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이유

중년 백수 탈출기

by 일로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이가 들어 공부를 하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못하는 수학을 뛰어넘어 적성에 맞지도 않는 관리소장이란 직업을 가지려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중년 백수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희생 덕분이었다.

아내 월급으론 매달 적자였지만 한 번도 아내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불만은커녕 마음껏 그림 그리고 글을 쓸 수 있게 응원하고 놀아주었다.

그러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어 아내 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믿음에 무모한 도전을 했던 것 같다.

종일 공부만 할 때도 묵묵히 도왔고, 어려울 것 같다고 해도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공부 간섭 없이도 대학을 갈 수 있었던 비밀을 발견한 것 같았다.

아내는 아이들 어려서부터 대학 입시 때까지 조금도 아이들을 채근하지 않았다. 무얼 해도 항상

기특해하며 사랑으로만 아이들을 격려했다. 결국 아이들은 그 보답이라도 하듯이 결정적 순간에

우리 부부가 상상도 못 한 결과들을 안겨주었다.


이번에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 이렇게 못난 남편을 끝까지 믿어주는 고마움에 더 열심이 하게됨을..

아마 아이들도 나 같은 이유로 마지막에 최선을 다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년 이후 더 힘든 시험을 합격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 능력 없음이 부끄럽고 허탈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떠들 수 있는 건 아내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사랑있는 고생을 부부가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내는 나에게 다시 그림을 그리라지만 내 맘이

편치 않다. 무슨 일이 되었든 아내 부담을 덜 수 있는 돈벌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왕 원서접수를 했으니 그때까지만 해보고 새로운 일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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