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어제저녁 네플릭스시리즈 "은중과 상연"의 마지막 1화를 보았다.
주말에 아내와 2화부터 15화까지 너무 재밌게 다 봤는데, 아내가 굳이 나에게 1화를 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내가 1화를 보고 재밌다고 줄거리를 말해 주고 나는 2화부터 함께 보기 시작했다.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 연기에 빠져 15화가 너무 짧고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름 까다로워 남들이 재밌다고 해도 몇 장면만 보고 유치하다고 잘 안 보는 성격인데도 말이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1화를 보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잘 만든 작품은 1화를 마지막에 봐도 너무 재밌다는 사실을.. 아니 오히려 그 이후의 전개를 알고 보아서
그런지 더 몰입되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느 작가분이 쓴 글이 생각났다.
좋은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도 그 자체로서 잘 읽히고 재밌다고.. 앞 뒤 문맥을 몰라도 말이다.
극본과 연출의 짜임새가 완벽하고 어설픈 배역이 없어 장면 장면이 미친 몰입감을 선사했다.
저런 극본을 쓰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런 장면들을 연출한 스텝들도 존경스러웠다.
은중은 연민과 사랑을.. 상연은 성공과 부를.. 좇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자신에겐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선망과 원망으로 살아간다. 두 친구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죽음에 이르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성공이 얼마나 공허한 삶이 되는지를 잘 보여 준 것 같다.
오랜 세월 시기하고 미워했던 사람이, 마지막엔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사람이란 사실도 깨닫는다.
모든 걸 함께 느끼고 싶어 하는 아내 덕에 난생처음 1화를 맨 마지막에 본 드라마가 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내는 은중처럼 느껴지더니, 나는 상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연은 죽음 앞에서 은중의 연민과 우정을 확인하며 안도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내 죽음을 인정한다면, 내 어떤 날을 펼쳐 보아도 그 하루 자체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어야 한다.
그 하루는 아마도 가족들과 있는 순간일 것이고, 내 죽음의 은중 또한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