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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May 27. 2024

놀이교실이 있는 학교

제가 퇴직한 지 2년째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초등학교의 정원 외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었습니다. 늘봄학교 업무 추진과 1학년, 2학년의 일부 수업을 하는 것이 제 임무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빈 교실이 많아서 다양한 특별 교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책걸상이 일률적으로 배치된 일반 교실을 벗어나 주제에 맞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많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제 교실도 특별한 교실입니다. 특이한 것은, 교실이라면 당연한 듯 있는 아이들의 책상과 의자가 없지요. 사실 텅 빈 교실이 저에게 배정되었을 때, 교실을 바꾸어 달라고 해야 할까, 책걸상을 넣어 달라고 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저는 올해 매우 재미있는 수업을 맡았습니다. '놀이' 수업이지요. 제 수업의 특성에 맞추어 활동을 하자면 교실과 운동장, 체육관, 정원 등이 두루 수업 장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텅 빈 교실을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업무용 책상을 구석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비록 교실 한 칸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줄 공간을 최대한으로 넓히려고 제가 나름 애쓴 것이지요. 교실 뒤편에는 아이들이 서너 명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제 교실은 아이들이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이 놀다가 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제 교실을 '놀이교실'이라고 부르며 좋아합니다. 저도 제 교실을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놀이방, 놀이교실, 교과전담실 등의 이름을 칠판에 써 놓고 아이들과 협의하여 '놀이교실'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저를 만나면 '놀이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은 제 교실에서 하는 놀이 활동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제 교실과 더불어 저까지 좋아합니다.


저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세 교과를 통합한 교과에서 즐거운 생활의 '놀이' 영역을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월에 새 학년을 준비하면서 1학년과 2학년의 여러 교과 중 통합교과 교육과정인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절과 절기, 기념일, 학사일정 등을 고려하여 경험 중심 교과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고 수업을 준비하였습니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2022 개정 초등 통합교과 교육과정의 이해]를 살펴보면, 2022 개정 초등 통합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통합 교과 수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향점을 [지금-여기-우리 삶]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통합교과 수업에서 '과거'의 경험을 불러오고, 앞으로 그려 나갈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즉, 아이들은 통합 교과 수업에서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힘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미래를 살아가는 힘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가 수업에서 추구해야 할 [지금-여기-우리 삶]은 지향인 동시에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 발휘하고 길러야 할 역량이지요.



저는 '즐거운 생활'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금-여기-우리 삶'을 즐기는 [놀이 경험]을 많이 주는 수업을 진행하여 신체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해하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통합 교과에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금-여기-우리 삶'의 문제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실천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 생활'을 수업합니다. 또 '지금-여기-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탐구하도록 하는 [탐구 경험] 중심의 '슬기로운 생활' 수업도 하지요. 따라서 이들 두 교과와 '즐거운 생활' 교과의 통합적 기능에 대한 통찰을 위해서 담임교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이해하고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협업하는 일도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학기 동안 각 반별로 32시간 동안 활동할 주제를 교과서별로 다음과 같이 선정하고, 이들 주제를 유사한 활동끼리 연결하여 1~3주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과서 <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친구들과 모이기

공을 이용해 기차처럼 연결하여 움직이기

라켓으로 풍선 치기

떨어지지 않고 원숭이처럼 매달리기

음악에 맞추어 몸의 균형 잡기

여러 가지 걸음걸이로 걷기

장애물 통과하여 달리기

높이 뛰기


*교과서 <자연>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뛰기

공을 주고받기

빠르거나 느리게 걷기

공 전달하기

술래잡기 변형 놀이

손등에 콩주머니 올리고 술래잡기

몸의 움직임을 생각하며 술래잡기

몸의 균형 잡기


*교과서 <마을>

몸의 균형 잡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줄넘기

멀리 뛰기

이어달리기

공차기

몸을 늘이며 술래잡기

도구로 공을 주고받기

원형 줄다리기


*교과서 <세계>

친구들과 줄을 서며 놀기

다리를 길게 뻗으며 걷기

줄을 뛰어넘으며 놀기(필리핀 티니클링)

모둠별로 발을 맞추어 걷기

선을 따라 걷거나 달리기

놀이기구에 매달리고 오르기

친구와 손잡고 달리기(술래잡기)

부메랑 던지기



저는 또 여러 주제의 놀이들을 전래놀이와 연계하여 지도 계획에 포함했습니다. 칠교놀이, 비사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줄다리기, 고누놀이,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 팽이치기, 자치기, 사방치기, 땅따먹기, 얼음땡, 두꺼비집 짓기, 굴렁쇠 놀이,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달팽이 놀이 등이지요. 제 수업에서는 놀이뿐만 아니라 놀이 활동 중에 배워야 할 중요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도입 단계에서 제시합니다. 그리고 놀이활동 중에 실천하도록 하고, 마무리 단계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가하고 공유했지요. 주로 즐거움, 건강, 자신감, 공동체 의식, 협동, 단결, 친절, 배려, 존중, 양보, 도전, 책임감, 규칙 지키기 등을 강조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제 수업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 수업 시간만큼 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복도, 정원에서 저를 만나면 함박웃음을 날리며 양팔을 벌리고 달려와 짧은 두 팔로 감싸 안고는 저에게 좋다고 말해 줍니다. 또 급식실에서는 제 옆으로 와서 함께 밥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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