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취학통지서를 숱하게 보았지요. 하지만제 큰 아이의 취학통지서는 업무 중에 확인했던 수많은 취학통지서들과는 의미와 비중이 사뭇 달랐습니다. 제 아이의 이름이 활자로 박힌 취학통지서를 를 받고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지요. 제가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설렘과 기쁨을 안고 백화점에 가서 유명 아동복 브랜드의 옷을 샀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역사적이고 특별한 날에는 그에 걸맞은 옷을 사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들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제 아이는 그 비싼 옷을 입학식날과 그 후로 손가락을 꼽을 만큼 몇 번 입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매우 활동적으로 생활합니다. 특히 입학 초기에는 활동 중심의 수업이 많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신사와 숙녀처럼 굴어야 하는옷보다는 간편한 것이 최고지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활동하기에 편안한 옷과 수업 활동에 필요한 학용품을 준비하는 데 유의할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맨투맨 티셔츠 + 고무줄 바지: 눈에 잘 띄는 밝은 색 옷이 아이의 안전과 보호에 유리해요. 또 지퍼나 단추가 달린 옷은 아이들이 입고 벗기에 불편하고, 활동 중에 단추가 떨어질 수 있어요. 또 지퍼에 몸을 다치기도 하지요. 지퍼가 있는 옷을 입힐 때는 지퍼를 열고 닫는 훈련도 꼭 해 주세요. 급하게 지퍼를 올리다가 속살이나 속옷이 끼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점퍼와 코트: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점퍼와 코트를 대부분 벗어 둡니다. 그리고 교실 상황에 따라서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거나 사물함에 넣어 보관하지요. 아이가 옷을 옷걸이를 끼워서 행거에 거는 방법, 옷을 개어서 사물함에 보관하는 방법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하지요. 잘못하면 온 교실바닥을 청소하며 굴러다니는 옷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 중에는 원피스나 치마를 좋아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일 학습 내용을 잘 살펴보고 입을 옷을 적절하게 안내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원피스, 치마 안에 레깅스나 타이즈를 입혀서 보내는 것이 활동하기에 좋지요. 1학년 초기에는 아이들이 몸을 써서 표현하고 활동하는 수업이 대부분이거든요.
▶신발: 아이들에게는 가볍고 편안한 운동화가 가장 좋습니다. 특히 운동화는 끈을 매는 것보다 흔히 찍찍이라고 불리는 벨크로가 부착된 운동화가 아이들이 스스로붙였다 떼었다 하며 신고 벗기가 쉽지요. 구두를 신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시간표와 학습 내용을 참고하여 바깥 활동이 없는 날 신도록 하면 됩니다.
아이가 입학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볼까요?
▶책가방: 가볍고 어깨 부분이 딱딱하지 않은 것이 아이가 매고 다니기에 편안합니다. 모양과 고급 재질을 강조하여 만든 무거운 책가방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짐이지요. 그리고 책, 학용품, 학습준비물 등을 아이가 혼자서 넣고, 빼기에 편한 것으로 준비해 줍니다. 아이들 책가방도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이름을 써야 하는데, 책가방 안쪽에 써야 합니다. 즉 책가방 바깥쪽에서 다른 사람이 아이 이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쓰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개인 정보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요.
▶공책: 1학년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알림장, 받아쓰기 공책, 종합장, 네모칸 공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교와 선생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리 사지 말고, 학교에서 안내받은 후에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교육 활동 내용에 맞게 특정한 공책을 제작하여 주는 곳도 있습니다.
▶실내화: 아이의 발에 잘 맞고, 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재질로 되어 있는 신발이 안전합니다. 특히 슬리퍼형은 계단에서 넘어질 위험이 있으니까 반드시 운동화형 실내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실내화를 자주 빨아서 항상 깨끗하게 신도록 해줍니다. 혹시 실내화를 학교에 두고 다니는 경우에는 집으로 자주 가져오도록 하여 빨아서 보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거의 비슷한 크기, 같은 모양의 실내화를 신고 있습니다. 가끔 신발이 바뀌었다고 우는 아이들도 있지요. 그러므로 실내화의 뒤꿈치 부분에 이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실내화를 지비츠로 예쁘게 꾸며서 자기만의 특별한 표식으로 쓰는 아이도 있지요. 요즘은 아이들이 신발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서 실내화를 신발장에 두고 다니게 하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연필: 연필은 6~8각으로 각이 진 것을 깎아서 쓰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교실마다 연필 깎기가 있어서 필요할 때는 연필을 깎아서 쓸 수 있으므로, 연필깎기를 사용하는 연습을 시켜서 보내면 도움이 됩니다. 또 연필의 모양이 매우 다양한데, 둥근 연필은 굴러서 바닥으로 잘 떨어지고 아이가 손으로 잡기에도 불편합니다. 샤프연필은 힘주어서 글씨를 쓰는 어린아이가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각별한 주의를 주어야 할 것은, 연필심을 입에 물거나 연필을 다른 사람의 몸 쪽으로 향하게 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아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데, 교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입니다.
▶지우개: 지우개는 아이들이 작은 힘으로도 잡을 수 있고 잘 지워지는 말랑한 것이 좋습니다. 다만 너무 작거나 캐릭터 모양의 지우개는 아이들이 입이나 코, 귀에 넣기도 하니까 주의하도록 알려 주어야 합니다. 또한 너무 큰 지우개는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아이가 손으로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크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제가 최근에 본 학교 안전사고 중 한 아이가 어른 손바닥 만한 지우개를 다른 아이를 향해 던져서 눈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산: 우산은 밝은 색이나 투명한 것으로 눈에 잘 띄고, 아이가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서 이름표에 이름을 꼭 써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이나 우산 등은 그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비슷하여 서로 섞이거나 자기 것을 찾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잘 잃어버리는 것이 우산입니다. 아이들은 아침에 우산을 쓰고 등교했다가 오후에 비가 그치면 교실에 두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스티커: 아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학용품과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물품에 이름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스티커가 잘 붙지 않는 것에는 네임펜으로 학용품이나 소지품에 직접 이름을 써 줍니다. 아이들이 학용품과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기도 하고, 섞이면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학교에서 학년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학용품과 준비물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호자들이 예전에 다녔던 학교를 생각하며 성급하게 학용품 등을 준비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신입생 예비소집이나 입학식 전후에 학교에서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안내받고 나서, 필요한 물품만 빠뜨리지 않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