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을이다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 아침 교회 갈 준비를 하다가 옆에서 귀찮게 하는 나에게 아내가 한 말이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를 보다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나눈 후였다.

그곳에서 커플이 되어 대화하는 모습만 봐도 누가 갑이고 을인지 대충 알 수가 있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 되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려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기 없던 사람도 관심 없는 이성 앞에서는 그렇게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칠 수가 없다.


을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만 이미 갑인 상대방은 을에겐 관심이 없다.

긴장감을 주지 않는 상대 앞에서는 도파민이 나오지 않아 흥미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을이 된 순간 호감을 얻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헛수고인 경우가 많다. 연애 감정은 주변 경쟁자들을

물리쳐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오롯이 당사자 둘만의 감정과 본능인 것이다. 자심감 없는 모솔일수록

주변 이성을 견제하고 시기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많이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다른 연애 프로에서도 이쁘고

착한 여자분이 데이트 중 오빠가 확신을 주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남자는 변명을 했지만 여유있는

갑의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진짜 이 사람이란 확신이 들면 무모할 정도로 돌진하는 성향을 보인다.

나도 삼십 중반까지 여러 만남이 있었지만 외모가 좋아도 끌림이 없어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다 임자를 만나 데이트 첫날 프러포즈를 하고 을을 자처했다.


연애는 물론,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관계는 균형 속에서 서로를 긴장시킬 수 있어야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 누군가 을이 되면 갑은 불만이 생기기 시작해 갑질을 한다.

갑질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을에게 만족을 느낄 수 없게되어 결국에는 모두가 불행해진다.

그런데 오늘 아내가 나에게 "~는 을이다"라고 했을 때 우리는 동시에 빵터지며 즐거워했다.

아마도 그건 적당한 균형 속에서 기꺼이 을이 되고 싶은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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