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여성성(習與性成)이란 말이 있습니다.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습관(習慣)이 배여 성질(性質)을 변화시킨다는 뜻으로, 습관이 쌓이면 마침내 그 사람의 성질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뜻을 더하면,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결국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의미로 습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기본생활습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에 중점을 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어떤 기본생활습관을 길러야 할까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 전부터 훈련하여 익히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본생활습관을 알아보겠습니다.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9시 등교 시간을 지키는 일은 첫 번째로 사회적 규칙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지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등교시간은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각인되도록 해야 합니다. 등교시간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제가 올해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면서 4학년 도덕 수업을 맡았습니다. 그중 한 아이는 아마 제 수업에 절반 정도만 출석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결석 사유를 물어보면 다양하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반 아이들도 '그 친구 아지도 자고 있을 걸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늦게 일어나서 지각하게 되고 또 4학년쯤 되니까 자신의 빈번한 지각이 옳지 않으며 부끄럽다는 자각이 들어서 아예 결석해 버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교 부적응과 등교 기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들 두 명을 성장시켰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유치원이든 학교든 아이들이 못 일어나서 늦는 것은 오롯이 아이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했습니다. 어쩌다 늦잠을 자면 저는 한번 깨우고 나서 더는 깨우지 않았지요. 아이들은 허둥대다 늦기도 하고 용케 지각 전에 등교하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 아이는 호되게 야단을 맞거나 놀라서 깊이 반성하고 다짐했겠지요. 어찌 보면 저의 방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지각과 결석의 부담이 비교적 덜한 초등학교 단계에서 확실하게 습관을 들여서 이후 학교에 다니는 동안 잘했습니다.
▶ 혼자서 씻고, 배변과 뒤처리하기; 아이가 혼자서 씻고 양치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옷과 신발을 깨끗하게 관리하여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배변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며, 배변 뒤처리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스스로 등교 준비하기; 옷과 가방을 항상 정돈하고 깨끗하게 사용하고, 필요한 물건을 준비해서 학교에 가져가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서툴고 늦더라도 책가방 챙기기, 옷 입기, 숙제 등은 스스로 하게 해야 합니다. 1학년 때 제대로 습관을 길러주면 이후에는 당연히 알아서 잘하게 되지요.
▶바른말을 쓰고, 바르게 행동하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말과 행동이 몸에 배게 꾸준히 지도하여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부모가 모범적인 언어습관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가정의 문화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어 효과적입니다.
▶ 감정 표현하는 말과 인사 잘하기;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지요. 특히 가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좋은 예를 제시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실제 상황을 모방하며 올바른 태도와 행동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하고 감사의 말을 건네는 등의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속상해요. 기뻐요. 섭섭해요. 괜찮아?"
▶ 학교급식 먹기 준비; ① 우유갑 열기 ② 젓가락 바르게 사용하기(젓가락질이 서툴면 포크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음) ③ 정해진 시간 안에 밥 먹기를 꼭 할 수 있게 미리 훈련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직접 도와줄 수 없는 단체 급식이라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날마다 우유갑 열어주기는 물론, 요구르트 등 후식의 포장을 뜯어 주느라 식사를 거르거나 마시듯 먹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아이에게 젓가락을 사용할 수 있게 연습하고, 단체 급실실에서는 큰소리로 떠들거나 식사 중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초등학교 수업시간 1시간의 기준은 40분입니다. 아이들은 특별한 활동이 아니면 40분 동안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달리 통제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40분 동안 앉아 있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입학 전에 가정에서 비슷한 상황을 마련하여 집중하는 미리 훈련한다면 아이가 수월하게 적응할 것입니다.
▶ 정리 정돈하기; 자기 방, 자기 물건을 정리 정돈하는 습관, 가족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은 성인이 되어서도 꼭 필요한 습관입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고 성장했음을 인정해 주면서, 현관에 놓인 신발을 정리하는 등의 적절한 책임을 주는 방법은 어떨까요?
▶ 개인위생; 식사 전 손 씻기, 외출 후 손 씻기, 양치질하기, 배변 뒤처리 하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입 가리기, 마스크 잘 쓰기 등 개인위생을 잘 실천하도록 하고, 꾸준하게 확인하며 칭찬해 주면 좋은 습관으로 굳어집니다.
▶아이와 소통하기; 보호자가 아이와 소통하는 것은 학교생활 전반을 이해하고, 학습, 생활, 교우관계, 학용품 등의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단, 아이에게 학교와 관련된 부정적인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너 오늘 칭찬받았어, 너 선생님께 야단맞았니, 오늘 누가 제일 발표 잘했어, 선생님이 누굴 제일 예뻐하시는 것 같아 등의 질문입니다. 그리고 학교(교사)와 가정 간의 협력은 아이들의 바른 가치와 태도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학부모와 학교(교사)가 소통하며 학생들에게 바른 학교 생활 태도와 예의 등 도덕적 가치를 함께 강조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학교생활에서 매우 기본적이고, 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입학 초기에는 본격적인 인지영역의 활동보다 학교 적응을 위한 참여 활동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는 우유갑만 잘 열어도 영웅이 되고, 젓가락질을 잘하면 최고로 멋진 아이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유갑을 못 열고 젓가락질을 못 한다거나, 늘 꼴찌로 급식을 먹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쟤는 원래 그래요, 쟤는 그거 못해요'라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보면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규칙을 유연하게 해석하여 적용하지 못하고, 어른보다 더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하고 응징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함께 생활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는 막무가내인 아이를 다른 아이들은 싫어하고 경계합니다. 그리고 또래에 비해 독립생활 기술이 떨어지는 아이를 저학년에서는 돕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은연중에 무시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고, 때로는 당연한 일들이 아이들 세계에서는 다르게 평가되는 것이지요. 보호자들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규칙을 잘 지키도록 반복적으로 말해 주어야 합니다. 입학 전까지 남은 기간에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규칙과 질서, 새로 해야 하는 일을 미리 익히게 하여 학교생활은 물론 한 사람으로서의 생활하는 데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Kings Man)을 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유명한 대사입니다. 시크릿 에이전트인 킹스맨에서 활약하는 요원 중 한 사람인 주인공 해리가 옳지 않게 폭력을 휘두르려는 사람들을 제압하기 전에 한 말이지요. 매너는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예의와 절차를 뜻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정과 학교가 협력하여 생활 전반에 걸쳐 필요한 매너와 예의에 대한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