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대물림 끊기 2편
불행의 대물림 끊기 1편: 우리는 모두 피해자들의 피해자
불행의 대물림의 결과는 아이가 보는 자신의 가치를 실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양육자를 보고 삶을 대하는 방식을 따라 하기에, 결국 그들이 우리를 대한 방식 그대로 나 자신을 대하게 됩니다.
나를 방치한 부모아래에서는 나 역시 나를 방치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나의 가치를 보잘것없이 느끼게 했다면 나 역시 내 가치를 망각하는 결과로. 양육자가 했던 말투, 눈빛, 내용 그대로 나 자신에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내면대화/inner dialogue). 어른이 된 지 오래일지라도.
느끼지 않고 억누른 과거의 감정은 해소되는 게 아니라 내 몸 어딘가에 맺혀있어요. 맺힌 감정들은 생뚱맞은 트리거에 불쑥불쑥 터지는 화로 보일 수도, 아픈 관계를 번복하는 자기 파괴적인 패턴으로 발현될 수도, 혹은 이유 없이 아픈 몸과 무기력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결국엔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감정의 근원을 무시하면 할수록 엄청난 파급력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적인 베이스는 낮은 자기 사랑.
양육자가 물려준 상처 중 상당 부분이 사랑에서 시작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양육자에게 배운 악습에 따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예요.
내가 나를 미워하는데 - 나를 너무 닮은, 내가 너무나 간절히 사랑해서 맞는 길로 인도하고 싶은 내 아이에게 언뜻언뜻 보이는 나를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까요? 나의 트라우마에 휘둘리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 있을까요? 내가 아는 불행에서 아이를 구제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부정하게 될 수도, 보듬지 않은 아픔이 튀어나와 아이를 할퀴었을 수도 있어요.
그 누구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남을 더 잘 사랑해 줄 수 없어요.
그래서 대물림을 끊으려면 우린 '나를 맞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 안에 상처받은 그때 그대로 멈춰있는 나,
이젠 그 아이가 원했던 사랑을 나에게 줘야 해요.
나를 재양육하는 건 나의 결핍을 쥐고 있는 내면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다시 믿게 하는 것이고, 이젠 안전하다 느끼게 해 주는 것이고, 결핍을 점점 사랑으로 채움으로써 과거의 아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따듯한 말, 선물, 관심 - 내가 너무나 간절히 바라온 게 무엇이었나요? 혼자 슬퍼하는 그 어린아이는 무엇이 필요했나요? 누군가에겐 무조건적인 사랑이 될 수도 있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당해서 적절한 단호함을 못 배운 아이에겐 마흔이 되어 절제를 배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재양육하는 건 너무나 많은 방법들이 있고 훨씬 깊이 들어가야 해서 앞으로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상처를 더 전달하지 않고 이 악순환의 끝은 나이길.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 그때 홀로 아파했던 아이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단 걸 이젠 알아야 하니까,
불행의 대물림을 끊는 건 나에게서 시작됩니다.
불행의 대물림 끊기 3편: 상처받은 사람들은 상처를 준다. 그래서 용서가 된다. 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