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차 아기
짧지만 강렬했던 1박 2일이 끝이 났다. 사실 마음이 조금 불편한 여행이었다. 귀신같이 아이는 내가 떠난 다음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카톡에서 느껴지는 아내의 투정을 최대한 잊으려 노력했다. 와이프 희생 덕분에 잊지 못할 여행이 됐다. 10명이 모두 친한 사이는 아니고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일 수 있지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됐지 않았을까. 나도 아이 아빠가 됐다고 느끼는 여행이었다. 바닷가의 젊음을 느끼면 과거의 그리움에 괴로워할 수 있겠다고 느꼈지만 어느새 딴딴이가 궁금해지고 보고 싶었다. 일상에 대한 탈출? 자유가 아닌 걱정이 먼저 앞서는 걸 보니 진짜 가족이 생겼다고 느끼게 됐다.(그렇다고 다음에 또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다음 외박은 언제가 될까? 달력을 펼쳤다. 아마도 9월에 있는 동대문 마라톤 대회일 것 같다. 그날 연차까지 내고 서울을 갈 생각인데, 와이프가 내가 valley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녀와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왜 10km를 신청했을까. 저번주에 달려보니 5km부터 숨이 턱 막혀 오기 시작했다... 아이 탄생 전 후 3달가량을 축구도 안 하고 유산소와 멀어졌더니 신체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이를 케어하는 이 새벽 시간이 너무 힘들다.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건강 기능 식품을 열심히 챙겨 먹긴 하는데 역시 최고는 운동이다. 그중에서 달리기. 아이 핑계를 댔지만 솔직히 너무 덥다. 아이 덕분에 매일 집에서 에어컨 최적온도를 유지하고 있기에... 밖에 나가는 순간 생존 위협이 느껴진다. 그래도 해야겠지. 10km를 신청.. 했어.. 니깐.
아이의 탄생은 내 알고리즘을 육아로 바꿔놓았다. 솔직히 육아 정보가 재밌겠는가? 전혀. 특히 기존에 자극적이었던 내 알고리즘이 육아로 탈피되고 있어서 유튜브를 안 들어가게 된다. 좋다면 좋은 건가? 육아 관련 영상도 보다 보면 다 흡사하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아이에 맞는 학습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동요는 좀 많이 보고 있는데, 아이가 바운스를 탈 때 동요를 불러주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미래 아이는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동요와 클래식 등 음악을 많이 들려준다. 다만, 아빠의 노래 실력 때문인지 부를 때마다 인상을 찡그린다.
빨리 딴딴이가 성장했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의 변화가 조금씩 느껴지는 중이라 신기하다. 몸을 뒤집는 초기에 도입한 것 같다. 자꾸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허리를 돌린다. 조만간 기저귀 갈이대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떨어질까 봐 매우 걱정. 그리고 표정의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매번 무표정으로 있더니 어느 순간 눈 마주침과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눈 마주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아내의 걱정회로가 최근 자폐아 정보로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눈을 자주 마주치고 부모와 소통을 하는 아이가 자폐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반 강제적으로 아이와 눈 마주침을 반복하는데 한 달 전과 다르게 이번 주부터 급격하게 아빠를 응시하고 웃는 일이 많아졌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내가 우리 엄마에게 했던 말이 있다." 엄마,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건 3살까지 주는 기쁨으로 완성된대!" 당시에는 그냥 효도한 적이 없어서 의미 없이 한 말이지만 내가 부모가 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이가 내게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경험을 제공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언제일까. 이런 설렘과 떨림이 있었던 적이. 이제 51일 차가 됐다. 시간이 빠르다. 행복한 나날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며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육아일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