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버킷리스트 ⑮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빙 배우기
*본 글은 스쿠버다이빙 이후의 다합에서의 생활을 담은 글입니다.
스쿠버다이빙 경험의 생생한 느낌은 1편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이집트 스쿠버다이빙 1편 ▶ 이집트 I 낯설면서도 편안한 세계에서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생전 바다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며
찬란하고, 빛나는 지구를 경험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순간 이면에 언제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이집트 다합에 도착해 하갈과 만났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곳에서 할 거야!"
하갈은 본인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업체 4곳을 추천했다.
다합 거리를 걸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하갈 추천의 업체 곳곳에서
가격조사와 함께 상담을 했다.
업체를 오가며 바라본 다합 거리는
바다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노래를 틀어 춤을 추는 사람의 흥도
마냥 덥지만은 않은 이곳 날씨도 좋다.
업체의 가격은 대게 &350-380유로였다.
어떤 업체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에 하갈은 말했다.
"데이지 잠시만,
내가 아는 친구가 있어."
하갈은 급히 친구에게 전화를 걸더니
300유로로 교육해 주는 곳을 알려줬다.
업체 이름은 '다합 데이즈'
나는 사장에게 가격을 물었다.
그는 말했다.
"가격은 너에게 달린 거야."
변동 가격 기반에서
협상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곳.
이곳은 이집트이다.
저렴한 가격에 큰 기준 없이 바로 콜! 을 외쳤다.
곧바로 센터에 가서 내일 교육을 신청하고,
장비와 안내사항을 들었다.
'우와!!!
드디어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는구나..!'
하갈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설레는 마음을 한가득 안은 채,
다합의 밤거리를 마음껏 음미했다.
걸으며 마신 코코넛 주스를 보며 괜히 생각했다.
'코코넛 주스가
이렇게나 달달할 수가 있다니.'
*업체 가격은 2023년도 기준
다음날,
강사 후세인은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나갔다.
산소통부터 시작해 중요한 장비 하나하나 교육을 들으며
후세인은 질문도 건넸다.
함께 수업을 이루어가는 그 모습이 좋았다.
하갈은 말했다.
"나도 살면서 블루홀에 두 번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가슴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되레 겁을 먹게 되더라고."
이후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실습을 준비했다.
다합 '라이트하우스'는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하기에 적합한 포인트이다.
우린 라이트하우스 거리 한 식당에 들어가
신청서도 작성하고, 오랫동안 이론 수업을 들었다.
이럴 수가!
기대감으로 급격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럼, 본격 다이빙을 시작해 볼까?"
조금씩 살결에 물이 닿는 순간,
차근차근 내 머리끝까지 차오르도록
홍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머릿속에 지워진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면서도
후세인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재차 확인하면서 진행했지만,
홍해 바다는 놀랍도록 찬란했다.
가스에 긁혀 나는 쇳소리와 함께 바닷속 세계를 바라본다.
바닷속에 있으면서도 바닷속에 있지 않는 느낌.
그저 바닷속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산소통은 내가 바닷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속삭인다.
레귤레이터*를 놓칠세라 꽉 깨물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마치, 공기 중에서 숨 쉬는 법을 몰라 숨쉬기 연습을 하듯이,
대류권에서 어떻게 숨을 쉬는지 까먹은 것처럼,
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바닷속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다.
바다 표면에서 보아온 물고기는
바닷속의 물고기와 같지만 다르다.
자신의 포근한 마을과 집에 도착한 듯
바닷속 물고기는 느릿느릿 지느러미를 움직인다.
유유자적 지느러미를 흔들며
편안한 물방울을 만든다.
*레귤레이터: 공기를 조절하여 수압에 맞게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
하루 교육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가는 길.
솔솔솔
바람이 안온하게 인사했다.
집으로 걸어가며 바라본 노을은
아름답고도 황홀한 파노라마를 연상시켰다.
여명 지는 다합 거리는 놀랍도록 찬란했다.
나는 우수에 젖은 듯, 다합 거리에 젖었다.
마음껏 밤거리를 한껏 느꼈다.
바다 깊은 곳에 오랫동안 있었기에
몸이 노곤노곤 해지는 것은 물론,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속 밖에 있었으니,
돌아오니 에너지가 충전을 원하는 게 느껴진다.
음 음 음-
다이빙을 끝내고, 센터로 돌아가는 바람은 언제나 선선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푸른 홍해와 사쿠리를 먹는다.
굵직한 양의 사쿠리는 든든하게 내 배로 들어온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날들의 연속,
그 속에서 풀리지 않는 일들은 말했다.
'원래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하루는 한참 다이빙을 마친 뒤,
수업 비용을 지불하려는데, 자꾸 오류가 떴다.
카드 단말기의 문제인지, 내 카드의 문제인지
영문을 모른 채 오류가 반복되었다.
"데이지, 지불이 안돼?"
다합데이즈 사장은
지불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문제 해결이 안 되면서
조금씩 논쟁이 불거졌다.
교육의 마지막 날,
역시나 카드는 오류를 반복했다.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지불하면 되지만,
암시장 환율로 인해 훨씬 비싸진 가격으로
현금으로 지불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이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게 많았다.
카드 수수료 + atm 수수료+ 환율계산 + 자격증 유로 계산으로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계산 문제 논쟁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카드로 계산이 안되자,
사장은 두 배 이상 가격으로 말을 바꿨다.
나는 수수료와 암시장 환율로
가파르게 높아진 금액 앞에서
현금지불을 할 수 없었다.
서로의 양보가 없는 상황,
문제의 원인인 카드 오류의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분열은 이어졌다.
서로에 대한 불신은
조금씩 논쟁으로 나타났다.
논쟁이 거세지면서,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과
목소리 높여 손가락질을 주고받다가
결국, 사장은 제안했다.
"우선, 오늘은 다 잊고
이 순간을 즐기다가 내일 다시 이야기해 보자."
씩씩대며 사건이 일단락된 후,
옆에서 도와주던 하갈도 직원에게 욕을 들었는지,
잔뜩 기분이 상해있었다.
나는 거리에서 욕을 크게 소리쳤다.
짜증 나!!!!!!!!
나의 소리침에 하갈은 놀라듯 눈을 크게 떴다.
동그란 눈은 이내 웃음으로 번졌다.
하하하!!! 하하하!!!!!!!
관광지인 다합은 가끔씩 그런 관광객이 있다는 듯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았다.
빠르면서도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났다.
바다도 들어가고,
휴식도 취한 하루지만
오랜 시간 이론 공부를 하고 나니
모든 피로가 침대 밑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몸이 늘어졌다.
더군다나, 지불과정에서 겪은 논쟁과
소음들이 마음을 적적하게 만들었다.
내가 마음의 적적함을 느끼는 건
한국에서의 시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어릴 적, 그저 즐기던 그 순간이
어른들 세계에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모두들 이익과 돈을 위해 투쟁하는 이 세상.
울고 싶다.
이집트 인들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두 눈으로 코를 베이고 나며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느꼈다.
하갈 역시 친구로부터의 논쟁에 있었기에,
논쟁이 오가는 사이에서 상처를 받았다.
"노래를 듣고 나니, 기분이 한결 괜찮아졌어."
본인 역시 속상함이 가득할 텐데도,
내게 이집트 전통요리를 만들어주었다.
"사장은 좋은 사람이야.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비즈니스 맨인걸."
하갈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친구로 아무리 좋은 관계이자,
그 사람 인성 자체가 좋더라도,
그는 결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비즈니스 맨이었다.
"데이지, 그래도 네가 이 센터를 선택한 것은 그 이유가 있을 거야.
신이 너를 이곳에 선택하게 해 준 거야.”
하갈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운명론을 믿는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
모든 건 원래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니,
나를 둘러싸던 불쾌와 찝찝함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래, 하갈 말이 맞아.'
항상 나 자신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히 받아들이는 용기를 달라고 빌지만,
좀체 마음이 쉽게 받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갈은 웃으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준 이집트 전통 음식으로
나는 하갈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다음날, 오픈코스의 마지막 날을 위해 라이트하우스로 향했다.
바닷길로 펼쳐진 다합 거리는
북아프리카의 레게 느낌과
아침 바다 햇살로
내 기분을 풍만하게 해 준다.
아침 빛에 반짝이는 홍해를 바라보며,
강렬한 햇살을 경호삼아
라이트하우스로 향하는 길은,
헤드셋 속 음악과 함께
은은하면서도 신나게 행복을 울린다.
행복하다는 표현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구나
후세인과 만나 다이빙을 시작했다.
마지막 날 수업은
물속에서 마스크를 다 벗고
코로 숨을 내뱉는 훈련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마스크를 벗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 안정이 꽤나 필요했다.
후 하 후 하
마음을 오랫동안 가다듬은 뒤,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다시 쓰고 나서도 표면 위로 올라갈 때까지
마음의 안정이 가장 필요하다.
안정을 갖고 물과 친숙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분히. 고요하게.
가스통에 공기가 긁히는 쇳소리도 사랑하면서,
다이빙에 임했다.
이후
후세인에게 배우는 꼬마와 함께
네 번째 다이빙을 했다.
어릴 적 처음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
심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한 피아니스트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어떤 고급 피아노를 받더라도
어릴 적 트럭에 실려온 고물 피아노를 처음 본 내 심정은 잊을 수 없어."
바닷속에서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훗날 꼬마의 기억에 바다는 어떻게 기억으로 남을까?
얼마나 크게 다가오고 생생하고 선물 같은지 느낀다.
바다의 여러 매력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다.
이후 오픈코스 마지막 훈련을 했다.
마스크를 벗고 수영하는 거였는데,
갑자기 겁이 나서 안정감을 잃고 허우적거리다가 물 위로 올라왔다.
실패의 아쉬움으로
마스크 벗는 훈련을 다시 시도하는데,
크게 명상을 하는데, 좀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다시 물 위로 올라왔다.
마지막 오픈워터 다이빙을 완벽히 완수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내게 후세인은 위로해 주었다.
"괜찮아.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걸"
위로와 함께 오픈코스를 무사히 마친 뒤,
나는 사장과 협상을 시작했다.
나름 비즈니스 협상을 거치다
결국 500불에 핀다이빙 2회, 나이트 블루홀+캐년 어드밴스로 합의했다.
이집트 비즈니스맨 상대로 첫 협상을 하며
수수료 제외 500불을 챙긴 나.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자꾸만 환율 계산을 하는 나 자신.
거울 너머 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남과 비교해 보았자 좋을 거 없다.
비교할수록 나만 더 기분이 처질뿐이야.
그냥 지금 나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즐기면 돼.'
자본주의는 사람을 계산적이게 만든다.
그 점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다이빙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돈 계산을 하게 되는 게 소음처럼 느껴질 뿐이다.
적당한 온도와 빛나는 파도,
솔솔 불어오는 바람까지.
어드벤스 다이빙 수업을 시작했다.
어드벤스에는 사장이 강사가 되었는데,
첫 번째 다이빙으로 방향 감각을 익히고(내비게이션),
두 번째로 깊은 수심까지 다이빙을 했다. (딥다이빙)
내비게이션은 그리 깊지 않은 높이에서
방향 감각을 체크하고 올라왔다.
딥다이빙으로는 조금 더 깊이 내려가
라이트하우스 밑에 숨겨진 박물관을 구경했다.
귀가 안 뚫릴 때 살짝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그러냐,
지구가 품은 아랫 세상을 보고 싶어 안간힘을 다했다.
지구가 품은 새로운 세계는
나의 두려움을 포옥 안아주었다.
거북이까지 나타나 나를 응원해 주었다.
환상적이었던 딥다이빙 순간을 보냈지만
물 밖에서 사장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낮아졌다.
"데이지, 거북이를 볼 수 있던 건
나 덕분이야."
짧게 웃음 지으며
홀로 거북이와 수영한 것에 만족하는데,
그는 말했다.
"거북이 영상은 너에게 팔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원래 사진이랑 영상은 무료로 나눠준다고 했잖아."
갑작스레 말을 바꾼 그에게 경악했다.
우린 또 다른 논쟁을 이어가며
결제 이야기까지 논쟁이 불거졌다.
카드 단말기는 나의 다른 카드까지 입력하지 못했다.
계속된 결제 오류로 인해 서로의 앙금이 심해지니,
나도 조금씩 올라오는 짜증을 잠재울 수 없었다.
결국 수수료 낮은 카드를 통해
돈을 인출하기로 했지만,
카드사 한도 문제로
교육비를 내려면 4일이 걸렸다.
이집트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비즈니스 맨은
교육을 다 끝내고 4일 뒤에 결제하겠다는 아시아 여성을 믿겠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결국 그에게 여권을 담보로 4일 뒤에 결제하기로 했다.
우선 사건을 일단락한 뒤에
심신회복을 위해 마음을 추스르는데,
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돈 안내면 남은 수업도 다 취소될 거야.
오늘 밤, 야간 다이빙 하기 전가지 돈 가져와!"
여권까지 맡기고,
합의를 봤으면서
갑자기 말을 바꾼 그에게
진저리가 났다.
동시에 지긋지긋한 이 사건을 그냥 끝내고 싶었다.
결국 높은 카드 수수료와(당시, 수수료가 50,000원이었다)
암시장 환율을 감내하고
비상용 카드로 현금을 뽑아 이집트 파운드로 주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고 현금을 뽑은 뒤
야간다이빙을 하러 왔는데, 사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
같은 장소, 수업을 마친 후세인이 내게 상황을 물었다.
내 상황을 듣고 그는 사장과 통화를 했다.
사장은 후세인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장비를 다 가져와."
막무가내로 야간다이빙 수업을 없애려는 사장에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갑자기 말을 바꾼 건 너고,
그래도 돈을 가져왔는데,
갑자기 수업을 취소하다니!
나는 야간다이빙을 하고 싶어!"
결국, 사장대신 후세인이 대신 야간다이빙을 함께했다.
마음을 진정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후세인과 이야기 나눴다.
"데이지, 나는 사장과 오랫동안 일을 해왔어.
그는 비즈니스 맨이고, 소음을 잘 만들어."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와 엮인 여러 소음을 떠올렸다.
극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
절대,
아무도 믿지 마."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이집트인을 상대로 협상을 하고,
이익을 챙기려는 꾀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지난날들의 분투가 스쳐갔다.
이를 꽉 문채로 스스로 외쳤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강해지는 거야...
강해져야 돼..
결국 다음날, 센터에 찾아가 돈을 건넸다.
사장은 돈을 받으며 나에게 말했다.
(사장)
"너는 여행도 하고 돈도 많잖아.
이전에 대만 여자도 똑같았어.
할인한다 뭐 한다 말이 많더니
그는 이곳저곳 여행을 잘도 다니더구먼!"
(나)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열정의 문제야.
나는 이 여행을 위해 작년에 3개 파트타임을 뛰었고, 열심히 돈을 벌었어.
그리고 지금 나는 학생이고 돈이 별로 없어. 가끔 밥을 굶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기도 해.
여행을 다닌다고 모두가 다 부자인 건 아니야.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어"
(사장)
"너로 인해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았어.
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하고 네가 그룹이면 몰라도 혼자잖아.
너를 위해 프라이빗 운전사, 티켓비용, 대여비용 등등 해줘야 하는 게 너무 많아."
(나)
"스트레스는 나도 받았어.
우리가 처음 계약할 때 네가 다른 동행인이 없기에
프라이빗으로 수업을 받게 될 거라며 행운이라고 했잖아.
그건 내가 프라이빗으로 신청한 게 아니라 그냥 너희 고객이 없던 거잖아.
그리고 내가 언제 돈을 안 낸다고 했어?
나도 내려고 노력했잖아.
근데 내 카드도 멀쩡하고 너 카드리더기도 멀쩡하고 우리 둘 다 그 이유를 몰라.
단지 그뿐이잖아."
(사장)
"네가 왜 학생이고 돈이 없다는 걸 미리 말하지 않은 거야?
우리는 너의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깎아주고
네가 우리를 위해 한국어 번역을 해주거나 리뷰를 작성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는 건데!
실제로 우리는 사람의 사정을 고려해 무료로 제공해 주기도 해!
부자인 사람들에게는 돈을 더 받기도 하고!"
(나)
"그니까, 너 말은,
내가 처음부터 내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내 잘못이라는 거야?"
(사장)
"당연하지"
한국에서는 고정 가격 체계이기에
'학생이니까 깎아주세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는 고정 가격 체계에만 익숙했기에
그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이해는 되었다.
이집트는 고정가격 체계가 아니었다.
이곳 가격은 언제나 움직인다.
나는 이집트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 속에서
나를 소개하고,
나의 사정을 설명하고,
내게 적절한 가격을 위해 방법을 갈구해야 했다.
최대한 내게 맞는 가격을 찾아 투쟁해야 한다.
(예진)
"그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잘못이 맞아."
(사장)
"그래, 다 잊어. 다시 말해봐.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어떻게 해야지 널 행복하게 해주는 건데?"
그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동시에 울컥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지금 나는 뭘 위해서
사장과 며칠 동안 계속 실랑이를 하는 걸까.
정녕 내 잘못인가.
우리는 결국
그대로 계약한 것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파운드를 건넸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됐다.
나는 아주 큰 교훈을 얻었다.
머리를 크게 맞은 듯한 기분까지.
다음날 오후 사장과 다이빙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장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야 하기에
우리 사이의 앙금을 풀어야 했다.
"데이지, 모든 게 무사히 해결됐잖아.
괜찮으면,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먹을래?"
사장은 논쟁 이후 저녁을 제안했고,
나 역시 화해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의 집은 잘 가꾸어져 있었다.
"데이지, 너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어!"
그는 귀엽게 장식된 밥을 보여줬다.
나를 위해 엄청난 크기의 수박까지 사 왔다.
이외에도 그는
디저트, 밥, 주스 등 엄청난 대접을 해주었다.
동시에, 내게 과도하게 칭찬하기 시작했다.
"데이지, 너는 눈이 아름답다.
웃음이 예쁘다.
섹시하다."
조금씩 선을 넘는 그의 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디저트를 함께 먹으며
그는 나의 몸을 만지고
연신 내게 아름답다고 말했다.
'왜?????
어째서??????'
그의 칭찬은 이내 성희롱으로 이어졌다.
"데이지, 너와 키스하고 싶어."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미안. 나는 너와 키스하고 싶지 않아.
지금 나가야겠어."
"1분만 옆에 앉아줘.
왜 그렇게 섹시해서 나를 못 가누게 하는 거야?"
그는 내게 애걸복걸하며
연신 칭찬을 퍼부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불과 1시간 전에,
센터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사람이 맞나?'
나는 결국 사장 집을 나왔고,
나오는 내내 혼란을 잠재울 수 없었다.
아침에는 비용을 늘려 본인 이익을 위해 1시간 넘게 언성 높이던 그가
갑자기 성적 매력을 느끼고 연신 칭찬을 한다고?
그를 통해
인간이 가진 물욕과 성욕의 극치를 느꼈다.
비즈니스 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세상은 이렇게 이루어지기도 하는구나.
나는 깨달은 교훈을 자기 전에 메모해 두었다.
- '돈과 관련된 문제는 해치울 수 있을 때 빠르고 깔끔하게 끝내기.
- 비즈니스 맨과 상대할 때는 언제나 나의 이익을 살피기.
- 남자는 동물이란 걸 기억하기.'
길었던 스킨스쿠버코스의 마지막 날이다.
어드밴스 마지막 날로
'블루홀'과 '그랜드 캐년'이 예정되었다.
"데이지, 1분 뒤에 도착해"
나는 알고 있다.
1분 뒤는, 10분보다 더 걸린다는 의미이다.
"데이지, 늦어서 미안해.
이게 이집트인의 방법인걸"
후세인을 기다리며
고프로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늦든 말든 고프로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우선
블루홀과 그랜드캐년을 즐기자'
그토록 가고 싶었던 블루홀이기에,
고프로로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중적인 마음과 함께 블루홀로 이동했다.
다합에서 누 웨이바 쪽으로 위로 올라가니
파랗게 짙은 바다도 펼쳐졌다.
‘남색’ 그 자체였다.
남색의 모든 짙음을 끌어안는 듯 바다가 펼쳐졌고,
나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 블루홀에 기어코 왔구나!
준비를 마치고, 블루홀로 가는 입구에 점프를 하는데,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이빙은, 시작하기 전에 언제나 두근거리고 머뭇거리게 된다.
두려움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타났다.
어색한 내 자세에 벗어나고자 자신감과 용기를 얻으려 노력했다.
블루홀 들어가기 전 생각했다.
'그래, 고프로는 일단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떨리고, 설렌다.
블루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26m까지 수직으로 하강하는 구간이 있다.
나아가 가스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마스크 크기가 내 입이랑 달랐다.
조금의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당황하고 겁먹었다.
"데이지, 괜찮아."
나는 후세인을 믿고 안정을 찾아갔다.
후세인을 따라 26m까지 하강해 좁은 바위틈사이를 따라 내려왔다.
이후 블루홀 입구까지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며 수영했다.
그리고, 7m 정도의 높이의 산호초들을 넘어 블루홀 안으로 들어왔다.
실로 엄청났다.
블루홀은 마치 블랙홀 같이 수면 위로 나오는 빛을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블루홀 아래롤 내려다보면 하늘색밖에 보이지 않으며,
하늘색 너머로 보이지 않는 그 너머에 무언가가 빛을 빨아들이듯,
빛들이 안으로 빨아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바라봤다.
하얀 손. 어떠한 온기도 받아본 적 없어 보이는 손.
바닷속은 그야말로 또 다른 세계였고,
블루홀은 동그란 홀 안에 새로운 빗속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블루홀 가장자리를 한 바퀴 반 돌았고,
그 속의 생물을 보았다.
파란색의 야광 가오리를 끝으로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다.
블루홀 안의 세계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온통 푸른색으로 가득 찼으며 빛이 통과되는 새로운 우주였다.
오묘한 우주였다.
이후 센터로 돌아와 자격증을 받기 전,
고프로를 찾기 위해 거리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기억 처음부터 끝자락까지 남아 있는 모든 곳에 갔다.
시간이 흐르며
찾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생각했다.
'조용히 고프로를 버리고 가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고프로를 잃어버린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내 마음을 일단락시킨 뒤,
이중결제 문제를 위해 센터로 돌아왔다.
운명론적 생각으로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돌아가면서 어찌나 속상하던지.
계속 땅만 보고 갔다.
동시에 다른 문제도 발견했다.
"뭐야,
이전에 다합데이즈에서 지불한 내역이 있잖아!"
카드 먹통으로 승낙되지 않은 걸로 알던 거래가
거래 내역으로 승낙되었음을 발견했다.
사장은 말했다.
"우린 결제가 안되었어.
아마도, 은행 측에서 다시 반환을 해줄 거야."
그가 이중결제 사기를 한건 아닐지 의심했지만,
은행 측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스킨스쿠버를 위해 거친 지난 모든 소음이 스쳐갔다.
마지막 날 마주한 블루홀은 경이로웠지만,
그 순간을 타파할 정도 나머지 모든 소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더욱이 고프로를 잃어버린 것이 완벽한 장식이 되었다.
다합의 밤바다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지 못한 밤이었다.
매우 아쉽고, 또 아쉽다.
한편으로 다합이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다시 찾아와야 해'
다음날,
휴식을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카페 넓은 소파에 누워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다합에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마지막 휴식을 즐겼다.
다합.. 다합 다합...
인터넷상을 통해
다합이 얼마나 머무르기 좋은 곳인지를 알았고,
그랬기에 여행 일정 일주일을 넣었다.
한 도시에 일주일을 머문다는 건 내 여행에서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일주일은 무슨..
2주도 모자랄 판이다.
비행기를 당장 미루고 싶었다.
아쉬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베두인 플래닛에 못 간 것
파르샤 카페에 못 간 것
다합 한국 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못한 것
프리다이빙 수업을 못 들어본 것
고프로를 잃어버린 것
하갈과 라구나 비치에 못 간 것
시나이 산에 못 간 것 등
무수히 스치는 아쉬움이
짙은 마음으로 남아있었다.
아쉬움은 나중에 다시 올 것만 같은 감정이었다.
헤어질 때 아쉬운 건 좋은 일이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합에 다시 오면,
프리다이빙 아이다 2까지 따야지
프라챠 카페, 베두인 플레닛 등 관광지들도 가봐야지
시나이 산 등산을 해야지
라구나 비치에서 석양이나 일출을 봐야지
다합에 지내면서,
그저 바다를 보면 노래를 듣던 순간을 사랑한다.
조금씩 해가 지며 빨갛게 물든 하늘,
이를 배경으로 은은하게 울리는 파도소리.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태양에 반사되어 빛나는 다합의 바다를 사랑한다.
바다의 빛나는 조명을 친구 삼아 노래를 들으며
라이트하우스로 향하던 순간을 사랑한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다합 밤거리를 걸어오던 순간을 사랑한다.
저마다의 시간이
다합 바다에 녹아져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소중한 사람과 바다에서 시간 보내는 이들,
밤바다 너머의 조그만 불빛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기,
맨발로 뛰어다니는 이집트 어린아이들,
언제나 같은 곳에 앉아있는 타로 상인,
이집트의 고대 문화를 그린 벽화들까지.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머무름은 내게 놓쳤던 것을 속삭였다.
그동안 내가 놓쳐왔던 것들과
내가 잊고 지내왔던 것들을.
다합에 있으면서 엄마와 오랜만에 통화했고,
고등학교 시절,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던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여행하고 있을까.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내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지금도 너무나 행복하고,
가끔 행복해 눈물이 흐르지만,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무덤덤’이란 감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취미 생활을 하며 쉬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정해 쉬는 게 필요하듯,
여행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여행에도 재정비하고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다합에서 온전히 불필요한 생각 없이 푹 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스킨스쿠버 수업 비용지불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것,
결제문제로 아딸과 논쟁을 펼친 것,
수업 사진 문제로 거래를 해야 했던 것,
고프로를 잃어버려 온종일 다합 거리를 돌아다닌 것,
그리고,
마지막에 발견된 이중결제까지.
결국은 다 돈 돈 돈인 걸까.
비용문제로 다합을 좀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게 아쉽다.
짜증과 화로 얼룩진 다합에서의 시간을 마쳤지만,
난 다합에서 남긴 얼룩이 내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다합에서의 시간은 내게 알려줬다.
어떻게 아랍인들을 상대해야 하는지,
비즈니스란 무엇인지,
얼마나 내 물건 관리를 잘해야 하는지,
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를.
인간에게는 조금의 스트레스가 필요한 법이기에,
난 삶의 소스를 적절히 붓고 있다.
난 오늘도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오만가지 신경으로
진정한 세상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이집트.
이집트는 다른 여행지에서도 줄곧 내 뒤를 따라왔다.
이중 결제 환불 요청을 위해서
현금영수증이 필요했다.
사장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오래도록 답이 없었다.
"이집션... 끝장을 봐야겠어.."
하루 날을 잡고
나는 전화와 문자 폭탄을 보냈다.
"현금 영수증 하나면 돼!!"
끈질긴 전화와 문자로 인해
그는 나를 차단했다.
"갈 때까지 가보겠다 이거지?"
나는 그동안 받아온 앙금이 터진 채로,
친구의 폰을 빌려 연락 폭탄을 이어갔다.
"누가 이기나 보자"
그렇게 수차례 연락을 걸고 나니,
강사 후세인에게 '빠른 시일 내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집트 여행을 통해 나는 알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것을.
진짜 보낼지, 안 보낼지 모른 채로 우선 오늘 전진을 마쳤다.
*결국 무사히 환불을 받았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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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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