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우리나라의 취학률은 초등학교 99.8%, 중학교 96.9%, 고등학교 93.3%로 전체 취학률은 97.4%로 완전 취학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학률은 취학적령 학생수를 취학적령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한 것이지요. 한편, 헌법 제31조를 살펴보면, ' ①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②모든 국민은 그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다. ③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전 국민 9년 의무교육을 실현했습니다. 앞의 통계자료와 헌법 제31조에 나타나 있듯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거의 전 국민이 일정 기간 다니는 참 특별한 공간입니다. 학교만큼 다양한 연령과 직종,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드물지요. 모든 사람이 다니는 학교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가장 많은 장소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학교를 다녔던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공감하는 바가 조금 다를 수 있겠지요.그리고, 학교 생활을 통틀어 낯이 붉어지고 어쩌면 감추고 싶은 성장통 같은 기억을 한두 개쯤은 갖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쉬는 시간에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화장실에 가지 않고,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나서야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아찔한 일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이윽고 터질 듯한 아랫배에 온 신경을 모은 채 쉬는 시간이 될 때까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온몸이 부르르 떨릴 때까지 배변을 참고 버티자면 수업이고 뭐고 집중할 수 없었지요. 그러다가 까딱 잘못하면 평생 기억될 만한 큰 실수를 하고 말지요. 그 일이 당사자에게는 매우 불편한 기억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줌싸개, 똥싸개라고 기억하며 별명과 함께 웃음이 터지는 대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에 비하여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이 엄격하고, 그 시간에 해야 할 일도 분명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1시간이라고 하는 초등학교의 수업 시간은 40분입니다.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을 1시간 단위로 정량하지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40분 동안 자리에 앉아서 수업에 참여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많은 보호자들이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가 40분 동안 잘 앉아 있을까'입니다. 물론 입학 초기에는 아이들이 40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수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흥미 있고 활동이 많은 수업으로 진행되지요. 하지만 지난달까지 다녔던 유치원과 비교하면 이 40분이 1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가혹한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초등학교의 일과는 40분 수업 후 10분을 쉬는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블록타임제를 적용하여 80분 수업 후 30분간 쉬는 시간을 운영하는 학교도 드물게 있기는 하지요.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고, 지난 수업의 정리와 다음 시간의 수업 준비를 하도록 아이들에게 지도하고 안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면, 쉬는 시간임을 알리는 순간 대부분자리를 떠나 노는 것을 선택합니다.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는 아이들은 배변이 급했던 몇 명뿐이지요.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일정하게반복되는 학교의 기본적인 일과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입학 전부터 훈련하고 익혀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학교 생활의 중심이 되는 수업 시간에 아이가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수업활동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지요. 하지만, 배변 습관은 가정에서 지도해야 할 몫입니다. 특히 대변은 가급적 아침에 집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민한 아이라면 반드시 등교하기 전에 대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권장합니다.
병설 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의 교장은 병설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장을 겸임하던 병설 유치원에는 3세~5세 아이들이 있었지요. 그때 아이들 중에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이가 있어서 유치원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등원한 아이를 담임 선생님과 보조강사가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대변 뒤처리를 해 주었지요.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늦게까지 기저귀를 차고 자라서 배변 습관을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중에도 스스로 배변 뒤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더러 있습니다.
지난봄,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이 시작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아이가 있으니 찾아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없어졌으니 학교는 한순간 긴장감이 맴돌았지요. 아이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곧 화장실 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아이는 대변 뒤처리를 제대로 못하여 손과 옷에 대변이 묻자 속옷까지 하의를 벗어 버린 채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보건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가 보건실에 있었습니다. 그때, 5학년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수업 중인 보건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 아이는 고통스러운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집에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과 중에는 학교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것이 학교 규칙이어서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아이는당장 대변이 급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얼른 보건실 건너편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학교 화장실에서는 대변을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황을 알려주느라 통화하고 나서, 그 아이의 비밀스러운 고충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건실에서 만난 그 아이는 5학년이 되도록 학교에서는 한 번도 대변을 해결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는 등교하기 전에 집에서 대변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간혹 학교에서 변의를 느끼게 되면 참았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뛰어간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는 일 년 중 몇 번은 대변이 급해서 일과 중에 집에 다녀와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입학 초기에는 활달하고 똑똑한 아이 중에도 배변 실수를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 중에 화장실을 갈 경우 선생님에게 말한 뒤 허락을 받고 가도록 안내를 합니다. 하지만 입학 초기의 1학년 아이들은 낯선 환경과 친구, 바뀐 선생님 때문에 불편한 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업 활동에 참여하여 자기가 배변이 필요한 상황인 것조차 모른 채 긴장하고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또 아이들 중에는 교실에서 자기 의사표현을 제대로 안 하거나 못하는 성격을 가진 아이도 있지요. 그런 아이는 심지어 수업 중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쉬는 시간을 기다리며 참고 있다가 그만 실수하게 되지요.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배변에 대한 의사 표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의사표현이 서툰 아이는 갈아입을 속옷을 사물함에 갖다 두는 것도 좋습니다. 1학년 담임 선생님에 따라서 모든 아이들에게 여분의 옷을 갖다 두게 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배변 실수가 아니더라도 학습 활동 중에 옷을 갈아입어야 할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학교의 시설과 환경이 지금보다 낙후되었던 시절에는 1학년 아이들 중에는 학교 화장실이 무서워서 못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이미 수세식 화장실로 개선했는데, 학교는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이었던 때였지요. 그러나 요즘의 학교 화장실은 시설이나 청결 면에서 가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립학교에서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여 화장실 청소와 관리를 담당하는한 지가 꽤 오래되었지요. 또한 학교 화장실에는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고, 비데를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질 좋은 화장지와 비누도 비치되어 있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앞에서 말한 것들에 대비하여 준비를 잘하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여 '누가 옷에다 똥 쌌어'라는 소문이 한 건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