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사관에서 예정대로 비자를 진행시켰다. 마지막까지 너무 정신없어 숙소도 정하지 못한채 한인민박을 3일간만 예약했다.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에는 진짜 맨당에 헤딩으로 파리에서 지낼 숙소를 찾아야했다. 무엇보다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지만, 무사히 어학연수를 마치고 석사지원을 할지 나 스스로 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파리는 비가 많이 내렸고, 흐린 날씨와 파리의 특징적인 오스만 건물들이 겹쳐져 회색도시 같았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집을 자기가 써야겠다고 계약을 파기할테이니 집에서 나가라는 한국인 집주인도 만났다. 또, 다른 한국인 유학생과 장기민박 형식으로 살기 시작한 집에서는, 친구도 데려오지 말라는 등 집주인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이후에 운 좋게 프랑스인이 임대하는 집에 정식으로(드디어) 계약서를 쓰고 입주할 수 있었다. 가끔 집에 문제가 생길때면 연락이 좀 느려도 어찌저찌 해결해준다. 보증금, 집 보험, 집세 등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나도 집주인에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니 마음이 훨씬 편하다. 돈과 정식 서류로 얽힌 관계가 훨씬 깔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이후에 한국에 두번을 들어갔다. 한번은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고, 또 다른 한번은 어학원이 방학을 맞아 엄마의 항암치료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유학 초반에는 싱가폴 회사, 이후에는 미국 스타트업 등 원격 근무를 병행하고 있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후, 엄마의 항암치료 결과가 양호하여 앞으로는 정기검사만 하자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나도 석사 준비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고 Biomedical Engineering으로 파리 국립대학교 석사 과정에 합격하게 되었다. 이후 프랑스의 컴퓨터공학 혁신학교 Ecole42의 시험 Piscine에도 합격하였다.
국립대는 9월, Ecole42는 11월에 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어떠한 과정에 집중하고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썬 두 과정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지금(2023년 8월)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시간을 지내며 잘 먹고 한달간의 악명높은 시험(Piscine) 후유증도 이겨내고 있다. 한약방에서 보약 달여먹고 일주일에 두번 침맞으러 다닌다. 약 12일 후 프랑스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