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부족, 불안

중년 백수 탈출기

by 일로

천성인 것 같다. 항상 뭔가 부족하고 불안한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간다.

돌아보면 많은 행운들 속에서 잘 살아왔음에도 현실은 항상 부족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이 소심함이 내 인생을 지켜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 감정에서 벗어나 좀 더 평안해지고 싶다.

더 감사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이러다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예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곳들에 가면 그 당시 느꼈던 불안하고 혼란스럽던 감정들이 올라오며 지금을 감사하게 된다.

제대 후 지냈던 신림동 고시원촌, 정릉 대학캠퍼스, 도곡동과 역삼동 부동산, 신사동과 첨담동 고시원,

신혼 때 살던 성수동.. 지나칠 때마다 현실을 돌아보며 안도하게 된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내 욕심 때문인지 현실은 항상 부족하고 불안하다.

이 심리는 어릴 적 애정 결핍 때문인지 좀처럼 바뀌지 않아 투자 성향에도 영향을 줬다.

증권회사에 있을 때나 지금도 대부분 하락에 베팅을 하는 비관론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성향 덕분에 큰 실패는 없었지만 큰돈 또한 벌 수 없었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적 일자리를 찾다 보니 내 나이엔 노무직뿐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당장 다음 달 결제일이 불안으로 다가 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걱정주머니"에 뭔가를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령 하나가 채워져도 다른 뭔가의 불안이 곧 그 자리를 메워 나갈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들에게는 권태라는 또 다른 고통이 찾아갈 것이다.

무료함과 공허함을 떨치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다 삶의 기본값인 "고통"으로 회귀하는 이유이다.

지금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기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중년 백수가 뭔가 불안한 것은 정상이고

또 그래야만 된다고 위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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