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와 친구로 지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1번, 지낼 수 있다. (But, 상대방은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 불공평하다.)
2번, 절 대 안 된 다. (물론 상대방도)
3번, 스킨십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섹스를 했을 경우엔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조금 다른 경우긴 하지만 FWB(Friends With Benefits_친구관계이지만 섹스가 가능한 관계)도 있다.
나는 생각해봤다, 왜 이렇게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는지에 대해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여러 의견들의 기저에는 <유사연애>라는 전재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번의 경우, 옛 연인은 언제든 <유사연애>가 가능하기에 안 되고,
2번의 경우, 더 이상 <유사연애>조차 되지 않을 상대이기에 가능하고,
FWB의 경우, <유사연애>를 원하기에 시작된 관계가 아닐까?
나는 절대적으로 1번의 유형을 가지고 있다.
지나간 연인은 절대 친구로 지낼 수 없으며, 상대방 또한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이렇게 절대적인 1번의 유형을 가진 나도 실수 한 적 있다.
과거의 연인 중 한 사람이었던 그분(나는 지나간 인연에 대한 별명을 붙이곤 한다. 이때 만난 사람의 별명은 ’ 그분‘이다.)은 너무 괜찮은 ’ 사람‘이었다. 연인으로서의 평가는 노코멘트지만, 한마디로 결혼을 하기에 이상적인 사람이었다.
꽤 오래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앞서 말한 노코멘트덕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한 ’ 설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말 ‘좋은 사람’으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당시엔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던 걸 보면 상대방도 역시 그럴 거라 지레 짐작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실수’였다. 내가 그것까지 판단해선 안 되는 건데...)
결국 그분께 이별을 고했고, 평소 이성적이고 차분하던 그분이 마치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너무 놀랐다. 절대 그럴 거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꽤 오랜 시간 그분을 만나며 느끼던 나의 감상과 그때 당시 상대 역시도 우리의 만남의 끝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려왔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이별 당시 상대의 모습 때문에 다시 꺼낸 이야기를 번복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우린 이별을 했고,
나는 연인으로서 마지막으로 마주 앉아 있는 그분에게 말했다.
우리 서로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니 친구로라도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그리고 그분은 나의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별 후 친구로서 첫 만남을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평소 먹고 싶었던 맛집을 예약해 기대했던 식사를 하고,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선사하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따듯한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없던, 네가 없던 서로의 하루하루를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가 잘 흘러가는 줄 알았다.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고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질 때쯤 그분이 입을 열었다.
’ 나는 널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거야.‘
순간 머릿속에서 지진이 났다.
’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그분이 조용히 일어나서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는 카페에서 나갔다.
맹세한다, 절대 <유사연애>를 원했던 게 아니었다고.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랐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친구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무지하고 무신경하게도.
(어린 시절의 실수다... 이 글을 읽고 돌을 던지지 않길 바란다.)
상대는 나의 제안에 ‘우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바라게 됐을 수 있다.
나의 무지함과 무신경함이 우리의 끝을 망쳐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절대 실수였음을 깨닫고, 다신 그런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만남이 끝나고 나면 마음정리와 노선을 확실히 하는 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연애 전 <유사연애> 기간을 갖으며 서로 설레어한다, 바로 ‘썸’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두 사람의 사랑에 책임감을 얹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가 끝나고 또다시 책임감만을 지워낸 <유사연애> 기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제대로 시작한 관계엔 ‘책임’이라는 게 부여되기에 관계를 지속하며 책임을 지던,
그렇지 못한다면 관계를 끝내는 방식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린 한 번의 연애가 끝나면 그다음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다음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다. 서로가 지나간 연인과 친구로 지내는 문제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맞는 거라 생각한다.)
연애 후 친구로 지낼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No를 외치지만,
Yes를 외치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코털만큼도 없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도 친구관계가 아닌 ‘유사연애’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선 아직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