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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온아빠 Apr 02. 2024

복싱 초보 구온아빠 INTRO

"나 올라가라고요?"


복싱 2주 차.


환불 원정대(첫날부터 환불 고민 열심히 했다)에서 순한 양으로 돌아온 나.

20대 매력 관장의 끈질긴 조련 속에

세상 잃은 표정 수시로 하며,

단단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복싱장에 도착하자마자,


10분간 러닝머신을 뛴다.

전신거울 앞에서 원, 투를 날린다.

그러고 나면,

관장이 미트를 손에 끼고 내게 다가온다.



나는 얘기한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님! 어디 가세요. 안 됩니다."

"난 이미 체력을 다 소진했어요. 안녕?"

"이리 오세요. 안 됩니다."


'쨉, 쨉, 원 투, 원 투, 원 투, 원 투, 투 투,

중심! 중심! 쨉, 원 투 원, 투 투, 원 투 원.'


한번 더.


'쨉, 쨉, 쨉, 쨉, 원 투, 원 투, 원 투, 원 투,

투 투, 원 투 원, 투 투 원......'


그의 조련은 내 육체를 한계로 내몬다.


언제 끝나냐 관장!

집에 가고 싶어 관장!


건장한 체격의 20대 관원이 내 옆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관장은 그에게 


"회원님! 피하기만 하세요! 간단하게. 

헤드기어하시고 링 위로!"


아하! 


관장이 20대 청년 가르치러 링 위에 올라가는구나.

그럼 난 미트를 그만 쳐도 되겠군. 하하하.


기뻐하던 찰나.


"형님! 올라가세요 링 위로!"

"뭐? 뭐라고? 뭐라고요?"

"스파링 하셔야죠. 형님!"

"나. 이제 6번 정도 나왔는데???"

"형님! 스파링해야 실력이 금방 늘어욧!"




깊은 내면에서 나는 소리쳤다.


"나 환불할 거야. 나 환불할 거야. 이 관장이 나를 죽이네.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20대랑 나랑 다이다이 뜨라고? 난 다이다이 뜬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하지만 외면에선 여유 있고 점잖은 척. 


"진짜? 허허허. 진짜 하라고요? 허허호."

"진짜? 괜찮아요? 허허호."

"저분이 나랑 하면 배우는 게 없을 텐데."

"허허허. 호호호."


20번 정도 물어본 것 같다.


관장은 그때마다

"네 형님", "네 형님", "네 형님", "네 형님".


앵무새 관장???


이쯤 되면 형님이라 부르는 건 약 올리는 거야. 나쁜 관장.


나는 결국 스파링을 받아들였다. 


룰은 20대 회원은 수비만, 나는 공격만.

하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지!


바로 제안했다.

"그냥 동등하게 합시다. 나 맞아도 돼. 진짜"

"진짜요? 괜찮으세요?"

"네네. 그럼 괜찮죠. 하하하하하."

(너네들 아저씨 세게 때릴 건 아니지?)


헤드기어 착용하고 스파링용 글러브 끼고.

20대와 링 위에 올라선 나.


나 꿈꾸는 건가? 6일 만에?


'원 투, 원 투, 원 투. 원 투......'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들었다.

'어라? 할 만하네?'


급발진했다가, 사고 나는 자동차처럼

1분이 지났을 무렵 체력은 방전됐고.


20대는 그제야 숨겨왔던 복싱 실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피하면 왼손 훅.' 

'오른쪽으로 피하면 오른손 훅.'

'허리를 숙이면 어퍼.'


한쪽만 때리면 대칭이 안 맞는다 싶었는지,

양쪽으로 때리더라.


주먹 마사지. 

군대 이후로 오랜만이야. 반가워.


.

.

.

.

.


'구온 엄마 보고 싶어.......ㅜㅜ......ㅜㅜ'

'구온아...... 구온아......ㅜㅜ'




1라운드 끝.


2라운드 다시 시작!


'그만하자 관장아. 그만해 힘들다. 나 죽는다.'

(내면의 소리)


"아이고 힘드네.(여유 있는 척) 힘내봅시다."

"자존심은 지켜야지......"


2라운드 1분 남겨두고, 

나는 GG를 치며 링 밖으로 내려왔다.


20대와 포옹하며, 미안하다 얘기했다.


"내가 실력이 엉망이라 미안해요."

"아닙니다."

"어디 살아요?"

"저는 000 삽니다."

"항상 이 시간에 나오나요?"

"네 저는 목요일 빼고 이 시간이요."


소중한 정보다.


목요일만 이 시간에 와야지......


나라 잃었다.

넋 나간 표정으로 복싱장 바닥에 한참 앉아있던 내게 관장이 다가왔다.

"형님, 잘하신 거예요. 저분은 운동 오래 했어요. 수고하셨어요. 형님은 중급은 돼요!"


당근과 채찍. 


국대 출신 우리 20대 관장. 

너무 노련한데?


나를 들어다 놨다아. 들었다 놨다아.

들었다 놨다 해 이~ 

이거 무슨 노래 가사인 것 같은데......


근데 형님은 약 올리는 거 맞지? 아냐? 아닌가?


우리 복싱장 관장 열심히 한다. 

그리고 싹싹하다. 착하다. 고맙다. 


덕분에 좋은 체력을 가지게 될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상쾌했다.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복싱을 하며 양옆으로 피하기보단 공격!

전진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를 후퇴!


2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초보의 입장에서)


모든 일이 그렇듯.


처해진 현실을 양옆으로 피해 다니기보다,

정면으로 맞닥뜨려 이겨내거나,

너무 힘들다면 잠시 뒤에서 힘을 비축하여

결국엔 정면으로 나와 싸워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복싱과 인생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뭐든지 해봐야 돼.

어디에서든 배울 점이 있어!


근데 나 내일 또 스파링하나?

내일은 목요일이구나.


다른 시간에 가야지. ^^;


to be continue......


Never ever give up.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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