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탈출기
부끄럽지만 나는 나를 위한 글을 쓴다.
지금의 헛헛함과 불안함을 잊기 위해 글을 쓰고 다시 읽는다. 마치 사진들을 보면서 어렴풋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행복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주로 내 경험들과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마흔에 "젊음은 기구할수록, 희망은 희박할수록"을 자비출판 한 후 알 수 있었다. 내 글들은 나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십 년 넘게 내 책을 읽고 또 읽으며 행복했다.
그런 이유로 작년에 "앞집 부부의 행복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 효용을 만끽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사적이고 자랑질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내 본성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내 감정에 충실해야 다시 읽을 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보고 글보다는 그림이 나은 것 같다며 쓸데없이 자기 얘기 좀
그만 쓰라고 한다. 중년 백수로 아내와 붙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내와 내 이야기들일 수밖에 없다.
흘러가는 시간들을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고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써서 남겨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못 보고 통장 바닥이 보여야 정신을 차리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항상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허둥대는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은퇴 한 중년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일 수 있는데 나 혼자 너무 오랫동안 딴 세상에 있었던 것도 같다.
작년 책의 부제를 "중년에 성공한 백수"라고 자신 있게 박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도대체 뭘 성공했다는
건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민망할 따름이다.
물론 돈이나 사회적 성공은 아니었고 가정의 행복에 성공했다는 외침이었다. 그나마 통장 잔고가 남아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불행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아내 모습이 더 애틋해져 틈만 나면 껴안고 살을 부대낀다. 그리고 이렇게 가스라이팅한다. 지나고 나면 이렇게 힘들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사실 그랬다. 돌아보면 아이들 어렸을 때 생활비가 없어 결혼 패물을 다 갖다 팔고 밤마다 맞고를 쳤을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당장 다음 달 내 카드값은 내가 내기로 했으니 알바 자리라도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