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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Myself

웨민췬

by 청일

1. 작가소개 — 웨민췬(Yue Minjun)


웨민췬은 중국 현대미술의 ‘시니컬 리얼리즘(Cynical Realism)’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그림에는 늘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순수한 기쁨이라기보다 불안·무력감·사회적 냉소가 뒤섞인 과장된 표정의 은유다.

그는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인간의 감정을 강렬한 색채와 반복된 얼굴로 드러내는 독특한 작가다.


2. 작품설명


Enjoy Myself 속 인물들은 모두 폭발하듯 웃고 있다.

얼굴은 과장되고, 근육은 경직되어 있으며

색채는 현기증이 날 만큼 밝고 강렬하다.


표면적으로는 ‘즐기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웃음의 강도와 반복된 표정은 ‘진짜 웃음인지, 혹은 웃어야만 해서 웃는 것인지’를 묻는다.

작가는 이 과장된 웃음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감정의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3. 나의 감상 — 시간을 끌어안고 웃는 법


이 그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오래전 교실에서 들었던 한 문장이었다.

“인생의 1/3은 잠으로 흘러간다.”

그때 나는 어린 마음으로 잠을 조금 덜 자면 인생을 더 오래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길이가 아니라 내용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잠으로 사라지는 시간도 나머지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사계절이 저마다의 얼굴로 돌아오듯

삶도 그렇게 돌고 돈다는 것을.


어떤 날은 마음이 시리도록 외롭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작은 것들에 웃음이 난다.

힘들고 외롭고 지친 날도 많았지만,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바쁘고 정신없었음에도,

가장 따뜻했던 계절이었다는 사실을 안다.


삶의 순간들은 그때는 모른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빛난다.


그림을 보며 이 과장된 웃음 앞에서

나는 자문해 본다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내가 스스로 얼마나 만들어내고 있는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온기를 나누고,

가슴이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나를 살게 하는 일을 선택하고,

지금, 내 앞에 놓인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끌어안는 일.


그게 남은 인생의 2/3를

빛나게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조금 더 사랑해 보기로 한다.

언젠가 이 하루가

내 삶의 가장 밝은 색으로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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