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의 과정은 씁쓸하다

T와 F가 적절히 섞인 사람의 근무 중 잡생각

by 로비니

부서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과중했던 내 업무에도 분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반가웠다. 새 직원 환영 오찬으로 점심회식을 했다. 부서인원 총 9명, 하지만 부서회식에 절대 참여 안 하는 한 분이 계셔서 8명이 가게 되었다. 4인 테이블 2개를 이어 붙인 곳에 예약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테이블에 앉기까지 엄청나게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미션은 부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기. 호구조사가 취미인 부장 옆에 앉는다면 새 직원분의 아직은 알고 싶지 않은 개인사를 알게 됨과 동시에 내 개인사 또한 이야기 주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부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기는 성공했다. 역시나 대화주제로 호구조사는 시작되었고, 그 대화에 끼지 않으려 노력했다. 너무 고개를 돌렸던 탓일까 새로운 직원분께서 텃세를 부린다 오해하시진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저분 때문입니다.’


우리 부서에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아 신입직원을 챙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나 또한 이런 분위기에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기에 새로 오신 분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간 맞을 때 점심 같이 먹기, 사소한 업무 알려주기(이런 것들을 처음에 아무도 안 알려줘서 참 힘들었다.) 등. 성격 좋으신 그 분과는 금방 친해졌고 말이 잘 통했다. 우리 부서에 보지 못했던 밝은 느낌을 받으니 신선하고 좋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점심에 약속이 있거나 개인용무가 있는 날엔 점심을 함께하지 못하곤 했는데 어느새 잘 적응해 있는 듯해 보였다. 약속이 있으신 지 확인하고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다. 그날 오전 부장의 기분 나쁜 말에 열받았던 터라 점심 먹으며 속풀이를 했다. 근데 내 말을 듣는 그분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보인다. 속풀이를 멈추고, 혹시 요새 어떠신지 물어봤다.

내 촉이 맞았는지 우리 회사 분위기에 적응이 어렵다는 말씀을 주셨다. 일도 괜찮고, 특별히 텃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부서원들의 무관심이 외롭게 만든다는 거였다. 이전 회사와는 정반대에 분위기였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며. 나라도 살뜰히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업무 하다 보면 또는 점심에 일정이 있는 날도 있으니 항상 챙기기는 어렵다. 그녀는 그렇게 이 분위기 적응을 하고, 신선했던 ‘밝음’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나도 처음엔 저 ‘밝음’이 있었다가 어느 순간 없어진 건 아닐까 되짚어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밝음이 있어지고 없어지고 신경도 쓸 겨를 없이 오늘도 출근을 하고 하루를 또 보낸다.


인간의 적응은 위대하게 느껴졌는데, 직장생활의 적응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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