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직장인의 모닝 루틴

거의 대부분의 출근길에 대한 고찰

by 로비니

오전 7시 알람 진동이 울린다.

진동 하나로 잠에서 쉽게 깨어나는 나는 단 하루도 꿈 없는 잠을 겪어보지 못한 예민한 사람이다.

뻐근한 목덜미를 딛고 일어나 기계처럼 출근 준비 루틴을 시작한다.

머리 감고, 옷을 골라 입고, 열심히 화장을 하고, 시계를 보고 한 것도 아닌데 준비가 완료되면 어김없이 7:55분 즈음.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오차 범위가 적은 혼자만의 루틴에서 벗어나 외부요인으로 인한 수많은 돌발상황의 가능성에 놓이게 된다.

그 돌발상황이란 버스 도착시간, 내가 탄 버스의 혼잡도, 지하철 장애인 시위로 인한 출근시간 지연, 지옥철 안에서 당하는 ‘발 밟힘’ 또는 ‘어깨빵’ 등이 있다.


오늘도 그렇게 출근을 했다. 사람 가득한 버스 안에서 급정거 관성에 대항할 버스 손잡이를 가까스로 잡고, 하체 근육으로 버텨내며 출근을 했다.

여의도역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을 제치고 2번째 관문인 지옥철을 타러 간다. 여의도역 밖으로 나오는 수많은 K-직장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5호선에 오른다. 지옥철은 버스에 비해 다행히도 손잡이 의존도가 떨어져 두 손이 자유로운 이점이 있지만 내려야 할 역이 다가올수록 문 가까이 있어야 하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버스는 내리기 전에 문이 닫힌 경우, 기사님께 말씀드릴 수 있지만 지하철은 가차 없이 출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 경력 15년 차 프로 뚜벅이인 나는 빈틈이 생길 때마다 문 쪽으로 붙어 가뿐히 나의 최종 목적지 공덕역에 내렸다. 환승의 메카 공덕역에도 여의도역처럼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르르 나와 같은 방향 또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K-직장인들이 이토록 많음에 나름의 동지애를 느끼며 이번 달 사람답게 살 돈을 벌기 위해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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