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그리고 가족이 되고 싶었던 사람.
내가 이젠 수면제를 하루에 한 포만 먹어. 장하지? 난 내가 기특해.
수면제에 취해 살던 날들이 길었어. 견디지 못 할 때마다 약을 먹고 도피했던 시절이 쌓이고 쌓였었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한 지금 이제서야 얘기해 내 병은 내가 키운 게 어느정도 맞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살피는 방법을 몰랐고, 그래서 헤맸고, 이따만큼이나 커진 병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는 천천히 생각해보려 해. 술을 못 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가, 이쯤 되니깐 알겠어. 술에는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늘 보고싶은 사람들을 품에 안고 사는 일은 썩 유쾌하진 못 하지만, 그래도 이나마 살아가게끔 할 수 있게해주는 것 같아 감사해.
미국가서 살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세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게 되어버린 지금쯤. 본인이 제일 가족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오빠에게서 들은 후부터 자꾸만 자꾸만 신경이 쓰여. 내년엔 미국에 갈 생각이야. 가서 제때 페이스타임 좀 받으라고, 그리고 내가 하루에 오빠를 새긴 타투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는지 알려줄 생각이야.
어디서 마음을 좀 다치고 와도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노력해. 온전히 아파하는 과정을 늘 생략해왔었다면 깨어있음으로 아파하고, 지나가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아. 의미없이 깨어있는 시간들이 괴로운 건 여전하지만 그 또한 안고 뭔가를 하려 해. 그게 강아지 물 챙겨주는 일이라도 말이야. 정신이 온전한 시간이 길수록 당신들이 그리운 시간도 길어져. 이런 시간들도 언젠간 내가 좀 더 생산적인 것을 하는 것에 보낼 수 있기를 바라봐. 덜 그리워하겠다는 말은 아니야. 늘 들어주고, 애써주는 위치에 있어주느라 고생 많았어 어쩌다 살고 싶지 않은 날이 오면 말이야 꼭 그런 마음이 아니어도 이젠 내가 그 위치에 서서 들어주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많이도 늦었지. 마음으로 남겨놓아야 했던 그리움 말이야. 서글픈 그리움이 길어지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가까이에 있자 내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