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감기가 걸려 아내 혼자 교회에 가고 책상에 앉아 멀어져 가는 친구들을 생각한다.
오십 중후반을 넘어 벌써 내년이면 동창들은 육십이 된다. 학교를 일찍 들어가 한 살의 위안을 해보지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친구들은 멀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경제 상황, 정치 성향, 사는 곳, 사회적 위치 등의 차이가 극명해져 만나도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갈 줄 알았던 친구들조차도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멀어진다.
40대 까지는 학교 동창들이나 사회친구들 모임도 빈번했지만, 50 이후는 초등 반창회 정도만 나갔다.
요즘은 그것마저도 시들해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친구들 모임을 나가지 않는다.
이제는 조금만 불편한 자리여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친구들 차이가 고착화되어
부딪치는 것을 피하게 된다. 사십 대까지는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주로 걸렸다면 오십 대부터는 정치적
차이와 자녀 농사까지도 합세한다. 다 내가 어리석고 못났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만나 실망했던 친구도 정말 좋아했던 친구였다. 젊어서는 정치적 견해나 경제 형편들이 큰 방해
요소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에게 관대했고 각자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상대적 박탈감인지, 정치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말들을 모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면 내가 경제활동을 안 하고 백수로 지내면서 여유가 없고 소심해져 일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친구들이 떠나가고 있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내 못난 성격 탓을 하다가도,
나이 들면 가족과 마음 맞는 친구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쇼펜하우어 말에 위안을 삼는다.
한편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자위도 해본다.
이제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인내하고, 몰입하고, 중독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달리기, 그리기, 쓰기, 읽기.. 이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그다지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