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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선 Sep 30. 2023

상처받은 사람들은 상처를 준다. 그래서 용서가 된다.

불행의 대물림 끊기 3편

불행의 대물림 끊기 1편: 우리는 모두 피해자들의 피해자

불행의 대물림 끊기 2편: 이 없이 부모가 되었다


우린 모두 거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픈 경험 한번 한 번에 이 거울은 조금씩 조각나요. 깨지면 깨질수록 그 거울을 통해 보는 내 모습은 더욱더 일그러집니다. 

진짜 나의 온전한 모습을 망각한 채 조각난 이미지가 나라고 믿게 되면, 내가 바라보는, 내 거울에 비친 세상 역시 뒤틀립니다. 나를 대하는 방식은 타인에게 그대로 투영돼요.


깨진 유리 조각들로 타인을 할퀴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많은 사랑을 준 고마운 사람을 만났을 당시 전 자기혐오감이 피크였어요. 겉으로 내세우는 자존심에 바닥 치는 자존감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그에게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제 안에선 울분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점점 제가 받으며 자란 폭언들을 그에게 그대로 하기 시작했어요. 


내 가치를 내가 모르면 사랑을 줘도 받지 못하더라고요.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저의 어린 시절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 그를 향한 내 폭언들은 그때그때 그의 행동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닌 온전히 나에 대한 반영이었던걸. 그때 전 저를 학대하는 것만이 나 자신을 대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고, 그와 가까워질수록 상처는 그에게 흘러넘쳤습니다. 그에 대한게 전혀 아니었어요. 


저는 알잖아요, 제가 얼마나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상처 줄 만큼 제 트라우마는 저를 집어삼켰고, 통제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받은 상처 역시, 그만큼 내가 못나서가 아니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을 상처 준 내 행동이 나의 상처에서 비롯된 걸 이해하고 용서하면, 나를 다치게 한 모든 사람들 역시 용서가 돼요. 그들 역시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그들 역시 상처받아서 나한테 그런 거니까. 


내 잘못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건 더 깊은 자기 혐오감에 빠지려는 게 아닙니다. 

전 제가 꽤 선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내 아픔을 외면했을 땐 마음속엔 냉소적인 미움만 차올랐었고, 모두를 삐뚤어진 시선으로 판단했습니다. 방어적으로 사람들을 쳐내고, 사랑하게 된 사람은 아프게 했어요. 그 모든 행동의 이유는 내 트라우마였던걸, 사실 난 나를 제일 하대하고 있던걸 알아주고, 미안하다 해주고, 안아주니까 점점 원래 "내 모습"같이 느껴지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미움을 가지고, 사람들을 표면적으로 판단하고, 사랑은 꽁꽁 감춰두는 모습은 본래 우리가 아니라 믿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내가 이런 아픈 감정을 겪은 것을 -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픔 때문에 의도치 않게 나에게 상처를 낸 것을 - 충분히 토닥여주세요 (밑에 편지 참고). 

나에게 이런 이해와 사랑을 주는 건 내 거울의 깨진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어 다시 맞추는 것입니다. 거울에 비친 내가, 그리고 모두가, 더 이상 일그러지지 않을 때까지. 

진짜 나의, 그리고 모두의, 아름다운 본모습이 내 거울에 비칠 때까지.



과거 썼던 편지 (악필....):


+ 이걸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저에겐 많은 힐링이 되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받게 될 상처에 정말 자유로워졌습니다. 남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일 못된 시선으로 보고 있을 확률이 높단 걸 아니까, 어떤 일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저 사람은 한 번도 내가 되어 살아보지 못하였고, 나 역시 그로 살아본 적 없기에, 이 사람들이 어떤 상처에서 저러는 건지 모르니까 별 타격 없이 넘어가게 돼요.


불행의 대물림 끊기 4편: 배은망덕할지라도 부모님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에서 계속 됩니다.

@han______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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