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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마크 샤갈

by 청일


1. 작가소개

마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마크 샤갈은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화가로, 20세기 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어(詩語)를 가진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고향 비테프스크의 기억, 유대 문화, 사랑, 음악, 꿈과 같은 개인적 서사를 화폭 위에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강렬한 색채 대비, 비현실적 구도, 떠다니는 연인들, 거꾸로 선 인물들, 하늘을 나는 동물 등은 샤갈을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그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들어 올리고 세계를 밝히는 창조적 힘이었다.


2. 그림설명


그림 중앙에는 거대한 꽃다발이 화면을 압도하듯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붉은색·노란색·흰색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나고, 짙푸른 잎들은 바다처럼 펼쳐진다.

그 가운데 두 인물—서로를 감싸 안은 연인—이 꽃잎 사이에서 마치 꽃과 함께 피어난 것처럼 떠 있다.


아래쪽에는 작은 도시 풍경과 사람, 그리고 동물이 아득하게 자리해 있다. 마치 현실 세계는 저 아래 조용히 놓여 있고, 사랑하는 연인은 그보다 한층 높은 곳, 꿈결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듯하다.

파란색의 넓은 공간은 사랑을 감싸는 배경이자, 연인을 다른 세계로 들어 올리는 분위기를 만든다.


3. 나의 감상


사랑이 피어오르는 순간


사랑과 환희를 한 화면에 담는다면, 아마 이 그림처럼 보일 것이다.

현실의 무게는 발아래 멀리 내려두고, 꽃으로 둘러싸인 채 서로를 꼭 끌어안은 두 연인.

그들 곁에는 바람 한 점 스며들 틈이 없고, 오직 서로에게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숨결만이 존재한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사랑이란 때로 현실을 잠시 벗어나 전혀 다른 차원의 빛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만큼은 어두움도, 불안도, 삶의 그림자도 닿지 못한다.

사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쁨으로 충만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세계는 꽃으로 가득한 공간이며,

내 눈에는 그 꽃들이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사랑이 한 겹씩 피워낸 감정의 색채처럼 보인다.

붉음은 열정이고, 노랑은 설렘이며, 흰 꽃은 아마도 서로를 향한 순진한 마음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런 사랑을 꿈꾸며 살아간다.

한 번쯤은 이런 세계 안에 머물렀던 기억을 품고,

또 한 번은 그 세계에 다시 들어가기를 바란다.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사랑의 환희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지워지지 않는 꽃처럼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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