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튜브로도 충분해
요즘 엄빠들이 많이 한다는 욕조에 물받고 아이 수영시키기를 해봤다. 애가 생기기 전 아이 목에 튜브를 끼워 둥둥 띄우게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막상 내 애가 생기니 너무 궁금했다. 0살 배기들이 물 속을 엄마 양수와 비슷하게 생각한다는데 딴딴이는 과연 좋아할까? 급하게 목튜브를 쿠팡에서 주문했다. (목에 끼우는 튜브도 급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지만..) 아무튼 가성비 좋은 튜브를 하나 사고 밤이 되기만 기다렸다. 평소 목욕 시간 10분 전에 욕조 물을 받았다. 아이에게 적합한 온도로 설정을 하고 목 튜브에 공기를 넣었다. 슈욱 슈욱 소리와 함께 마침 타이밍 좋게 딴딴이가 울기 시작한다. 밥 먹은 지 4시간이 지나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하는지 테스트하기 좋은 시점이다.
열심히 울어대는 아이에게 목튜브를 착용시켰다. (목이 좀 두꺼워서..쉽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보기 위해 욕조에 넣었다. 신기했다. 멍하니 둥둥 떠다니니면서 자기 다리를 이용해서 몸을 뒤집었다.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보이면서 웃기 시작한다. 편안하고 기분이 좋은가보다. 최근 계속 같은 패턴으로 놀아주느라 지루해지던 참에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 작은 다리로 욕조를 헤엄치는 모습에 나도 평온함을 느꼈다. 멍하니 아이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10분 쯤 지났다. 처음이니 이정도만 하고 바로 욕조에서 목욕으로 연결하자고 했다. 욕조 깊이가 의외로 깊어서 목과 손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혹시나 손이 미끌려 아이가 물에 풍덩 빠질까봐 걱정도 됐다. 처음 해보는 거라 익숙지 않아서인지 손이 덜덜 떨렸는데 그래도 적당한(?) 울음으로 목욕을 마무리했다.
목욕은 하루의 마무리다. 아직 9시간 넘는 잠을 자진 않지만 육퇴했다는 기분이 든다. 어제는 정말 지친 하루였다. 아이의 수면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지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야간 끝나고 잠을 못자고 동료의 모친상 자리를 갔기 떄문이다. 피로한 상태로 왕복 6시간 정도의 운전을 했다. 솔직히 부조만 하고 싶었지만 잠깐의 편안함 때문에 평생의 미안함을 가져가기 싫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 만다라트에 가장 진하게 칠해 놓은 게 경조사 챙기기다. 아내도 내 이런 성격을 알고 있지만 서운했는지 카톡으로 짜증 담긴 메시지를 보낸다. "왜 일방적으로 통보하냐고! 오늘 할 일 있었는데."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말 다툼할 힘도 없었다. 이해해주길 바랐지만 아쉬울 뿐이다. 내 말투의 문제도 있었겠지.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나 장례식 갔다올게 점심 넘어서 올거야."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기분 나빴나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미안함을 표현했어야 했는데 지금 내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랐던 거 같다. 9시에 출발해서 집에 오니 16시가 됐는데 아내의 잔소리에 화를 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참을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만 뭔가 버티는 힘이 생겼달까? 최근 해온 달리기 떄문일 수도 있겠다. 참고 미안한 감정을 더 보여줬더니 아내도 토라진 게 금방 풀렸다. 그렇게 딴딴이 수영을 마지막으로 해피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