 오래야. 감성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한번 흐뭇하게 웃고 나면 나는 그걸로 충분해.
사람들이 이제 나를 떠올릴 때 자연스레 너도 함께 떠올려. 그게 참 신기해. 선물을 받을 때도 너와 함께 먹으라거나, 같이 쓰라는 문구와 함께 선물을 건네. 나를 떠올릴 때 너도 함께한다는 건 네가 가진 맑은 웃음과 눈빛을 같이 떠올린다는 말이니까. 나야 영광이지 뭐. 내가 조금 흐려지고 그 자리에 네가 들어오는 게 싫지만은 않아.
이번에 너희 집에서 다 같이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본 순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너희 가족에게는 우리 가족과는 조금 결이 다른 유쾌함이 있어. 예를 들면 네가 춤을 추면 아버지도 같이 일어나서 정체 모를 춤을 추시고, 아버지가 춤을 출 때 너도 옆에서 그 춤을 똑같이 따라 하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와, 어머니와 형과 형의 애인은 정말 배꼽이 빠져라 웃어.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너희 가족을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돼. 그 호탕한 웃음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돼.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 너의 맑은 눈빛을 이해할 수 있어. 아버지의 웃음과 유머 감각, 어머니의 단순함과 귀여움을 네가 그대로 물려받았더라고. 너희 가족과 함께라면 어떤 순간에도 나도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번에 축구를 볼 때도 아버지가 자꾸만 일어나서 긴장을 감추지 못하시고 거실을 뱅뱅 돌아다니셨잖아. 그러다 어느새 우리도 일어나서 다 같이 거실을 뱅뱅 돌았지. 강강술래도 아니고 꼬리 잡기도 아닌 이상한 동작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 정체도 알 수 없고 목적도 알 수 없는 그 뱅뱅 돌기를 내 인생의 명장면 중에 하나로 꼽고 싶을 정도야. 우리의 간절한 응원이 닿아서였을까, 결국 우리나라는 2대 1로 승리를 거머쥐었지. 정말 완벽한 밤이었어.
이번에는 나의 바람대로 너의 얼굴을 오래오래 봤어. 아니 사실 네가 내 얼굴을 오래오래 봤어.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볼 때 너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그거 알아? 나를 바라보는 네 눈이 조금 촉촉해진다는 거. 오랜만에 볼수록 우리는 서로를 더 오래 바라보고 있게 되는데 난 그게 좋아. 함께 있어도 함께이지 못한 순간들이 가끔 있잖아.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지. 함께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최대로 우리는 함께여야 해. 이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또 오래 못 볼 테니까.
네가 너의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어. 군대 안의 부조리와 상사와의 관계, 동기들과의 관계 문제가 제일 스트레스라고. 왜 그렇게 다들 불만이 많고, 서로를 욕하고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덧붙였지. 아마 우리가 앞으로 나갈 사회는 더할 텐데 괜찮을까? 나야 그렇다 쳐도 우리 예진이는 견딜 수 있을까? 흠 글쎄. 아마 많이 힘들겠지.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네가 있다면 다 괜찮을 것 같아.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그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너에게 기대고. 너는 나에게 기대고. 같이 손잡고 기도하는 거지 뭐.
너와 또 작별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눈물이 나왔어. 너무 살고 싶어졌거든. 험난하고 무서운 세상을 너와 함께 살고 싶어졌거든. 세상의 모든 이슈와 기쁜 일과 나쁜 일도 너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졌거든. 삶을 살아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너무나도 연약한 사람이라는 게 때때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자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우리는 연약하기에 사랑하니까. 약한 자리가 있어야 서로가 들어가 앉을 자리를 내어 줄 수 있으니까. 세상에는 흐려질수록 분명해지는 것도 있네. 자꾸자꾸 나를 자랑하고 내세우라는 세상에서 흐려지고 덜어낼수록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있다는 걸 깨달아.
내 인스타그램에는 네가 계속 등장할 거야. 내가 쓴 글을 내가 가장 많이 읽는 것처럼 우리가 올린 게시물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도 우리일 거야. 올린 사진을 보며 우리가 가장 많이 웃고, 행복해하겠지. 그렇게 우리 같이 흐려지자. 너의 피드에는 내가 등장하고, 나의 피드에는 네가 등장하면서 흐려지고 채워가자. 너의 티 없이 맑은 미소와 씩씩한 용기를 나에게 칠해줄래? 나는 또 다른 깊은 색으로 너를 칠해볼게. 우리의 도화지가 앞으로 어떻게 채워질지 궁금해. 네가 기꺼이 붓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