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가 데이지 Oct 17. 2024

나의 첫 히말라야에서 만난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아제


네팔 히말라야를 오르는 중에



히말라야에 오르기 전, 

호스텔에서 짐을 싸는 내게 한 여행객이 묻는다.



"세계 일주라니! 지금까지 어땠어?"





"음, 정말 행복했어. 

매번 다른 생활과 삶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껴.

물론 실수도 많지.

의지하려고만 하는 내 모습,

부지런하지 못한 내 모습도 보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으로 

슬프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이없기도 하지만,

이건 지나가는 당연한 감정에 불과해."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것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구나."


"응. 정말 행복해.

여행이란 삶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 같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포인트로 향하는 버스


오랜 꿈이었던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 

근교 마을인 포카라로 향한다.


포카라에 점점 가까워 와 

히말라야의 설산이 보일 때면

알 수 없는 떨림이 느껴진다.


홀로 오르게 된 히말라야.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심장은 미치도록 쿵쾅거린다.



혹여 길을 잃지는 않을지,

체력이 받쳐주지는 않을지,

히말라야 규정에 걸리지는 않을지,

불확실성 앞에 펼쳐진 각종 걱정거리와 함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길을 딛기 시작한다.



가이드 안잔과 처음 만난 순간 / 안나푸르나 타다파니에서


"데이지,

오늘 네가 이곳에 머물면 가이드 기회를 이용해 숙박비용이 무료야.

오늘은 여기서 우리랑 있고,

내일 같이 출발하는 거 어때?"


홀로 당차게 시작한 길도 잠시,

등반 이튿날, 우연히 만난 가이드 안잔은 내게 제안한다.



포터 아제, 가이드 안잔, 등산객 텐텐 (왼쪽부터 차례로)과 함께 오르기 시작한다.


가이드 안잔과 함께하는 친구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중국 관광객 텐텐과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가이드 안잔, 

아르바이트로 포터 일을 하는 아제.


타다파니로 향하는 길에 우린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같은 보폭으로 함께 오르기 시작하며 다다른 산장에서 머무른다는 친구들.

다음 포인트가 목표인 나는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니,

아쉬움을 한껏 섞으며 함께 이곳에 묵자고 말한다. 


"데이지, 숙박 비용이 무료라니까?

다음 포인트에 간다고 해도, 어차피 같은 날 정상에 오르는 건 같은 거 아니야?

우리와 같이 오르면 더 재밌지 않겠어?"



그들의 꾀에 넘어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임과 동시에 친구들은 너도나도 기뻐한다.


"데이지도 앞으로 우리와 함께한대!!"


내일부터 정상에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나와 함께함에 기뻐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든든함을 느낀다. 





셋째 날 아침, 

다 함께 타다파니 마을을 나서 한참을 걷는 도중

이전 포인트에 두고 온 충전기가 생각난다.


황급히 산장에 다녀와 친구들을 따라잡으려고 준비하는데,

나를 따라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는 아제가 서 있다.


"찾았어? 다행이네."


흐뭇하게 미소 짓는 아제와 다시 등반을 시작하며

우린 서로의 우주를 공유한다. 



아제와 나. 아제는 2005년생이다.

올해 19살인 아제는 

히말라야 마하푸흐레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히말라야산맥에 둘러싸인 채 걷기에

그는 산을 넘으며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산등성이 보이지?

저 너머가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이야!"


농부였던 아제의 아버지는 정치인과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 해외에 나갔다.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간 아버지를 뒤로하고

아제는 어머니, 여동생과 히말라야 산간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산을 오르다 말고 아제는 약초밭에 달려간다.

잠시 뒤 약초를 손에 들고 온 아제는 

능숙하게 약초에 불을 지핀다.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가곤 했지. 

약초를 캐러 가기도 했어. 

나는 산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자연의 아름다움이 참 좋아."


땅의 따뜻함과 차가운 바람길의 햇살을 

자유롭게 느끼는 아제.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 

히말라야를 오르내리던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성공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싶어. 

사회의 일원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히말라야산맥이 가져다준 어린 시절 때문일까,

언제나 긍정적이고 장난기 많이 산행 내내 우리에게 에너지가 된다.


"지금까지 가족에게서 돈을 받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일어서야지."


독립을 위해 조금씩 시작한 아르바이트.

히말라야에서 포터로 시작한 것도 

아르바이트 중 일부이다.



"짐꾼으로 일하면서 히말라야의 모든 곳을 다니기로 다짐했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용돈을 벌 수 있고, 건강도 좋아지잖아!

강한 사람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줘야지."


"그렇지만, 포터 일이 쉽지만은 않을 거 같아."


"맞아. 종종 눈이 내리면 미끄럽고 위험한 경우도 많지.

그렇지만, 포터와 가이드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


어릴 적부터 무거운 짐을 들고 산을 오르내리는 네팔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등반이라며 웃으면서 산을 오르는 아제.


무엇이든 긍정에너지로 소화해 내는 그의 힘은

히말라야 설산의 비친 하얀 눈처럼 빛난다.


산을 오르고, 중간에 밥 먹고, 다시 산을 오르는 날들의 연속


아제는 밥을 먹을 때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개구쟁이 모습을 보이지만,

돈을 아낀다고 조그만 음식을 시킨 나의 접시에

자기 달밧을 덜어주며 의젓한 모습도 보인다.



*달밧(Dal Bhat): 네팔 전통음식 (달(Dal)은 렌틸 콩, 밧(Bhat)은 밥을 의미한다)


산을 오르며 비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아제는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순간에도 내게 장난치고, 재밌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잠잠(Let's go)'을 외친다.



비가 그치면 아름다운 설산의 풍채가 드러난다.



"네팔은 아름다운 국가야. 

아름다운 산을 가졌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잖아! 

다만, 네팔 정부는 병원비, 교육비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더 많으면 좋겠다."


히말라야 설경을 배경으로 눈을 뜬 뒤


함께 아침과 점심, 저녁을 먹고

도착한 산장에서 이야기 나누며 휴식한다.


함께 춤을 추기도,

블랙티 잔을 부딪치기도,

다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히말라야의 설산 추위 앞에서

우리의 온기는 따뜻하고도 온정적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아제와 함께 산장에서 쉬면서


"여전히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 찾아가고 있지만,

우선 영국 군인으로 지원하고 싶어.


군인으로 선발이 안 되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히말라야 조그만 마을의 아이는

무거운 짐을 메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어엿한 성인이 된다.

진로를 찾아가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 길 위에서

아제는 자신의 국가, 마을을 위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거라 말한다.


"한국에서 공부한 뒤에는

마을로 돌아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원이 되고 싶어.

마을의 학교에 좋은 교육도 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거지.

한국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네팔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사업 말이야."



소년 같은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가지면서도

어른 같은 의젓한 모습을 가진 그를 바라본다. 

그의 에너지를 받아 힘껏 웃음 지으며 내 에너지를 보낸다.



어느덧 베이스캠프 정상에 다다르는 길목에 가득한 하얀 눈을 밟는다.

요리조리 산을 오르면서도 넘어지지 말고 조심히 가라고 걱정하는 아제.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야.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부모님께 실망과 눈물을 안길 때마다
내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했어. 

지금 나의 가족과
훗날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들에게도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 

앞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거야.  






당찬 에너지로 짐을 메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아제를 보면서

힘들 수도 있을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아제를 보면서

장난치며 남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아제를 보면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과정은 미소로 가득 찬다.


평화롭게 자신의 웅장함을 뽐내는 히말라야 속에서 자라온 아제가 가진 

당참과 순수함을 응원하고 싶어 진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omn.kr/1p5kj : 오마이뉴스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 02화 함께여서 더 아름답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