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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Oct 28. 2024

내가 부모 잃은 아이의
어머니가 되겠어요

네팔 카드만두에서 만난 메누카


‘우리를 방문하세요!’ 여러분의 10달러는 네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됩니다.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을 통해 발견한 문장이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Hamro Sunaulo Sansar(아래 산사르 보육원)의 문구이다. 

2016년 설립된 산사르 보육원의 문구를 보자마자 나는 갈 채비를 마친다.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떨어진 산사르 보육원은 가파른 언덕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가 반긴다. 

무거운 배낭과 함께 도착한 나에게 Menuka Koirala(이하 메누카)는 꼬마 아이와 손을 흔든다.


메누카(Menuka Koirala)와 그의 딸

보육원에 들어서니 20명의 아이는 새 손님맞이로 신이 났다. 

구석에서 힐끔 쳐다보는 아이, 쫄래쫄래 옆을 지키는 아이, 내게 호기심 보이는 아이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반겼다. 

메누카도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까, 

짜이 찻잔 사이로 메누카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그에게 삶을 물었다. 푸근한 엄마 미소와 함께 메누카는 입을 열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이후, 집을 잃은 아이들을 품은 어머니



메누카는 1987년 카트만두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테레사 수녀 이야기를 읽으며 영향을 받은 그는 사회복지 활동을 즐겨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호텔경영학 공부를 위해 싱가포르로 향했고,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임신하고 비자 문제로 인해 2010년 네팔로 돌아온 그는 엄마가 되어 평온한 삶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국가적 재난이 찾아왔다. 

2015년, 카트만두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고르카에서 발원한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1934년 이래 발생한 최악의 지진은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았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카트만두 사람들은 한순간에 무너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대지진으로 인해 부모를 잃었어요. 

지진 이후 아동 인신매매 문제도 증가했어요. 

정신 질환, 유기 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도 있고요."



메누카는 천막 아래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을 보며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참혹한 지진 현장에서 부모 잃은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다짐한 것이다. 

메누카를 지지하는 가족의 응원 아래 그는 보육원 운영을 시작했다.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이자 빈민가인 신두팔초크(Sindupalchok)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맞이했다. 

가족이 된 10명의 아이와 함께 보육원을 시작하여 오늘날 20명의 가족이 되었다. 



“아이들 엄마가 되는 것은 제가 해야 할 몫이에요. 

산사르 보육원의 조직을 유지하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고 싶어요.”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나는 산사르 보육원을 알게 되었다.


산사르 보육원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보육원을 향한 손길이 끊겼다. 

정기적 기부 부재는 산사르 보육원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메누카는 카우치서핑,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며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고 편안하게 자기 위해서다. 

그는 오늘도 산사르 보육원을 찾는 작은 손길에 감사한다.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2016년 1월 6일에 10명의 아이와 함께 설립된 산사르 보육원은 오늘날 20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예요. 
가족 모두가 삶을 살도록 끝까지 돌볼 거예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카트만두 사람들에게 닥친 2015년 대지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폐허 속에 묻힌 부모 앞에서 아이들이 마주할 현실은 참혹했다. 

메누카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지붕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처럼 아이들 삶에 단단한 중심이 된다.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메누카를 바라본다. 

그는 히말라야처럼 넓은 가슴을 갖은 어머니이다.



산사르 보육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누카 연락처 : +977- 9813356094/ whatsapp /viber
산사르 보육원 홈페이지: hamrosunaulosansar.org.np
산사르 보육원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hamrosunaulosansar/
메누카 카우치서핑 프로필 : https://www.couchsurfing.com/people/menuka-shrestha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잊지못할 하룻밤






보육원 아이들은 참으로 순수하고 밝았다.


쑥스러워하며 콧물 흘리는 아이조차도 옆에 찰싹 붙어 말을 걸곤 했다.


아이들은 노래에 곧바로 춤을 추고, 노래 불렀다.


천방지축 즐기는 아이들과 함께 

나도 아이가 되는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 눈에 비친 내 모습







아이들의 그림은 언제나 사진을 찍게 된다.


아이들 눈으로 본 세상을 알 수 있어서 참 좋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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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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