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기쁨(feat. 김춘수 '능금')
김춘수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에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김춘수 시 ‘능금’ 중 세 번째 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서핑 강습을 한 번 받고 난 뒤, 나는 다대포에서 서핑을 하기로 결심했다. 첫 서핑 강습은 송정해수욕장에서 했지만, 다대포해수욕장의 일몰에 취해버린 나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서핑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서핑 강습 횟수는 총 세 번. 서프버디(서핑을 같이 하는 친구)도 한 명 없고, 아직 혼자서 파도를 잡을 수도 없던 나는 강습을 더 받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서핑샵을 알아보다 보니 어떤 서핑샵에서 5회권, 3회권 이렇게 해서 한 회 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강습을 해주었다. 나는 3회권을 끊었다. 나는 강습권을 끊고 나서 이런 기쁨이 들었다.
‘아름다운 다대포해수욕장에 3번이나 더 와서 서핑을 할 수 있어’
비용이 들었지만, 집에서 차를 타고 35분이나 달려야 했지만, 같이 할 친구도 없었지만, 그냥 기뻤던 것 같다. ‘순수’한 기쁨이란 이런 게 아닐까?
어느덧 벌써 10월이었다. 2022년 8월 첫 강습을 받고 2달이 흘렀다. 10월에 연속으로 토요일마다 세 번의 강습을 받기로 했다. 10월 첫째 주 토요일 강습을 받으러 갔다. 근데 강습생이 나 혼자였다. 마음이 긴장됐다. ‘혼자서 2시간 강습을 받는다고?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긴장은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싹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도가 참 없었다. 강사가 밀어줘야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정도. 그렇지만 나는 그 당시에 처절하게 일어서려고 했다. 아프게 넘어져서 바다에 빠졌지만.
강사는 시간이 흘러 떠났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같이 있었다. 강사가 바다에서 나가자, 그 넓은 바다에 나 홀로 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바다에 나 혼자 전세 냈다고’
고요하지만 들리는 파도 소리
모난 게 없는 넓은 수평선
둥실거리는 서핑보드와 나
구름을 타고 가는지
여기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용왕님. 고맙습니다. 오늘 바다에 나 혼자 전세 내고 잘 놀다 갑니다.
근데 다음에는 서핑 잘 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