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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라구나
Nov 07. 2024
내 딸은 로미
당당한 우리 딸
오랜만에 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주말에 아파트 놀이터에 두 딸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날씨가 참 좋더군요.
몇몇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씽씽이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과 서슴없이 같이 놀기 시작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끄럼틀'
'작은 암벽등반'
이런 저런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한 아이가 '티니핑'놀이를 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아이1 : 나는 조아핑!
아이2 : 나는 하츄핑!
첫째 딸이 말할 차례가 되어서 무슨 티니핑을 말할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딸이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있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첫째 딸 : 나는 로미!
티니핑을 모르시는 분들께 참고로 말씀드리면 '로미'가 티니핑 만화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들 시대로 '그랑조'에서 나오는 빨간자켓입고 있는 남자 주인공 정도라고 이야기하면 비슷할까요?
전 딸 아이가 '로미'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멀리서 듣고 괜시리 웃음이 나왔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당당한 모습 그대로 당차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습니다.
제가 첫째 아이 정도의 나이일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때 기억은 그래도 생생한 편입니다.
제가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학급에 '반장/부반장/회장/부회장' 이렇게 총 4가지 직급(?)이 있었습니다.
반장/부반장이 실질적인 행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회장/부회장은 주1회 있는 학급회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려서는 권력욕(?)이 있는 아이었는지, 그런 감투를 하나를 꼭 쓰고 싶었습니다.
당시 반에 임원이 되면 이에따라 부모님도 선생님을 도와서 이런저런 사유로 학교에 자주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임원이 되면 같은 반에 간식을 쏴야하는 암묵적 룰이 있었지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학교에 자주 오실 시간적 여유가 없으셨고, 피자나 콜라를 반 아이들에게 전체적으로 쏠 경제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부모님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벌써 알고 있었던 어린 저였습니다.
저에게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비슷하게 유년시절을 쭈욱 보냈습니다.
'여유'라는 것이 없었기에 제가 부모님을 보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근면성실' '절약' '정직' 이러한 것들이었습니다.
사업체를 가져야 한다거나 대출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경쟁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거나 서울 부동산이 최고라는 그런 내용은 들은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비슷할 것 같습니다.
부모가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소리와 여유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소리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의 순서가 있는 듯 합니다.
'근면성실' '절약' '정직'은 어려서 배울 수 있는 것이지 다 커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책을 보거나 글로 배우기는 어렵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여야 습관이 될 수 있는 것들이지요.
돈, 부동산, 주식, 대출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은 '빨리' 아는 것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한 듯 합니다.
빨리 알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오른 방향으로 가면 문제 없겠지만,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빨리'보다는 '제대로'가 중요합니다.
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 같네요.
'당당한 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딸이 지금처럼 꾸준히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김없이 자라도록 부모로서 지원해주고 싶고요.
부모님이 저에게 알려주신
기본기도 충실하게 딸에게 물려주면서 동시에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줄 수 있도록 부모로서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저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약간 못된 결핍감으로 전
이되어
누군가 앞에서
'
당당하게 하는 것'을
'나대는
것'처럼 느끼고
좋게 보
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구김이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제 속마음은 우리 딸들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당당하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연설을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지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요...
저도 늦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딸들은 티니핑의 주인공 '로미'처럼 인생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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