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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나누다

유진드블라스

by 청일


1. 작가 소개유진 드 블라스 Eugen de Blaas (1843–1931)


유진 드 블라스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베네치아 화가로, 아카데믹 미술의 정교함과 베네치아 일상의 서정을 함께 담아낸 작가로 알려져 있다.

화가였던 아버지 카를 폰 블라스(Karl von Blaas)의 영향 아래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예술 교육을 받았고, 이후 베네치아 아카데미아(Accademia di Belle Arti)에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블라스의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인물에 대한 탁월한 관찰력이다.

특히 베네치아의 여인들(세탁부, 시장의 소녀, 항구 주변의 여성들)을 사실적이면서도 우아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그 일상의 순간들을 한 폭의 서사처럼 확장시켰다.


그는 화려한 신화나 고전적 영웅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사랑·우정·설렘·기다림)을 캔버스에 담아낸 화가였다.


오늘날 유진 드 블라스는

“베네치아의 정서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한 아카데믹 화가”로 평가되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를 넘어선 따뜻함을 전한다.


2. 작품 설명


작품은 두 명의 여인을 중심에 두고 펼쳐진다.

한 사람은 빨래를 하다 잠시 손을 멈춘 채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서 받은 편지를 들고 와 설렘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주변의 자연 풍경과 바구니, 의복 등의 묘사는

19세기 사실주의 특유의 조용한 일상성을 드러내고,

두 사람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우정과 공감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한 사건이 없음에도 두 인물의 관계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는 점이다.

삶의 무게 속에서도 잠시 쉬어가듯,

기쁨의 순간을 서로에게 기대어 나누는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3. 나의 감상


인생을 떠받치는 힘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는 결국 사람으로 살아가고,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중에서도 마음을 깊게 지탱하는 두 존재, 친구와 사랑은 오래도록 삶의 중심을 이룬다.


친구란 자주 보지 않아도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다.

오랜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고, 오랜만의 연락에도 첫마디는 언제나 반갑다.

서로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늘어나도, 그 주름조차 함께 걸어온 시간의 문양처럼 느껴진다.

함께 늙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


오늘 바라본 그림 속 두 여인은 그런 우정의 온도를 보여준다.

하루의 일을 이어가던 손을 잠시 멈추고, 사랑의 설렘을 안고 달려온 친구에게 귀를 기울이는 장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기쁨의 순간만큼은 한 페이지를 함께 채우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나눔 속에서 우정의 본질이 드러난다.


우정은 크게 울고 웃는 일보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 견디며 단단해진다.

기쁨이면 곁에서 더 크게 웃어주고, 슬픔이면 조용히 어깨를 내어주는 관계.

말보다 온도가 먼저 전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인생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문득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 역시 그런 친구를 곁에 두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떠올라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친구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네볼까 한다.

“잘 지내지? 그냥 안부 전화 했어.”

친구는 “헤이 부라더!”하며 반갑게 맞아줄 거 같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느리게 말을 이어 본다.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오늘을 견디게 한다.

네가 내 마음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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