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잠깐 본 하늘은 너무 맑았다. 마침 지상에 세워서 느낄 수 있었던 하늘이었다. 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날씨였다. 이런 날씨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이 생동하는 아침이였다. 공기를 깊이 폐로 마시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살고 싶은 날씨구나. 내가 아직 살아있지 않다면 이 날씨를 느끼지 못할 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오직 죽음만이 나의 고통을 해결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우울과 강박에 침잠해있었다. 나에게 닥친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 죽음으로 회피하고 싶은 생각 많았던 것이다. 생전 듣고 보도 못한 이 현실이 암담했다. 누가 나에게 벌을 주나라는 생각도 했다. 만약에 벌이라면 달게 받아야 하고 그 벌로 인한 나의 죽음은 필연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죽음은 나를 둘러싼 이들에게는 또다른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고통을 준다는 건 차마 할 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는 이 고통이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면 내가 이를 악물고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둑에 생긴 이 작은 균열을 이겨내지 못하면 삶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어떻게든 더 이상 밍기적 거리지 말고 바닥을 치고 올라야겠다는 당위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바닥을 차고 오르며서 하루 하루 살아남다 보니 오늘같은 날에, 출근을 하며 맑은 공기에, 햇빛에 생을 찬미하고 싶은 감정이 드는가부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고통은 누구나에게 오는 것이다. 고통의 원인이 꼭 나의 운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고통이 여러 형태로 닥친다는 것을 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에게는 행복을 선택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고 동시에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도 나로 인해 행복을 선택하고,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나의 아들이 멋지고 근사한 사람이고 그래서 내가 아들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듯이, 내 딸과 아들 또한 행복하고 멋지고 근사한 엄마를 바라보고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든 나 혼자만 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통이 없는 삶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모두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통이 있을 지라도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만 있다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행복한 생존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