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재작년 제자, 작년 제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고, 앞자리의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잘재잘 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재밌어했고, 많이 자란 아이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안도감도 느꼈다. 아이들이 떠난 빈 자리가 꽤나 허전했지만, 그 자리는 올해의 우리반 아이들이 내일이면 빈틈 없이 채워놓을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하다. 기쁜 일이 있으면 교실에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푹 처진 어깨로 담임인 나에게 다가와 속상한 일을 털어놓으며 얼른 해결해주기를 기다린다. 빨리 철들면 안된다는 나의 교육 철학이 어느정도 반영된 결과이기도하다. 모든 아이들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또한, 모두가 다 아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한다. 스승의 날을 한달 전부터 준비하며, 선생님은 그 날 언제 오실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씩 서로 다른 아이들이 묻지만, 종합하면 결국 스승의 날에 늦게 등교하고 좋아하는 선물을 고르라는 것이다. 담임교사인 나는 너희들이 손으로 쓴 편지가 가장 좋다며, 그들만의 서프라이즈를 손수 지켜주려 노력한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올해 스승의 날도 평소보다 30분 늦게 교실에 도착했다. 계단부터 이상한 왕관을 씌우더니, 교실에 들어오니 감동의 축하 노래가 들렸고, 교사 책상에는 아이들이 손수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나에게는 10번도 넘는 연례행사지만, 학생들에게는 이번이 새로운 행사였을수도 있으므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과 표정으로 아이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너희밖에 없다며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의 마음에 답장을 한다. 물론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행복했지만, 40대를 바라보는 나에게 더 큰 감동을 준 건 그 날 오후이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에게 달콤한 체육시간으로 보상해주기 위해,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운동장에 나가서 체육 활동을 했다. 아이들 모두 행복하게 활동을 했지만 부쩍 더워진 날씨에 서둘러 교실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교실에 와서도 한참을 더워하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다. 그러고선 나에게 부채질을 해 주기 시작했다. 한 명에서 시작했다가, 두 명, 세 명,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나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있었다. 사실 시원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부치는 부챗바람이라야 얼마나 시원하겠냐마는, 마음 속에 불던 시원한 바람은 아이들이 부친 부챗바람보다 더 한 것이었다.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항상 이러한 사소한 마음들이다.
우리반의 모토는 <모두의 행복 7반>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도 많고, 똑똑한 사람도 많을테지만,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시원하게 만드는 것은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담임의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되고, 돌고 돌아 다시 담임인 나에게 오던 올해의 스승의 날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