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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 & Luisa

Alex Katz

by 청일


1. 작가소개


알렉스 카츠는 192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현대 화가로, 간결한 색면, 선명한 형태, 평면적인 구도로 잘 알려져 있다.

추상표현주의가 주류이던 시대에 오히려 단순하고 명확한 형상을 통해 인물의 분위기와 순간의 공기를 담아내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카츠는 자신의 아내 아다(Ada)와 주변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인물에 담긴 심리적 거리, 관계의 온도, 찰나의 정서를 화면에 정제된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치 햇빛을 머금은 듯한 밝은 색과 담백한 구성으로

보는 이에게 묘한 평온함과 여백을 남긴다.


2. 작품 설명

Ada & Luisa


푸른 하늘 아래, 두 여인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옷자락을 스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공간이 흐른다.


왼쪽 인물은 반쯤 몸을 돌려 상대를 바라보고,

오른쪽 인물은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멀리의 풍경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말이 오가는 순간이라기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도가 풍기는 장면이다.


전체 화면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색면으로 이루어져

인물의 표정보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와 거리감을 강조한다.

푸른 하늘, 초록 벤치, 밝은 옷차림…

색채는 가볍고 맑지만

그 속에 담긴 ‘관계의 깊이’는 은근히 무겁다.


이 작품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가까이 있어도 멀고, 멀리 있어도 가까운…

모든 관계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간격이 있다.”


3. 나의 감상


둘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이 미묘한 간격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알려주는

보이지 않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어색함이 공간을 채우지만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그 사이의 틈은 서서히 좁혀진다.

어떤 순간에는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따뜻한 온기로 변해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읽고,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이자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선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섬세한 선.


적당한 거리에는 편안함이 숨 쉬고

관계가 자연스러움을 유지할 여유가 있다.

가까이에서 바라봐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조금 멀리서 보아야 더 온전해지는 관계도 있다.

누구에게 얼마나 공간을 둘 것인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주는 법이다.


그림 속 두 사람처럼

공간과 시간 사이에 놓인 관계는

말 없는 대화 같기도 하고

서로를 향한 깊은 배려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품에 안겨 위로받기 위해

거리가 무의미해지는 순간도 있겠지만

우리가 쉬어갈 안식은

대체로 ‘적당한 간격’에서 피어난다.


가까워서 뜨거움에 데이지 않기를.

멀어서 차가움에 서글퍼지지 않기를.

오늘도 나는 그 사이의 거리,

그 미묘한 간격을 조심스럽게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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