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n Jul 24. 2023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지레 겁먹고 걱정을 사서 하는 나는 항상 계획하는 단계가 너무 길고, 덕분에 시작도 너무 늦다.'


어떤 일을 목표함에 있어서 '계획을 세운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세운 계획이 앞으로 목표에 다가감에 있어서 중심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중심축을 세우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그건 바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때문이다.


주변에선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넌 시작만 하면 잘하는데, 그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어.'


아마 이것 또한 나의 예민한 기질 때문일까?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선뜻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나 자신을 설득해야지만 움직여진다.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아, 이건 이렇게 대응하면 되겠구나.'

'목표한 바를 위한 과정 중에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아, 이건 이렇게 하면 해결이 가능하겠구나.'


사실 내가 만들어 둔 많은 경우의 수가 막상 실전에 대입해 보면 쓸모가 없거나, 생각해 놓은 계획 중 쓰이는 건 몇 가지 없는 경우도 꽤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시작 전 꼭 나만의 루틴을 꼭 따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이런 모습은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왜 나는 시작이 항상 늦는 걸까? 왜 난 이모양이지?'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그침 역시 내 마음을 급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다가 몇 년 전, 강의 듣던 게 생각이 났다.

사실 그 강의가 전부 다 기억에 남으면 좋았겠지만, 내 기억에 남는 건 단 한 문장이었다.


'예민함은 기질입니다. 사람의 기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예민함'은 기질이라,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강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 기질을 바꾸기 위해 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이래저래 생각이 많던 나는 이제 그만 포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럼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이런 나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니 갑갑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자신을 설득하게 된다.


'평생 이런 나로 지내야 한다면, 나 자신을 이해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알아야겠다.'


나는 아직도 '시작'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예전처럼 계획단계에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지양하려 한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계획'이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계획'단계를 들러낼 순 없으니, 최대한 짧게라도 가져보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짧게 가져보자.   


나는 이제 나 자신과의 씨름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그걸 '포기'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나는 '타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시작'으로 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계획'보다는 '실전'에서 부딪혀보고 해결방법을 찾는 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