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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온아빠 Apr 17. 2024

복싱 초보 구온아빠. episode 3.

(호적수)


복싱 3주 차.


환불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AI처럼 아무 생각 없이, 체육관에 간다.


잔뜩 흘린 땀이 말라버린 몸에서 느끼는 

상쾌함, 개운함에 중독된 듯하다.


오늘도 평소처럼


15분 러닝머신, 제자리 뛰기.

섀도복싱, 샌드백.

매력 관장과 함께 하는 미트 치기 교실.


기분 좋게 땀 뺐다.




'아! 이번 주는 5일 나왔네. 참 잘했구나.'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형님! 스파링 준비하세요!" 


순간 내게 매운맛을 보여줬던 20대 남성 회원이 옆에 보였다. 


난 바로 방어했다.


"와이프한테 이를 거예요. 저분이랑 또 하라고 하면!" (한껏 여유 있는 척 웃음 띠며)

"형님! 오늘은 다른 분이랑 할 거예요. 이 분이요."


가냘픈 체구. 20대 여성 회원이 눈에 보였다.


"아? 그래요? 이 분하고?"

"네! 형님은 수비만, 이 분은 공격만. ^^"


'오늘은 본격적으로 매 맞는 날이구나......'

'그래도 20대 여성분이니 맞을 만하겠지?'



20대 여성 회원과 링 위에 섰다.


"형님! 가드 올리시고 팔꿈치는 붙이세요!"

"잽을 허공에 날리면서, 뒤로 빠지는 겁니다!"


시좌악!!!!

.

.

.

.


그녀는 강했다.......


솜방망이인 줄 알았던 주먹은 돌덩이 같았으며, 표정은 매서웠다.

분명 '다이다이' 경험이 많은 듯 느껴졌고, 난 '임자 만났구나' 생각하며,

시간이 빨리 흐르길 간구했다.


쉴 새 없이 맞았다.


"구온엄마....... 나..... 매... 맞아......"

"나... 매.. 맞... 는...다.... 구.....웃.....아...앗....악....."



1라운드 끝.



"형님! 겨드랑이에 이거 끼세요. 이거 떨어뜨리면 가드가 무너진 거예요."


매력 관장은 내 겨드랑이에 권투 글러브를 하나씩 끼었다.


쉴 새 없이 2라운드 시좌악!!!


시작과 동시에 겨드랑이에서 글러브가 흘러 내린다.

무너진 가드.


'그래도 조금 할 만하네?'


여유가 생겼다.


'나 맷집은 있는 편인가 봐. ^^'


그녀는 쉴 새 없이 주먹을 뻗었고,

난 파리 잡던 기억을 되살려

그녀의 주먹을 어설프게 뿌리치며 열심히 도망 다녔다.


심지어 도발했다.


"더 세게!, 더 세게!, 나 안 아파요! 더 세게!"


"회원님 풀 파워로 하세욧!!!!!!!" 

(매력 관장 목소리)


괜히 도발했다.

.

.

.


그녀가 웃으며 주먹 뻗는다.

'웃는 자가 진정한 강자 아니던가......'


가드 틈을 노린 그녀의 돌덩이.

내 고개는 쉴틈없이 뒤로 젖혀졌다. 

웃어야 한다. 여기서 웃어야 모냥이 안 빠져......


'아, 재미있....다....  아,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하하하하하 ㅜㅜ.'


2라운드 끝.


"이제 끝인가요?"

"아뇨! 형님 1라운드 보다 잘하셨어요."


3라운드 시좌악!!!!!!! 

(위약금 물어주고 환불하자.)


그렇다.

우리 매력 관장은 운동할 때 매몰차다.


다행히 그녀도 힘이 빠진 듯하다.

난 마지막 힘을 더 짜내어, 힘껏 도발했다.


"더 세게! 더 세게! 더 세게!"


구온이랑 놀아줄 때 사용했던 기술도 썼다.

약 올리듯 허공에 펀치를 날리고, 양옆으로 또는 전진, 후진으로 도망 다녔다.

최대한 얄밉게. 메롱. 


3라운드 끝.


체력 다 썼다.


이제. 집에... 갈... 수.... 있... 나.....?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던 50대 여성 회원분이 한 말씀하셨다.


"아휴. 이거 와이프가 봤으면 진짜 재밌다고 했을 텐데, 관장님! 다음부턴 영상 찍어요. 헤헤헤."


또 그렇다.


아내가 오늘 나의 모습을 봤으면, 

평생 얘기했을 것이다. 

전화로 있었던 일을 잠시 얘기했더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남편이 20대 여성 회원에게 매 맞은 얘기가 그렇게도 웃기는지,

배꼽이 찢어지는 그녀.


난 오늘도 발전했다.


이제, 주먹이 무섭지 않아.......



상쾌하고 기분 좋다.

수비만 해도 복싱은 힘들고, 

운동이 제대로 되더라. 


체육관 나오는 길에 스파링 상대 20대 여성 회원에게 얘기했다.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근데 항상 이 시간에 나오나요?"

"네! 저도 잘했어요! 이 시간에 나오려고요."


소중한 정보다.


난 이 시간을 피해야겠다.


매력 20대 관장님.


난 병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썩은 몸을 정상 몸으로 회복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양 훅까지 배웠으니, 이젠 어퍼인가?


다음 화에 그녀의 직업이 밝혀집니다.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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