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
앙리 루소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나이브 아트(순수미술) 작가로,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독학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화가다. 관세청 세관원이었던 그는 퇴근 후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의 길을 걸었고, 단순한 형태와 평면적인 구도, 강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어 놓는 화풍을 완성했다.
당대에는 종종 조롱받았지만,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같은 예술가들이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았고, 그는 오늘날 “꿈의 화가, 순수의 화가”로 평가받는다.
황량한 사막 위, 둥근 보름달이 고요히 빛나는 밤.
집시 여인은 기타와 물병을 곁에 두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 옆에는 커다란 사자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한다.
사막 한가운데라는 설정, 포근한 색감, 위험과 평화가 동시에 흐르는 기묘한 분위기.
이 작품은 루소의 전형적인 상상력—비현실적이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은 꿈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자의 존재는 위협이지만, 그림 전체의 공기는 너무나 평온하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되지 않는 이 불가사의한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사막의 밤은 깊고도 고요하다.
보름달이 모래 위에 은빛을 흩뿌리고,
여인은 물병 하나, 기타 하나를 곁에 둔 채
세상의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잠들어 있다.
그녀의 바로 옆에서 사자가 숨을 고르며 서 있지만
위험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아득하다.
무지함이 때로는 가장 단단한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
그 장면 앞에서 문득 ‘인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세상은 늘 다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감각이 닿지 않는 동안, 세상은 그저 빈 그림자에 불과하다.
오직 내가 느끼는 순간, 비로소 세계는 나에게로 무게를 가진다.
나는 매일 아침
그림 한 점과 문장 한 조각으로 나의 감각을 깨운다.
사유의 물결이 천천히 가슴 아래로 가라앉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고요해진다.
사물과 사람과 풍경은 그제야 온전한 색을 띠며
나의 하루에 스며든다.
세상은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내 삶을 의미로 채색한다.
오늘의 그림은 감각의 인식이
얼마나 큰 깨달음을 품고 있는지 말해준다.
옛 스님이 마신 물이 해골에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며 더 깊은 배움을 얻었던 이야기처럼,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결은
곧 우리가 세계를 살아내는 자세이기도 하다.
잠은 그런 감각을 잠시 멈추게 한다.
복잡한 마음도, 무거운 기억도
잠 속에서 조용히 풀린다.
슬픔도 기쁨도 잠시 어딘가로 떠나는 이 시간,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무방비 속으로 스며든다.
잠은 은밀한 선물이고,
망각은 그 선물이 남기는 은빛 흔적이다.
감각이 쉬어야 다시 감각이 깨어난다.
오늘이라는 하루는 그렇게 어제를 뒤로 밀어내고,
스물네 시간은 작은 기억의 파편이 되어
내 마음 한구석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파편마저 부드럽게 희미해진다.
망각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일지도 모른다.
바라건대, 오늘의 나는
감각을 한 번 더 어루만지고
망각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한 조각의 빛을 남기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