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강박, 체력 훈련아 저리 가!)
'오늘 운동 가면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15년 전 아내가 근무하던 여의도 건물.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었다.
"어? 저 사람?"
"어엇? 저 사람?"
연신 놀라는 내게, 아내는 말했다.
"뭐가 그리 신기해? 난 매일 보는데."
여의도 빠삭이 아내는 연예인을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정우성, 원빈, 현빈 급이 아니면 큰 감흥이 없는 듯했다.
이미 4대 천왕(강동원, 조인성, 다니엘 헤니, 주지훈)을 영화 무대인사를 통해 알현했기에 그런가?
난 신기한데?
개그맨들은 많이 힘들어 보였다.
추측하건대, 웃음을 주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얼마나 스트레스받을까?
'조금 덜 웃겨도 크게 웃어줘야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개콘 개그맨 빌드업은 왜 하는 거냐? 구온아빠야?
오늘은 글이 별로일 것 같냐?
용기 내서 시작한다.
기초 빌드업 끝.
체육관 앞 사거리.
길 건너 그가 보인다.
눈이 마주쳤다.
난 손짓했다.
'올라가세요!' (손짓)
그는 손짓했다.
'같이 가요!' (손짓)
나는 또 손짓했다.
'올라가시라니까요!' (손짓)
그는 또 손짓했다.
'같이 가자고요!' (손짓)
결국 우린 함께 올라갔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자연스레 며칠 전 기억이 떠올랐다.
극한 1 대 1 트레이닝.
파김치가 되어 신생아 걸음마를 통해 집에 돌아갔던 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멘탈을 애써 부여잡고, 루틴 운동을 시작했다.
15분 러닝머신, 섀도복싱, 줄넘기, 샌드백 치기.
매력 관장과 함께하는 미트 교실을 앞두고,
50대 멋진 여성 회원님이 오셨다.
체력이 정말 좋은 분이다.
수십 년간 헬스, 수영 등을 하셨다고 했다.
한숨 돌렸다.
매력 관장의 관심 분산!
"형님! 이리 오세욧!" (미트 치기 시작)
'원투, 원투원, 투원투, 원투양훅, 어퍼, 양훅, 어퍼, 원투원, 원원투, 원투원투양훅......'
1세트가 끝났다.
그의 발이 점점 빨라진다.
따라잡기 어렵다.
복싱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매력 관장.
이번엔 작대기 미트를 들고 내게 온다.
"형님! 스텝 계속 뛰세요욧욧! 시좌악악!"
'원투, 원투원, 투원투, 원투, 원투, 원원투, 원투투'
그는 빠른 발로 뒤로, 옆으로 계속 도망 다니며 나를 조련했다.
(먹이를 들고 유혹하며 살찐 사모예드를 운동시키는 견주처럼 느껴졌다)
힘들다.
스텝까지 계속 뛰니 너무 힘들어.
집에 가고 싶다. 너무나.
끝.
분명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50대 여성 회원님과 동네 이야기, 선거 이야기 등을 하며 나는 꽁무니를 출입문 쪽으로 슬슬 빼고 있었다.
"형님! 누님!! 오늘 체력 운동 입니돳!"
.
.
.
"아. 그래요. 같이 하니까 하지 뭐!" (50대 여성 회원님)
.
.
"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온아빠)
쉬운 날이 없구나.
쉬운 날이 없어.
버피 2 동작 10개, 3회 1세트.
우리는 매력 관장의 구호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터질 것 같았다.
멋진 여성 회원님과 보조 맞추기 위해, 난 죽을 힘을 다했다.
하지만 고비가 왔다.
허벅지가 말을 안 들어.......
순간. 내게 빛이 내렸다.
전화가 온 것이다.
"관장님! 전화요욧!" (구온아빠)
"관장! 전화받아! 전화!" (50대 여성 회원님)
회원님도 힘드셨나 보다.
관장에게 전화받을 것을 애타게 요구하셨다.
우리 매력 관장은 어떻게 했을까?
"아니에요. 안 받아도 돼요. 나중에 받죠. 헤헤헤"
.
.
"아냐, 아냐. 저거 분명 신규 회원 전화야. 꼭 받아요. 꼬옥옥!! 꼬옥옥옥! 커억!"
나는 절규했다.
매력 관장은 우리의 외침에 결국 전화받으러 갔고,
나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부정확한 동작으로 남은 횟수를 채워나갔다.
회원님과 함께.
끝났다. 총 60개 2세트.
'구온 엄마.... 나.... 집에.. 가...'
전화받고 돌아온 관장이 말했다.
"3번째 세트 시좌악악악악"
"아냐, 아냐, 2세트 끝이야, 끝"
50대 여성 회원님의 단호한 대답에 관장은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다.
"제가 이기면, 1세트 더! 누님이 이기면 끝이에요."
운명의 가위, 바위, 보.
누님이 이겼다!
함박웃음이 터져 나온 나.
집에 가자.
"형님! 형님도 하셔야죠! 가위바위~~~"
"아냐. 아냣! 어머님이 대표야 대표!"
나는 외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앙탈을 부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헤헤헤헤헤" 웃음 띄며 물러 나는 그.
그렇다.
5회 에피소드에 빡센 운동 회피하는 방법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앙탈'은 '앙탈'만큼은 '앙탈'이었어. '앙탈'. '아아아아아앙타타탈'!
정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구온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
'구온이는 지금 뭘 하고 있으려나?'
허기진다.
맛있는 거 먹자. 맛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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