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잔소리

결혼 19년 차 일기

by 일로

잠자리 잔소리 2019년 8월 6일


오늘도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온 가족이 안방에서 TV를 보다가 새벽 1시가 되어 아이들이 나가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자려고 눕는데 아내가 또 잔소리를 한다. 팬티만 입고 자는 모습이 흉하니 반바지를 입고 자라고 한다. 순간 짜증이 나면서 제발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화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침대 매트를 딱딱한 것으로 바꾸고 한 침대에 자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자다 보면 자꾸 팬티마저 벗고 자는데, 아내가 새벽에 그 모습을 보면 기겁을 하며 잔소리를 해댄다.

사춘기 딸들 키우면서 아빠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고 한다. 벗으면 벗는다고 뭐라 하고, 입고 있어도 또 다른 잔소리를 하는 아내 때문에 침대 위에서 자는 날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바닥이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 다시 내려가고 싶다. 그래도 나 때문에 침대 매트도 바꾸었고, 되도록 같이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적응하는데 하루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 짜증이 난다.

날씨도 더운데 나보고 반바지를 입으라기 보단, 아이들에게 안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새벽에는 아이들이 안 들어오고 아침에도 깨워야 일어나니 그냥 모른 척해도 된다.

어차피 안 고쳐지는데 아침마다 잔소리를 듣다 보니 잠자리가 너무 불편해진다.


이렇게 내가 짜증을 내면 아내도 서운해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정말 불안해서 하는 말인데, 조심은커녕 화를 내니 적반하장이라고 느낄 것이다. 나보고 노출증 환자 같다며, 부모로서 그 정도 희생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려 하냐고 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타인을 배려하는 일은 전병이고, 아내는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것 또한 내 잘못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 잔소리에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고 짜증을 내는 것은, 아내가 일부러 나를 힘들게 한다는 피해의식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좋은 남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아내의 잔소리를 사랑의 노랫소리로 흘려보내고, 적어도 짜증을 내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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